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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22호-세계의홈리스] 더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위한 제안

[세계의 홈리스]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홈리스 단체를 통해 홈리스의 현황을 전하는 꼭지.

  Żulerka라는 의류 브랜드가 제작한 홈리스를 모델로 활용한 광고. [출처: Gazeta]
홈리스가 패션 아이콘?
이번 호 ‘세계의 홈리스’에서는 폴란드와 헝가리의 소식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폴란드의 패션계에서는 최근에 Żulerka(부랑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라는 의류 브랜드가 제작한 홈리스를 모델로 활용한 광고 캠페인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합니다(홈리스 뉴스 창간 1호에 소개된 “노숙자 패션”이라는 기사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광고에서 홈리스들은 “부랑자” 혹은 “진짜 홈리스”라는 글자가 새겨진 낡은 모자를 쓰고 서 있습니다.

폴란드에서는 새로운 현상이지만, 이미 세계적으로 홈리스풍, 홈리스 스타일이 유행이 되기도 했습니다. 2009년에는 이탈리아의 보그라는 잡지의 커버에 “홈리스 풍”의 옷을 입은 모델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어떤 패션 디자이너의 패션쇼에서는 모델이 더러운 옷을 입고, 쓰레기를 실은 카트를 밀고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패션 디자이너는 홈리스에게서 영감을 얻어 실크와 같은 고급 천을 닳아빠져 심하게 해진 상태로 만들고, 거기에 신문을 인쇄하여 특별한 옷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독일의 한 패션 디자이너는 그의 패션쇼에 실제 홈리스를 모델로 활용하였습니다. 아마도 다른 모델들을 활용하는 것보다 비용 면에서 저렴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한 인터넷 사이트(www.homelesschic.com)에서는 가장 스타일리쉬한 홈리스를 선정해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홈리스 풍/스타일의 옷을 선택해서 입을 수 있습니다. 그/녀들은 해진 옷을 입고도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끝없이 걷지 않아도 되며 쓰레기통에서 음식을 찾지 않아도 됩니다. 홈리스 풍/스타일의 옷을 입는 것과 홈리스 상태에 처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이러한 광고에서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들의 굶주림, 추위, 감정 등은 무시됩니다. 풍요로운 생활에 지루함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홈리스의 이미지를 활용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홈리스를 대상화, 낙인화하는 효과를 가집니다. 이러한 현상은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와 그 원인의 본질에 대한 인식과 관점을 바꾸는데 거의 기여하는 바가 없습니다. 또한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과 죄책감을 완화하는 데 활용되기도 하며 심지어 홈리스들을 아름다움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홈리스 상태는 홈리스 대중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홈리스 대중은 미디어에서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나타나는 것이 보통입니다. 사회에서 부과한 삶의 규칙들을 지키지 않는 이상한 사람, 공공공간을 오염시키는 오점으로 묘사됩니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을 사이에 두고 두 명의 남성 간에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해봅시다. 이런 이야기는 미디어에서 뉴스로 다루어질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한 여성을 사이에 두고 ‘홈리스’ 남성 간에 말다툼이 벌어졌다고 한다면 뉴스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홈리스라는 표현이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는 데 활용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미디어의 행태는 특히 범죄 사건을 다룰 때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건이나 행위와 홈리스라는 상태가 아무 관련이 없을지라도 홈리스 상태에 있는 사람이 그 사건이나 행위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 문제는 밀접한 관련을 갖게 됩니다. 폭행, 살인사건 등을 보도할 때 이러한 묘사는 홈리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본질적으로 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는 인상을 만들어냅니다(하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특정한 부정적인 사회 현상의 사례로 홈리스를 인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홈리스는 동질적인 단일한 집단이 아니지만, 미디어는 현실을 강하게 왜곡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도시”라는 홈리스 지원 단체에서는 미디어에서 홈리스 대중을 다루는 방식을 비판하면서 미디어 노동자들에게 더 정확하고 진실한 보도를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홈리스 대중은 다양합니다. 획일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디어는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들을 중년의 덥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더러운 옷을 입고 술에 취해 있는 모습으로 묘사합니다. 이러한 표현은 기존의 고정관념을 강화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실제의 모습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단순하게 환원해서 홈리스 상태에 처한 사람을 묘사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두 번째, 대규모로 홈리스를 만들어내고 유지시키는 체제의 문제는 거의 보도되지 않습니다. 지나치게 개인적인 특성이나 생애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홈리스 상태의 책임은 자신에게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홈리스 상태, 즉 집이 없다는 결과에만 초점을 두고, 사회적 수준에서 그러한 문제를 만들어낸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습니다. 홈리스 개인의 생애사 뿐만 아니라 구조적이고 사회적인 수준의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세 번째, 홈리스라는 상태와 아무 관련이 없는 경우, 홈리스를 강조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네 번째, 계절적인 보도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겨울이 지나가면 홈리스에 대한 기사는 미디어에서 사라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년 내내 다양한 원인으로 고통 받는 것처럼 홈리스는 계절적인 상태나 문제가 아닙니다.

다섯 번째, 미디어에서 부정적인 사회현상을 묘사하는 데 홈리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노상방뇨나 음주와 관련된 기사에서 홈리스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홈리스들이 그러한 행위를 하지 않으며, 마찬가지로 집을 가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행위를 하기도 합니다.

여섯 번째, 홈리스들을 보호가 필요한 무력한 피해자, 희생자로 표현하는 것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러한 접근의 배경에는 선한 의지가 담겨 있다는 것을 인정할지라도 이는 홈리스 대중의 역량을 무시하고 은폐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홈리스 대중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선이나 개인적 보호가 아니라 안전하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존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주거에 대한 접근권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디어에서는 이러한 측면에 침묵합니다. 동일한 문제에 접근할 때에도 홈리스는 지나치게 낭만화되거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묘사되기도 합니다. 홈리스 대중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고통과 차별에 대한 묘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홈리스 상태는 홈리스 대중에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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