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초중고 ‘퇴직 교장 로비시스템’ 논란

너무 바쁜 퇴직교장들, 낮엔 방과후 강사 밤엔 당직용역 소개

퇴직한 교장들이 학교 사업에 뛰어들었다. 낮엔 방과후학교 강사를 소개하고, 밤엔 학교 당직자를 퇴직교장단체 협력회사가 파견하고 있는 것.

방과후 업체 대표 “퇴직 교장 로비, 힘들다”

후배인 현직 교장들은 선배인 퇴직 교장의 로비에 쉽게 걸려들고 있다는 게 교육계 사정에 밝은 이들의 지적이다.

한 방과후학교 위탁 업체 대표는 “거대 방과후학교 업체들이 퇴직 교장을 앞세워 현직 교장에게 로비를 시도하고 있어, 군소 업체들은 어려움이 크다”고 털어놨다. 서울시교육청 한 장학관도 “퇴직 교장이 방과후학교 업체 지부장을 맡아 학교에 찾아오면 교장들이 진땀을 빼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방과후학교 위탁 업체의 금품 제공 정황을 잡고 대교와 에듀박스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바 있다. 이들 업체는 전국 초중고 상당수에서 방과후학교 강사 소개업을 하면서 해당 학교 교장 등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정부 예산지원을 받는 퇴직교장 단체의 협력회사가 서울지역 초중고의 당직용역 수주율 1등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이 26일 처음 드러났다. 당직용역은 야간에 학교를 지키는 당직자를 말한다.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이 최홍이 서울시의원(교육위)에게 건넨 ‘학교별 당직용역 파견업체 현황’ 자료를 이날 분석한 결과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삼락회) 서울지부의 협력회사인 (주)삼락시스템은 지난 해 서울 초중고 203곳의 당직용역권을 따내 동종업계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조사대상 536개교의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2~5위 업체 평균 수주율보다 2.4배가량 높은 수치다.

퇴직교장단체 협력회사, 학교 당직용역권 1등

이렇게 된 이유에 대해 최 의원은 “퇴직교장들이 자신들의 모임인 삼락회란 단체를 앞세워 영업을 한 결과”라면서 “정부예산을 지원받는 삼락회가 용역업체와 손잡은 것 자체가 비위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2009년 1월 서울초등교장회가 이 지역 교장에게 “삼락회에서 운영하는 업체인 삼락시스템과의 인력경비계약에 협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 말썽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민 아무개 삼락시스템 대표(전 삼락회 회장)는 “회사 운영은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차원에서 하는 것이어서 교장을 상대로 한 로비는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면서도 “수익금의 50%는 삼락회 운영비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난 해 검정교과서와 학생 수학여행, 수련활동 숙소 선정 과정에서도 일부 퇴직 교장들이 로비업자로 나선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 같은 일부 퇴직 교장들의 로비 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퇴직 교장에 대해서도 학교 관련 업체의 취업 제한 조치를 내려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은 퇴직일로부터 2년간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교장들은 고위 공무원으로 분류되지 않아 이 법에 따른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는 게 교과부의 설명이다.
덧붙이는 말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에도 보냅니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윤근혁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