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사회연대반빈곤 프리즘

[반빈곤프리즘2호-1] 박근혜 정부 주택정책 비판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종합대책 4․1 대책」을 중심으로

1. 박근혜정부 「4․1대책」 요지
- 민간임대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주택자 지원정책


올해 4월 1일 박근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명의로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이하 「4․1 대책」)을 발표했다. 「4․1 대책」의 명칭은 박근혜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주택시장의 정상화’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이다.
이 기조를 뒷받침하는 것은, ‘서민주거’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원인이 주택시장의 침체라는 인과론이다. 「4․1 대책」에 따르면 주택시장 특히 주택매매시장이 침체되면 주택가격이 하락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가(自家)소유자와 임차거주자가 공히 주거 불안정을 겪게 된다. 주거 불안정을 겪는 자가소유자의 대표적 사례는 이른바 ‘하우스푸어’인데, 가령 주택매매시장이 크게 활성화되었던 시기에 장차 주택매매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택 관련 대출을 받았다가, 주택매매시장이 침체하고 주택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그 여파로 가계부채 부실에 시달리거나 급기야 주택을 잃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임차거주자의 주거 불안정, 특히 전세가격 상승이나 월세 비중․비용 증가로 인한 주거비 부담 확대 역시 그 원인이 주택매매시장 침체에 있다는 게 「4․1 대책」의 주장인데, 왜냐하면 주택임대시장은 주택매매시장의 ‘대체재’ 성격을 띠고 있어, 매매가격 상승기대감이 약화될 경우 주택매매시장의 수요가 주택임대시장 쪽으로 이동하는 바,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면 가격이 오르게 마련이라는)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자연히 주택임대시장의 임대료가 상승하게 된다는 것이다.

「4․1 대책」에 따르면 주택매매시장의 침체는 ‘서민주거’뿐만 아니라 ‘서민경제’도 한층 어렵게 만드는데, 주택시장은 그 특성상 전․후방산업의 범위가 매우 넓을 뿐만 아니라, 이 전․후방산업에 ‘중개업․이사․인테리어업 등 서민종사 업종’(강조는 원문)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아가 주택시장이 부진할 시에 (‘부(負)의 자산효과’로 말미암아) 자가소유자들의 소비가 위축되고, 막대한 고용유발 효과를 내는 건설산업 역시 침체되어 고용이 축소된다는 것도 문제다. 마지막으로 주택시장 침체가 (주택가격 상승 기대 하에 차입한) 자가소유자들의 가계부채 부실로 이어질 경우,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에서 보듯 가계경제의 위기가 금융기관과 거시경제 전반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것도 「4․1 대책」이 염려하는 대목이다.

이상에서 보듯 「4․1 대책」은 주거임대료 상승에서 거시경제 불안에 이르는 다양한, 더 정확히 말하면 사뭇 이질적인 문제들의 공통적 원인으로 주택매매시장 침체를 지목한다. 그렇다면 모든 문제가 집약되는 주택매매시장 침체의 핵심 원인은 무엇인가? 「4․1 대책」에 따르면 그 본질은 (세계 금융위기 등 외부 요인을 논외로 한다면) ‘수급 불균형’, 그리고 이 수급 불균형을 초래한 ‘수요억제-공급확대’라는 정책기조다. 주택가격 상승기에 도입된 ‘수요억제-공급확대’라는 기조가 (특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시장위축기에도 지속하면서 (유효)수요는 적고 공급은 많은1) 수급불균형을 초래하였고, 그 결과 시장침체가 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원인 진단을 따르면 자연히 다음과 같은 대책이 도출된다. 우선 수요 면에서는, 주택(매매)수요를 억제하는 과도한 정부개입․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세제․금융․청약제도 개선을 통한) 주택 관련 유효수요 진작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이때 유효수요층에는 (‘무주택자’나 ‘생애최초 구입자’ 등)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건전한 투자수요’ 곧 ‘다주택자’나 ‘기업형 임대사업자’가 포함되는데, 이들을 지원하게 되면 주택매매시장이 활성화될 뿐만 아니라 민간임대주택 공급이 늘어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4․1 대책」의 시각이다. 다음으로 공급 면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주로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등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전반적으로 축소․조정하고, 소득별․수요별 ‘맞춤형’ 주택․지원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공공분양주택 공급 관련 대책에서 요점은 (기존 연 7만호에서 2만호 이하로) 공급물량을 크게 축소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소득․자산기준 검증을 강화하고 면적을 60㎡/약18.2평 이하로 제한하는 등 민간주택과 철저히 차별화하는 것인데, 그 이유는 민간에서 공급하는 주택과 별다른 차별성이 없는 공공분양주택을 공급하게 되면, 주택시장이 ‘왜곡’되고 결국 민간 차원의 주택 공급이 위축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득별․수요별 ‘맞춤형’ 주택․지원정책에서는 두 가지 정책이 특히 중요한데, 그 하나는 ‘국민행복주택’으로 명명한 공공임대주택을 새로 공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민간임대시장의 임차인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그 핵심은 주택바우처 제도의 도입이다.

요컨대 (자가 및 매매 목적의) ‘실수요자’와 (임대 및 매매 목적의) ‘여유계층’을 주택매매시장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유효수요 진작 정책으로써 주택매매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동일한 정책으로써 (주택 구입을 꺼리고 주택임대시장에 머물던 ‘실수요자’를 주택매매시장 쪽으로 유도하는 등) 주택임대시장의 수요를 낮추고 (다주택자 규제 등으로 주택시장 참여에 곤란을 겪던 ‘여유계층’을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건전한 투자수요’로 전환시키는 등) 주택임대시장의 공급을 늘리는 부수적 효과를 거두어 민간임대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것, 이렇듯 ‘시장자율조정기능’을 회복시켜 문제에 대처하되 여기서 배제된 이들에 대해서는 국민행복주택과 주택바우처 등 (‘보편적 주거복지’라고 쓰고 ‘잔여적 주거복지’라고 읽는) 주거복지정책을 펼치겠다는 것이 박근혜 정부 주택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2. 「4․1 대책」의 문제점
- 투기세력의 부활, 무주택자의 주거권 후퇴

1) 주택매매시장의 활성화 – 만병통치약이 아닌 위기지연책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4․1 대책」은 일종의 만병통치약 격으로 주택매매시장의 활성화를 부르짖는다. 그런데 주택매매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주택가격 하락이 주택구입 실수요를 낮춘다고 진단하였으므로) 주택가격의 상승을 유도할 필요가 있고, 그러려면 수요억제-공급확대 정책기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 「4․1 대책」의 주요 주장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선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사실 한국의 주택가격은 이미 매우 높은 편이다. 일례로 국제연합 인간정주회의(UN-HABITAT)에서는 적정한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Price to Income Ratio)을 3~5배로 규정하고 있는데, 한국의 경우 2006년 현재 PIR이 전국 평균 6.5배, 서울 9.8배, 강남권은 12.8배에 달할 정도로 주택 가격이 비싼 실정이다(손낙구, 2008: 92).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주택구입 실수요가 답보하거나 하락한다는 「4․1 대책」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이 주택구입 실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사실 「4․1 대책」의 주장보다는 이 같은 주장이 수요-공급 법칙에 관한 표준적 상식에 더 부합하는 것이기도 한데, 주지하듯 일반적인 상품의 경우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어들고,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례적 현상은 한국 특유의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와 관련이 있는데,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에서는 ‘가계가 생애 및 생활전반에 걸쳐 부딪치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체계’의 근간이 공적 복지가 아닌 가계 중심의 사적 자산―그리고 자산 형성을 촉진하는 정책―에 있다(김도균, 2013: 1~6). 한국의 경우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의 핵심이 되는 가계자산이 바로 주택이다. 실제로 2006년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주택은 전체 가계 자산의 무려 83%를 차지할 정도다. 이렇게 주택이 가계자산에서 가히 절대적인 비중을 점하게 된 배경에는, 공적 복지의 미비를 가계의 자산형성 지원과 주택구입 장려를 통해 대체하려 했던 국가의 전략이 있다(김도균, 2013: 197~202). 특히 한국 정부는 1980년대 후반 이래 주택정책을 통해 자가소유율을 높이는 한편, 주택가격의 상승을 통해 경제성장의 과실을 자가소유 가계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을 전개하였다. 그리하여 2000년 1월부터 2006년 5월 사이 투자 수익률 면에서 아파트(71%)가 주식(28%)이나 정기예금(37%), 회사채(47%)를 압도하는 등 주택은 가장 효과적인 ‘재테크’ 수단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손낙구, 2008: 200). 이는 IMF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정성이 심화되는 한편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국가복지가 정체하는 상황에서, 일반가계가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주택과 부동산을 통한 자산형성에 몰려든 이유이자 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4․1 대책」이 주택매매시장의 활성화와 주택가격의 상승을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같은 한국적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주택이 ‘사는 곳’일 뿐만 아니라 ‘사(고 파)는 것’인 현실에서, 주택의 현금전환이 용이하지 않을 경우 주택은 소득보장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지 않으면 매매차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주택가격이 상승하지 않으면 주택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이루어진 과거의 주택구입, 기실 무리한 (주택담보대출 등) 공식적 또는 (세입자의 전세금을 동원한) 비공식적 차입에 의존한 ‘투기’가 붕괴 위험에 처하게 되는 바, 전체 가계 자산에서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 그리고 한편으로는 금융기관 다른 한편으로는 세입자와 얽혀 있는 광범위한 부채 사슬을 감안할 때, 투기 붕괴가 미칠 파장은 가히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4․1 대책」의 요체는 지난 수십 년간 지속했던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를 재생산하는 것,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체계의 위험부담을 관리하고 그 붕괴를 회피․지연시키는 것에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가소유 및 상품화에 근거한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가 몇 가지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김도균, 2013: 203~207). 우선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때문에 비정규직이나 저소득층, 그리고 청년세대 등 전체 인구의 30~40% 가량은 주택구입에서 체계적으로 배제된다. 아울러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앞서 살펴보았듯 주택가격의 지속적 상승이 필요한데, 이렇게 되면 비자가소유자들의 배제와 피해는 더욱 심화된다.

반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거나 하락시켜 비자가소유자들을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에 편입시키려 할 경우 자가소유자들의 반발에 직면하게 되고, 나아가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를 떠받치는 핵심 동력―주택가격의 지속적 상승―이 사라지기 때문에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의 존속 자체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설사 저소득 비자가소유자들을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에 비교적 성공적으로 편입시킨다 하더라도, 이들의 고용이 대개 불안정․저소득 형태일 것이라는 점에서, 대출상환 중단․지연 및 대규모 파산사태의 위험부담이 상존하는데, 주지하듯 이 같은 위험부담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에서 폭발한 바 있다.2)

이렇듯 자가소유 및 상품화에 근거한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는 비자가소유자들을 배제하거나, (이들을 편입시키기 위해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거나 무리한 금융지원을 할 경우) 체계 지속 자체에서 곤란을 겪는 딜레마에 시달린다. 아울러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가 안정적으로 재생산되기 위해서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한편으로 (주택 구입의 전제가 되는) 안정적인 고용과 소득, 다른 한편으로 주택가격의 지속적 증가와 유동화라는 조건이 필요한데, 현재 한국은 전자와 후자 모두가 위기에 처한 상황이라는 것도 근본적인 문제다. 전자의 위기는 주지의 사실이므로 후자의 위기에 관해서만 언급하자면, 한국의 주택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은 ‘수요억제’ 정책이라는 표층적 차원에 있다기보다, 한국의 주택가격이 이제 거의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사실, 그리고 「4․1 대책」 스스로 지나가듯 언급한 인구 및 가구구조 변화 같은 심층적 차원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에서 기존의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를 재생산하는 데 초점을 맞춘 현재의 「4․1 대책」은 바람직하지 않을뿐더러 실효성도 크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의 구조적 모순을 회피․지연하는, 그러나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대증요법을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돌이킬 수 없게 가시화되는 기존 체계의 지속불가능성과 모순을 발본적으로 반성하는 가운데 비자가소유자들을 포함한 시민 전반의 보편적 주거권이 보장될 수 있는 새로운 주거 및 복지체계를 모색하는 것, 그런 목표로 나아가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정책과 제도를 공적 의제와 토론에 붙이는 것이다.

2) 수요억제-공급확대 정책기조의 역전 – 도시지주계급을 위한, 도시지주계급에 의한

「4․1 대책」은 지금처럼 주택시장이 침체한 원인이 수요억제-공급확대 정책기조에 있다고 평가하면서, 한편으로 유효수요를 진작하고 다른 한편으로 공급물량을 축소․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 유효수요 진작 정책에 관해 살펴보자. 「4․1 대책」은 유효수요층에 (‘무주택자’나 ‘생애최초 구입자’ 등) ‘실수요자’와 (‘다주택자’나 ‘기업형 임대사업자’ 등) ‘건전한 투자수요’를 포함시킨다. 이 중 실수요자 지원 정책의 실효성은 미지수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주택구입의 전제인 고용과 소득의 불안정성은 점점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주택 가격은 ‘사는 곳’ 의 기준에서는 지나치게 높고, ‘사(고 파)는 것’의 기준에서는 최근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말미암아 매매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즉 한국 시민들의 일반적 구매력 대비 주택가격의 수준 및 추세는 주거용으로도, 투기용으로도 매력이 없다. 이런 상황을 현재와 같은 실수요자 지원 정책으로 타개하기란 극히 어려워 보인다.

그랬을 때 유효수요 진작 정책이 진정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은, 「4․1 대책」은 ‘여유계층’이나 ‘건전한 투자수요’ 등의 긍정적 이름으로 부르고, 전통적으로는 ‘부동산투기세력’이라는 부정적 이름으로 불렀던, ‘도시지주계급’(urban landlord class)이다. 주택매매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유효수요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실수요자’를 동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시지주계급을 끌어들여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동반안정’을 유도하는 것이 「4․1 대책」의 현실적 귀결이 될 것이다. 「4․1 대책」이 유효수요 창출 방안의 하나로 ‘시중 여유자금을 활용한 민간임대시장 활성화’를 제시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도시지주계급이 확대되면 시민들의 주거권 및 이를 보장하기 위한 공적 개입의 여지는 줄어들게 된다. 도시지주계급의 경우 기본적으로 주택가격 및 임대료가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이익을 본다. 이는 비자가소유자들의 주택 구입,3) 그리고 주거임차인의 주거권에 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도시지주계급에 대한 공적 통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입증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양질의 저렴한(affordable) 공공임대주택을 입지 좋은 곳에 공급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자가주택과 민간임대주택에 대해 대체재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민간주택부문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간주택부문에 대한 직접적 통제도 가능한데, ‘최저주거기준’이나 ‘임대료 통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이 그 예다.

그런데 이는 도시지주계급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것으로, 이들은 이런 식의 간접적․직접적 개입에 저항하는 경향을 강하게 띨 수밖에 없다. 특히 이들이 전체 주택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현실적 세력이 클수록, 그것이 자가소유의 확대이든, 주택임차인의 보호든간에, 결과적으로 이들의 이해관계에 반하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공적 개입의 여지는 약화된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 정책인 ‘국민행복주택’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은 이상의 경향을 극적으로 예증한다. 도시지주계급의 대변자들은 “행복주택은 주택 매매시장을 왜곡시킨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격이다. 임대주택 시장을 교란해 여러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아시아경제』 2013-05-21). 이들은 양질의 저렴한, 그리고 무엇보다 입지 좋은 곳에 공급되는 공공임대주택 정책을 ‘시장왜곡’으로 규정하면서, 이것이 주택시장을 침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협박을 잊지 않는다. 특히 지난 6월 12일과 13일에 진행된 국민행복주택 관련 주민설명회에서 도시지주계급들은 국민행복주택이 “인근 민간주택 전․월세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격렬히 반발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 고위관계자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지난 17일 “행복주택의 반값 임대료 정책이 원룸 등 인근 민간임대 시장에 충격을 줄지 모른다는 염려를 알고 있다”며 “명목상 행복주택 임대료는 주변 시세와 엇비슷하게 책정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라고 신속하게 화답한다(『매일경제』 2013-06-17). 관련하여 정부가 제시한 대안은 행복주택의 월 임대료를 인근 전․월세금 대비 최저 절반으로 낮추는 초안 대신 임대료를 시세와 엇비슷하거나 조금 싸게 책정하고, 대신 월 임대료 가운데 30~50%를 정부에서 현금 보조금식 주택바우처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의미심장한 사건인데, 국민행복주택과 주택바우처라는 박근혜 정부 주거복지 정책이 민간임대시장을 ‘왜곡’하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는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는 시그널을 도시지주계급과 사회에게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지주계급이 주도적으로 공급․운영하는 민간임대주택의 확대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실제로 유럽 등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공공임대주택보다 민간임대주택에서 더 복합적이고 심층적인 사회적 배제 과정이 일어난다는 연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Hulse and Burke, 2000). 이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미국, 곧 ‘시장자유주의’ 이념을 채택하고 있고 민간임대부문이 압도적인 세 나라는, 이런저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일곱 가지 면에서 사회적 배제가 나타난다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과도한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빈곤과 재정적 불안정성이 강화된다. 자본주의에서 빈곤의 일차적 원인은 낮은 소득인데, 만일 공공임대주택 입주 등으로 주거비 지출이 최소화될 수 있다면 빈곤이 일정하게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하여 잔여적 복지의 원리를 채택하는 많은 나라들에서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은 대개 극빈층에 국한되므로, 이른바 ‘차상위’에 해당하는 ‘노동빈민’(working poor) 등은 이른바 ‘지․옥․고’(반지하․옥탑․고시원)를 포함한 민간임대주택에 다수 거주한다. 이들 민간임대주택은 공공임대주택에 비해 주거환경은 열악하지만 주거비는 훨씬 높기 때문에, 가뜩이나 저소득에 시달리는 빈민들의 빈곤과 재정적 불안정성을 한층 악화시키곤 한다.

둘째, 비자발적 이주를 비롯한 주거 불안정성에 노출된다. 민간임대주택은 한편으로 자가주택, 다른 한편으로 공공임대주택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훨씬 주거 불안정성이 높다. 일례로 호주보건복지기관이 1997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거부조를 신청한 호주의 비노숙 홈리스의 76%가 이전에 거주하던 곳은 자가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이 아니라 민간임대주택이었다. 이는 호주의 민간주택부문에 임대료 통제 조항이나 강제퇴거에 관한 방어권이 없고, 임대차계약기간도 짧은 등 민간임대주택 임차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인데, 이 점에서는 한국 역시 다를 바 없다.

셋째, 시설이 부실한 지역 중심으로 입지가 제한된다. 나라에 따라 민간임대주택의 입지가 퇴락한 도심에 밀집한 경우도 있고,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변두리에 밀집한 경우도 있는데, 어떤 경우든 이곳에 사는 시민들 및 그들이 겪는 문제들은 주변화되고 비가시화되는 경향이 있다.

넷째, 사적 부문의 세입자와 지원 서비스의 연계가 약화된다. 공공임대주택과 비교할 때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세입자들의 상태를 점검하는 관련 직원이 없고, 세입자들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잦아 파악이 힘들며, 세입자가 보건 서비스나 가족 관련 서비스의 대상자라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 임대인이 세입자를 내쫓을 위험이 있어 관계 당국과 임대인 사이의 지원 서비스 연계망을 만들기가 더 어렵다. 즉 민간임대주택의 세입자들은 공공임대주택의 세입자들에 비해 각종 지원 서비스에서 훨씬 더 배제되는 것이다.

다섯째, 세입자들이 주거와 관련하여 실효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할 수 있는 역량이 축소된다. 공공임대주택이 그 도입 시점부터 다양한 형식의 세입자 참여를 토론하고 실행한 데 반해,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한다는 것은 곧 주거에 관한 정보접근 및 의사결정 권한이나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즉 민간임대주택의 세입자들은 권리를 가진 주체가 아니라 지주의 자산증식 수단으로 치부될 따름이다.

여섯째, 정치적으로 주변화된다. 다른 부문에서 그렇듯 주택부문에서도 사유화의 일반적 효과는, 이 부문이나 이 부문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치적 문제로 비화하는 정도가 감소한다는 것,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압력 역시 약화된다는 것이다. 가령 공공임대주택의 주거환경이나 사회적 차별은 어쨌든 공적 쟁점으로 간주되지만, 민간임대주택의 주거환경이나 사회적 차별은 민간에서 알아서 처리할 일로 간주되곤 한다.

일곱째, 차별이 강화된다. 공공임대부문은 민간임대부문에 비해 정치적이고 공적인 책무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가해지는 차별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가 높은 데 반해, 민간임대부문 그 중에서도 기업형 지주가 아니라 (다세대․다가구주택에 함께 사는 임대인처럼) 개인 지주들이 소유하는 영세주택에서는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이런 곳일수록 임대료가 싸고, 따라서 열악한 처지에 있는, 곧 차별에 시달릴 위험이 높은 세입자들이 더 많이 산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 양상은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민간임대주택의 사회적 배제 양상들은 한국의 민간임대주택에서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4․1 대책」은 다주택자와 기업형 임대사업자 등의 주택구입 여건을 개선하여 민간임대시장을 활성화한다고 밝힐 뿐, 민간임대시장에 고유한 문제점에 대한 인식 및 관련 대책을 결여하고 있다.4) 그랬을 때 「4․1 대책」의 현실적 귀결은, 이런저런 수사에도 불구하고, 결국 도시지주계급에게 주택공급․운영의 책임을 맡기고, 도시지주계급의 이해관계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잔여적 성격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으로 될 것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가 목격한 익숙한 풍경이며, 그것이 낳는 문제점도 너무나 분명하다. 도시지주계급의 통제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 한 시민들의 주거빈곤 해소와 주거권 보장은 요원할 것이다. <끝>


<참고문헌>
관계부처 합동. 2013.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
김도균. 2013. 『한국의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의 형성과 변형에 관한 연구 – 개발국가의 저축동원과 조세정치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사회학박사학위논문.
김수현. 2011. 『부동산은 끝났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오월의봄.
손낙구. 2008. 『부동산 계급사회』. 후마니타스.
Hulse, Kath and Burke, Terry. 2000. "Social exclusion and the private rental sector: the experiences of three market liberal countries". European Network for Housing Research Conference (ENHR 2000) ‘Housing in the 21st Century’, 26-30 June 2000, Gavle, Sweden, pp.1-19.


<미주>
1) 특히 공급 과잉과 관련하여 박근혜 정부가 주로 문제삼는 것은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이다. 관련하여 <감사원>에서는 구 <국토해양부>, <서울특별시>, 등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주택정책에 관한 감사를 실시하여 지난 5월 8일 그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이 중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분양 위주로 사업을 추진하여 한편으로 저소득층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고(반면 고소득?자산가가 입주하는 양상이 나타났고), 다른 한편으로 민간주택시장을 위축시켰다고 평가했다.

2) 이와 함께 자산기반 생활보장체계는 공적 복지의 확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데, 그 이유는 ‘연금과 주택의 상쇄관계’에 주목하는 최근의 논의에서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자가소유가 일반적 규범으로 존재하는 사회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회에 비해 공적 연금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크다. 전자의 사회에서는 젊은 시절 주택구입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연금보험료 부담이나 조세부담에 상대적으로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자가소유자의 경우 노년기에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현금소득의 하락―이를 상쇄하는 대표적인 수단은 주지하듯 연금이다―을 임대료 등 주거비의 절약을 통해 일정하게 상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금융제도로써 주택을 (매각하지 않고) 현금화할 수 있고, 또 다세대?다가구주택처럼 임대 용도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 모두 공통적으로 연금에 대한 자가소유자들의 필요를 약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연금―나아가 공적 복지 전반―에 대한 자가소유자들의 지지를 약화시킬 수 있다(김도균, 2013: 202~203).

3) 실제로 손낙구의 분석에 따르면, 1990~2005년 사이 새로 공급된 주택은 총 587만 채인데, 이 중 무주택자의 자가소유로 이어진 것은 전체의 54%에 불과하고, 나머지 46% 곧 270만 채는 기성 자가소유자들이 전유했다. 이 때문에 이 15년 동안 주택 보급률은 33.5%가 증가한 데 비해, 자가소유율은 5.7% 증가하고, 주택임대율은 5.5% 줄어드는 데 그쳤던 것이다(손낙구, 2008: 190~192). 사실 「4?1 대책」이 문제 삼는 수요억제라는 발상이 등장한 것은, 이처럼 주택공급의 확대가 이른바 ‘실수요자’에게 돌아가기보다 ‘도시지주계급’의 확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즉 애초부터 수요억제가 겨냥하던 대상은 실수요자가 아니라 도시지주계급이었던 것인데, 이 점에서도 「4?1 대책」이 주장하는 수요억제 기조 역전은 도시지주계급을 이롭게 할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4) 이런 상황에서 「4?1 대책」은 ‘주거복지정책 패러다임을 공급자 주도 → 수혜자 중심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그 일환으로 임대주택 공급 위주에서 바우처 등 수요자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기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2010년 현재 전국 주택의 4.2%, 서울 주택의 4.3%에 지나지 않으며, 그에 반해 민간임대주택은 전국 주택의 38.9%, 서울 주택의 53.2%에 달한다(김수현, 2011: 28). 기존의 공공임대주택은 그 성격이나 규모 면에서 민간임대주택을 간접적으로 통제하는 수단이 되지 못했고, 최근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행복주택 역시 임대주택시장을 왜곡?교란한다고 비난받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직접적 통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하다. 이런 조건에서 주택바우처를 시행하는 것은 세입자들의 주거환경은 크게 개선하지 못하면서 장기적으로 임대료를 상승시키고 결과적으로 세금으로 도시지주계급들만 배불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덧붙이는 말

반빈곤프리즘 2호. 2013.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