교육희망

“학생인권 보장 지지 확인” 8만5천명 주민발의

학생인권조례 서울본부, 학생인권조례 청구인 서명 제출

20일 오전 11시30분 경 서울시교육청 본관 1층. 우체국 택배 박스가 차곡차곡 쌓였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2~3차례를 들락날락했다. 그렇게 모두 26개 박스가 서울교육청 1층 한 쪽에 놓였다. 박스 옆면에는 각기 다른 글씨체로 이런 단어들이 쓰였다.

주체성, 존중, 이해, 배려, 자치, 열정, 참여, 평등, 민주주의, 개성, 자발성, 다양성, 자유…

박스 안에는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어 달라는 서울시민 8만5281명의 서명이 오롯이 담겼다. 조례 주민발의 성사기준인 8만1885명보다 3400명 많은 사람이 함께 한 것이다.

서울시민 8500여명의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 청구인 서명을 담은 박스가 서울시교육청 본관 1층에 놓여있다. 최대현 기자

학생인권조례제정운동 서울본부는 이날 조례 주민발의가 성사됐다는 사실을 알리고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청구인 명부를 서울교육청에 제출했다. 지난 해 10월27일 첫 주민발의 서명을 받은 지 7개월여 만이다.

변춘희 어린이책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유치원과 학교 안의 아동‧청소년의 인권 보장과 학생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서울시민들이 주민발의 서명참여라는 직접민주주의라는 방식으로 연대와 지지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청소년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다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실감이 안 난다. 학생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서명해 주신 모든 시민들께 감사하다”며 울먹였다.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은 모두 5장 50개조로 구성됐으며 △학생들이 학교규정 개·개정에 참여 등 표현의 자유 보장 △0교시 금지, 보충학습과 야간자율학습 선택 등 자율적 학습권 보장 △두발과 용의복장 규제 금지 △자애와 다문화 등 소수학생 권리 보장 등이 내용을 담고 있다.

이병우 전교조 서울지부장은 “이번 주민발의 성사는 87년 6월 항쟁으로 대통령 직접 뽑게 된 것과 같은 비중이다”면서 “학교에서 인권이 꽃 피우도록 교사들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청소년 활동가들이 학생인권조례 청구인 서명을 담은 박스를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에 전달하고 있다. 최대현 기자

청구인 서명을 받은 서울교육청은 오는 25일까지 공표한 뒤 유효한 서명인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를 밟아 문제가 없으면 이르면 7월말 경 서울시의회에 주민발의 조례 안을 제출해야 한다.

전누리 학생인권 서울본부 활동가는 “정확히 개인정보를 받았고 3~4번에 걸쳐 자체적으로 검증을 했기 때문에 무난히 주민발의 조례가 제출될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학생인권 서울본부는 “학생인권의 보장과 학교민주주의의 실현은 물론, 사회에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가 더욱더 확산되고 뿌리내기길 바라는 시민들의 뜻을 시의회가 잘 받들 것이라 믿는다”며 “시의회의 최선의 선택은 주민발의안 원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면 주민발의로 제정된 최초의 조례가 된다.

한편 서울교육청은 주민발의 안과 별도로 학생인권조례를 추진 중이다. 현재 서울지역을 돌며 두발과 학생 집회의 자유 등의 쟁점과 관련한 의견을 듣는 중이며 오는 25일까지 공청회를 한 뒤 이르면 이달 말 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선호 서울교육청 책임교육과 학생인권생활지도 담당 장학사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과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초안을 마련해 오는 9월 경 시의회에 제출하면 병합 심사 할 것으로 보인다“이라고 밝혔다.
태그

주민발의 , 학생인권조례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최대현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