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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기고] 홈리스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 ‘지원주택’, 이번엔 기대해도 될까?

[기고]

  지원주택이란 신체적, 정신적 문제로 인해 독립적 주거생활이 힘든 취약계층에게 안정적 주택제공과 함께 적절한 주거유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독립적 주거생활의 유지 및 지역사회정착을 유도하는 새로운 주거모델이다.
지난 7월 12일 여의도의 이룸센터에서 서울특별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가 개최한 <제1회 지원주택 컨퍼런스>가 열렸다. 홈리스행동 홛동가 및 회원들과 함께 아침부터 여의도로 향했다. 마침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던 주제라 홈리스행동에서 참가자를 모집할 때 번쩍 손을 들었다. 과연 지원주택은 홈리스 당사자들을 위한 제도일까? 그동안 봐왔던 복지제도와는 사뭇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이번 기회에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원주택의 적용사례들에서 충분히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


복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

홈리스에 대한 기존의 주거지원 방법은 단계적 모델을 따른다. 이를테면 ‘거리 → 시설 → 재활 프로그램 → 자활의 집’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준비가 된 사람에게 독립주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언뜻 보기에도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주거지원 프로그램들의 성과가 저조했던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지원주택(서포티브 하우징)은 정반대의 접근을 취한다. 주거권은 필수적인 시민권이므로, 무엇보다 안정적이고 영구적인 주거의 제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홈리스 당사자들에게 외부와 격리된 노숙인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내의 주거를 제공하고,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마디로 지원주택은 주택과 복지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지원주택은 아직 대중적으로는 생소한 용어다. 개념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조금씩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보편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반면 미국과 유럽(영국, 핀란드)은 주거우선정책을 채택, 지원주택 제도를 활발하게 펴 나가고 있다.


자기 집이 생긴다는 것

컨퍼런스에서는 현재 지원주택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두 기관, 열린여성센터와 비전트레이닝센터의 발제가 있었다. 각각 2016년 말과 2017년 초부터 정신질환 및 알코올 문제를 가진 여성홈리스와 알코올 문제를 가진 남성 홈리스를 대상으로 사업을 했는데, 현재까지 대부분의 인원들이 주거를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데다, 어렵게 얻은 집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 때문에 임대료 연체도 거의 없다고 한다. 현재까지 시범사업은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원주택 이용자들은 생계지원, 정기적인 상담은 물론 일상생활에서의 도움도 필요로 한다. 이 모든 역할은 실무자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그래서 비전트레이닝센터의 경우 도중에 사업을 접을까도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그때마다 실무자들이 만류했다고 한다. 당사자 분들이 너무 좋아하셨기 때문이다.

“시설에서는 남하고 부딪칠 까바 늘 긴장했는데 여기는 맘이 너무나 편하다”
“정해진 식단이 아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이게 사람 사는 거구나 하고 느낀다”
“끝까지 여기서 살고 싶다”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결혼한 부부끼리도 각자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판에, 모르는 사람들 수십 명과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니. 시설에 있는 순간순간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 생애 처음으로 자기만의 공간을 가진 만큼, 주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 지원주택에 대한 당사자들의 반응은 지원주택이 가진 긍정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원주택 제도의 앞날은?

우리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행한 정책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그 원인은 많고도 다양할 것이다. 그 중에서 두 가지만 꼽아보자면 ▲하나는 그 정책이 기반한 가치나 이념, 당사자를 보는 시각일 것이다. 다행히 지원주택의 경우, 홈리스 당사자를 주거권을 가진 시민으로 인식하고 당연한 권리로서 주택을 지급한다. 또한 그 권리를 지킬 힘을 갖게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도움을 제공한다. ▲다른 하나는 실제로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이다. 정책보다 느리게 바뀌는 것이 소위 공무원식 마인드기에. 아무리 좋은 정책이 있다 한들, 감시하는 눈이 계속 필요하다. 지원주택이 본격화되어도, 홈리스행동 회원들과 활동가들에게는 많은 과제가 주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