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인가? 보상인가?
서민자/ 여성활동가
드디어 그토록 기다리고기다리던 병역관련 헌법소원이 제출됐다.
왜 남자만 병역의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가. 이건 말 그대로 남
/녀/불/평/등 이다. 여자들은 평등을 좋아하니 이해하겠지? 이제는
여자도 군대를 가야하는 진정한 평등시대가 올 것이다.
여성들이 원하고 원하던 평등시대!! 여자도 군대에 가는 평등시대!!
정말 너무나 좋다.. 난 남녀평등을 굉장히 좋아하지..
자, 자, 준비들 하고 있으라구.. 눈물로써 배웅해 줄테니까.. 하하
– 통신 게시판 글 중에서-
지난 99년 12월 23일 헌법재판소에서 군복무가산제가 국민의 평등권과 공무담임
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판결’을 내리자 여성단체와 소송제기자 학교 게시
판은 폭탄을 맞은 듯 사이버 테러가 무차별하게 진행되었다. 채 15일도 안되
서 정부와 집권여당은 헌재의 결정을 뒤엎고, 군복무가산제를 유지한다는 국가
봉사 경력제를 발표하였다. 군복무 가산제 존치안 반대와 군가산제 폐지를 주
장하자 ‘군가산제 폐지 반대를 위한 사이트 모임’에서는 ‘병역의 의무를 왜
남성들만이 책임져야 하는가’하며 헌법소원을 제출하면서 억울하면 ‘여자도 군
대가라’는 것이다. 이제 군가산제와 관련한 논의들은 문제의 본질을 떠나 여성
대 남성의 전쟁터와 같은 왜곡된 형상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폭력적이고, 권위
적인 남성권력이 어떤 것이지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다.
군복무 가산제 폐지는 군복무기간에 대한 보상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차별
적이지 않은 합리적인 형태의 보상제도를 마련하자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현재 국가공직시험 및 공기업 채용시 가산점 부여는 군복무기간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아니라 제대군인에 대한 ‘특별한 혜택’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1. 차라리 군대를 가고 싶다?
“3학년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7급 공채에 도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공부를
하다보니 7급이 행정고시보다 전혀 쉽지 않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채용시부
터 남녀차별의 장벽이 있었던 것이다. 채용 후 남녀차별을 고려하여 공직을 선택
하게 된 나로서는 매우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막연하게 직급이 낮으니
행시보다 쉽게 합격할 수 있겠다는 안일한 생각에 군가산점에 대해 충분히 고려
가 없었고, 5점이란 점수의 압박도 느낄 수가 없었다. 얼마전 1학년때부터 7급
공부를 하던 나의 친구가 가산점만 있으면 합격할 수 있었는데 불합격하고 나서
공부를 그만 두었다. ‘남자가 군대 가 있는 3년 동안 자기는 열심히 공부하여도
5점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 친구가 공부를 그만하는 이유였다”
-헌법소원 청구자 중 어느 여성의 글
-“군대가는 동기들은 온 세상을 어찔어찔하게 할 만큼의 알콜을 각각의 가슴과
위속에 털어 넣는다. 그 때 그들이 나를 바라보는 취기와 눈물어린 그 눈빛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평소에 보여지던 건강한 신체에 대한 우월감은 간데없고 부럽고 질시하는 듯한
그 눈빛, 그러면서 툭 던지는 한마디 “넌 좋겠다, 신의 아들이라서” 그렇게 나
는 장애인이라서 좋겠다는 말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1년 뒤에 이렇게 나를 부러워한 친구들을 위한 그들의 그 눈물을
닦아줄 수도 있는 제대군인지원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그들은 장애인인 나를 부러워했지만 난 군대에 갈 수 있는 그들을 부러워했다.
군대에 갔다오는 사람들은 그들의 피해의식과 박탈감, 그리고 빼앗간 자아실현
의 시간을 보상해주기를 바란다. 그래서 정부는 그런 법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군대에 가고 싶지만 타의로 군대에 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피해의식과
박탈감 그리고 ‘군대’라는 거대동맹에 들어가지 못하는 소외감은 누가 보상해
주는가? 장애인이나 여성 또한 대한의 국민인데…”
-헌법소원 청구자 중 어느 장애인의
글-
얼마전 군가산제와 관련한 TV토론에서 어느 남성이 ‘우리도 총대신 책을 들고
싶었다”라는 말을 하였다. 인생의 황금기 시기에 아까운 청춘을 받쳐 3년 동안
군복무를 했는데, 가산점도 못주냐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도 보는 봐
와 같이 3년이라는 시간동안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하여도 5%의 가산점을 뛰
어넘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차라리 5%의 가산점을 받을 수만 있다면 군
대를 가겠다는 말이 그냥 한번 내질러보는 말만이 아닌 것이다.
2. 96점은 불합격? 86.5점에 군가산점 5% 받은자 합격! IMF 경제위기 이
후 성차별적 여성 우선해고와 무분별한 비정규직 확산으로 여성고용이 급속
히 감소하여 99년에는 50년만에 처음으로 여성경제활동인구가 40%이하로 떨
어졌으며 또한 신규실업자는 60여만명에 이르고 있으며, 장애인 실업인구는
70%에 달하고 있다. 여성과 장애인이 차별적인 노동시장에 정당하게 진입한다
는 것은 더욱 더 어려워져 ‘하늘에 별따기’와도 같기에 ‘공정한 시험’이라할
수 있는 국가공직시험를 통해서 노동의 기회를 획득하고자 많은 사람들이 응
시하게 된다.
지난 96년부터 98년까지 7급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의 여성 응시자는 연간 약 만
명 전후에 이르고, 9급 국가 공무원 채용시험의 경우 연간 약 4,5만명에 이른
다. 98년도 7급 일반행정직의 합격선은 남성은 86.42점, 여성이 85.28점이며, 9
급 일반행정직의 경우 95.50점이다. 이처럼 7급과 9급 국가공무원 채용시험의 경
우 경쟁률이 매우 치열하여 합격선도 평균 80점을 훨씬 상회하고 있으며, 불과
영점 몇 점 차이로 합격, 불합격이 좌우되고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제대군인에게 각 과목별로 과목별 만점의 3% 또는 5%의 가
산점을 부여한다는 것은 가산점을 받을 수 없는 여성, 장애인, 군미필자의 취업기
회 자체를 봉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례로 98년도 7급 국가공무원 일반행정직 채용시험의 경우, 합격자 99명 중
제대군인가산점을 받는 제대군인이 72명으로 72.7%를 차지하고 있는데 반하여
가산점을 받지 못한 응시자로 합격한 사람은 6명뿐으로 합격자의 6.4%에 불과
하며, 특히 그 중 3명은 여성채용목표제에 의하여 합격한 여성응시자이며, 가산
점의 특혜를 극복한 비제대군인은 통틀어 3명으로 합격자의 3.3%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또한 98년 7급 국가공무원 검찰사무직의 경우 합격자 15명중 가산
점을 받지 못한 응시자로서 합격한 사람은 단 1명 뿐이다.
98년 10월 서울시가 주관한 보건직 9급 시험에서는 100점 만점에 9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고도 여자응시생이 불합격한 반면, 86.5점에 자격증 가산점(5
점)에 군가산제(5점)까지 얻은 남자응시생은 합격하였다.
군가산제가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는 군복무에 대한 보상이 다른 사회구성원들
– 여성, 장애인, 군미필자-의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에 있다. 몇 년간 공부를
하여도 5%의 가산점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는 것은 국가공직시험을 치루기 위
해서는 군복무를 하여 ‘자격’을 갖추어야한다는 말과 동일한 말이 되어버린다. 즉
공정한 시험이 아니라 제대군인에게 기회가 독점되는 것이며, 원천적으로 군복
무를 할 수 없었던 여성과 장애인 군면제자의 경우는 균등한 응시기회에서 사실
상 배제 당하며, 결국은 고용의 기회자체가 봉쇄되기 때문이다.
또한 가산점제도는 공직수행능력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군복무’에 대해서
가산점이 특혜형태로 주어진다는 것이고, 제대군인에 대한 이러한 혜택이 몇
번이고 아무런 제한없이 부여하고 있다는데에 있다. 채용시험 응시횟수에 무관
하게, 가산점제도의 혜택을 받아 채용시험에 합격한 적이 있었는지에 관계없이
제대군인은 계속 가산점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는 한 사람의 제대군인을 위하
여 몇 사람의 비제대군인의 기회가 박탈당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3. 공무원이 되려면 군대를 가던가? 30개월 사회봉사를 이수하라? ‘국민회의 임
채정 정책위원장은 “다만 위헌소지를 없애기 위해 여성이나 군미필자의 경우에
도 봉사경력에 따라 가산점을 부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군복무가산
점제를 남녀간의 성대결로 몰아, 장애인들을 논외로 밀려나게 하고 문제를 본질
적으로 왜곡하게 만들었다.
사회복지 수혜를 받아야할 장애인에게 사회복지시설의 봉사활동을 하라는 것은
말도 안될 일이다. 결국 장애인들의 취업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장애인실업자연대 성명서 중-
국민회의 군복무가산점 존치안이 최고 법기관인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무
시하고, 국가의 기본정신인 헌법상의 평등권을 묵살하였다는 것외에도 예전의
가산점 제도보다 오혀려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는데 더욱 더 큰 문제가 있다.
「공무원/공공기관 취업시 국가봉사경력 가점제 신설(안)」의 경우 봉사활동
시 1개월당 0.1%의 가산점을 받는다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여성, 장애인,
군미필자들은 군필자와 동일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최대 30개월(군필자 가산점
3%이내와 대비)의 사회봉사활동부터 수행해야 한다. 실제 가산점이 당락에 결
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통한 가산점의 취득은 공무원시
험의 합격을 위한 필수절차로 일정한 시험자격을 설정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
다. 이것은 군가산점제가 국민의 평등권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는 문제를
본질에 대한 적합한 해결 방법이 아니라 또 다시 새로운 불평등 제도를 만들어
군복무가산제와 동일하게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인 공무담임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국가봉사경력 가점제안은 대통령이 정하는 사회복지시설 등을 봉사 대상시설
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열악한 사회복지 시스템을 고려해 볼 떄, 이를
현실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우선 사회복지 시설의 숫자가 봉사희망자들에게
봉사활동 장소를 제공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자원봉사체제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이들이 효과적으로 활동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실정
이다. 또한 장애인들이 장기간 봉사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군복무기간의 취업 후 재직기간에 합산안의 경우는 ‘호봉합산범위’를 공
무원/공기업체 등 취업보호기관까지 확대하고, 승진 등 인사관리시 군복무경력을
인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것은 채용시 군복무기간이 가산점으로 인정되는 상황
에서 또 다시 호봉까지 합산하겠다는 것은 군필자에게 채용,승진, 임금에서 3중
혜택을 주는 것으로 군복무가 절대적 차별구조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4. 합리적인 보상안을 마련하라!
군복무가산제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현재 왜곡된 논의의 지형부터 바꾸어 나
가야 한다.
왜곡되게 남녀의 성대결 문제로 몰아가는 것이나, 군복무기간에 대한 보상을 반
드시 가산제로 하여야 하는 것이나 억울하면 여자도 군대가라 등등.
군복무기간에 대한 보상은 다른 사회구성원들 차별하지 않는 형태에서 이루어
져야 하며, 군문화자체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꼐 이루어져야 한다.
군복무기간에 대한 보상은 년말정산시 군복무자에 대한 세제공제 등과 같은 국가
차원의 보상책을 마련해야하며, 60만의 대군(?)이 쓸모없는 노역에 복무하는 것
이 아니라 군 자체 시스템을 개선하고 변화시켜 제대전 일정기간 동안 취업준비
와 능력개발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국방부와 정부는 마련해야 한다. 또한 군내
의 인권유린, 부유층 등의 병역기피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그리고 징
병제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와 문제제기가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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