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책방 :『동아시아의 평화와 인권』(제주4.3연구소, 역사비평사)이제, 평화와 인권의 역사적 진실을 말할 때….

김성희 / 중앙대대학원 신문학 석사과정

“진실은 발견되는 것 같지만 또한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는 과거의

사실을 밝혀 진실을 만들어내야 하고 미래의 평화의 길을 닦아야 할 것이다.”역

사적 진실을 말하는 자는 누구인가. 누가 역사적 진실을 말할 수 있는가.

연도별로 정리되어 교과서에 새겨진 역사적 사건이란 누구누구가 위대한 발명품

을 만들어 인류의 진보에 이바지했다거나, 혹은 민중을 뒤로한 채 진행되는

개별 국가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거대담론일 뿐이다. 잘 닦여진 외길 속에서 빈

틈없이 짜여진 이데올로기적 잣대는 사건의 유의미성을 평가하고,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한 가치판단을 강요한다. 하지만, 굵직굵직하게 나열된 역사적 사

건의 틈바구니에는 국가로부터 소외된 민중의 역사가 숨어있다.

자국의 정치적·경제적 이권 속에서, 제국주의간의 세계적 헤게모니 다툼 속에

서 무참히 짓밟히고 버려진 다수의 민중들이 있는 것이다.

‘제주4.3 제50주년기념 제2회 동아시아 평화와 인권 국제학술대회’ 보고서인

『동아시아의 평화와 인권』은 이러한 틈바구니 속의 역사적 사건과 버려진 다수

민중들의 인권문제를 다루고 있다. 총 4부로 구성된 본 저서는 냉전체제 속에서

일본, 대만, 한국이 미·소의 헤게모니 격전지로 전락한 상황과 이러한 냉전체제

의 폭력과 동아시아 여성의 피해문제, 양민학살의 진상을 살피고 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평화인권운동의 연대와 전망을 모색한다. 특히 본 저

서는 일본, 대만, 한국의 인권운동가 약 500여 명이 논의를 통해 이루어낸 성과

물이라는 측면과 이를 통해 공동의 과제를 모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더한다.

미국의 동아시아 진출을 위한 전술 기지로 전락한 일본의 오키나와, 그 곳의

반기지 투쟁의 역사와 빨갱이들의 대규모 반란행위로 규정된 제주4.3사건, 그리

고 대만의 메카시적 숙청사건인 백색테러사건은 지리상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너

무도 닮아있다. 미국의 헤게모니 싸움 속에서 자신의 삶의 결정권을 제 3자의

손에 넘겨주었다는 점, 국가로부터 철저하게 버려졌다는 점, 이데올로기라는 굴

레 속에서 5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왜곡된 진실과 싸워야만 하는 점과 여전

히 미군의 보호(?) 속에 머물러 있다는 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로써, 이들은 공동의 적을 갖는다. 미국이라는 제국주의와 민중을 등진 개별 국

가가 바로 그것이다. 즉 본 저서는 오키나와, 제주4.3사건, 백색테러사건이 냉전

체제 속에서 어떻게 이용당하였는지, 그리고 개별국은 이를 어떻게 묵인하고

동조하였는지를 밝혀냄으로써 동아시아 민중의 인권보장을 위한 싸움을 시작하

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본 저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전시 인권유린의 핵심적 문제로써 여성 성폭

력의 피해상황과 양민학살의 진상을 피해자의 구체적 진술을 통해 재현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한층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제주4.3사건을 규명하는 데 있어 과감하고 명쾌한 시점을 제시하는데, 당

시 한국의 사회적·정치적 상황과 주체의 역량을 분석함으로써 사회주의 변혁의

당위성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과거를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함인가. 단죄! 이들은 힘있는 자에 의한 폭력과 억

압의 역사적 사건을 심판함으로써 새로운 인권의 역사를 세우고자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권 사상을 바탕으로 한 동아시아 연대를 제기한다. 침략과 패권주

의에 대항하여 인권과 평화의 얼굴을 내밀기, 민중의 평화인권을 위해 이들은

또 하나의 출발점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