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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1호-기고] 노숙 텐트는 쓰레기가 아니다

[기고]는 홈리스 상태에서 겪게 되는 일상사나 느낌, 의견들을 보내 온 글입니다.

제가 겪은 억울한 이야기를 한 번 해보겠습니다. 노숙을 하던 곳은 반포대교 부근 한강 둔치에서 텐트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때가 2013년 7월초쯤이었습니다. 한여름이라 모기가 많았지만 사람이 많은 곳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곳이 좋았습니다.

한동안 한강 둔치에서 노숙을 하던 어느 날 한강감시원이 와서 “이곳에서 노숙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 말을 걸어 왔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졌습니다.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안쓰러웠던지 따스한채움터(서울역에 위치한 무료급식장)를 알려줬고, 조심히 지내라는 걱정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하면서 지냈습니다.

감시원을 통해 알게 된 따스한채움터는 걸어서 다니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어 짐을 많이 가지고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들고 먼 길을 오가다 보니 밥을 먹어도 먹은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짐을 한강에다 두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두고 다니던 짐 중에서 몇 가지 물품이 사라졌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고로 거긴 한강 둔치였지만 도로와 가까워 그곳을 오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주변을 순찰하는 감시원이 의심스러웠지만 왠지 신세를 지고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나도 참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강에서 겨울을 보냈습니다. 2014년 2월 중 한강감시원이 찾아와서 느닷없이 “자리를 언제 비울거냐?”고 물어봤습니다. 제 물품이 하나 둘 사라져 신경이 예민해졌고 지금까지는 걱정을 해주는 척 하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나가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화가나 말다툼을 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 난 며칠 후 식료품을 사기 위해 마트에 갔다 오니 제가 거주하던 곳이 흩트려져 있었습니다. 화 밖에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2월 26일 누군가가 또 찾아와서 3월 1일까지 자리를 비우라는 메모(계고장)를 붙였고 사진도 찍었습니다. 항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대장이 상황을 보러 올 테니 연장을 할 수 있게 부탁을 해 보라”는 말을 하면서 그럼 어떻게든 될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습니다. 3일이 지난 3월 1일에 찾아와서는 모두 철거를 했습니다. 그 상황이 너무 황당하고 억울했습니다. 대장이라는 사람이 찾아오기로 했지만 찾아오지 않아 연장 부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짐을 빼라는 3일이라는 시간도 짧았고 텐트 안의 짐을 어디로 옮겨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항의를 하기 위해 대장이라는 사람을 찾아갔지만 대장이 자리를 비웠다는 말 밖에는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물품은 모두 제가 힘들게 노가다 뛰어서 번 돈으로 산 것입니다. 그런데 마치 쓰레기 다루듯이 물품을 쓸어버렸습니다. 당시에 경황이 없어 몇 가지 물품 정도 밖에 챙기지 못했습니다. 저에게는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것들을 잃고 나니 너무 화가 나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습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었습니다. 그 때 느꼈습니다. 저는 그저 힘없는 노숙인이라는 것과 이 세상은 그런 노숙인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다가 노숙인 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을 알게 되었고 제가 겪었던 일들을 상담했습니다. 다시는 저 같이 당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홈리스행동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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