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수무역 자료창고
초국적 기업과 전쟁
스티븐 스테이플스(1999)
오늘날 초국적 기업은 막강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이제 국제외교무대에도 자신들의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고 있다. 사실 지난 200년 동안 외교무대는 국가부문만의 독점적인 영역이었으며, ‘무력사용의 위협’은 이들이 정치적 지위를 획득하는 수단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 국가가 가지고 있던 힘과 영향력이 초국적 기업들로 이전되고 있는 현상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으며, 이런 상태로라면 기업총수들도 각국 대사들과 나란히 평화협상자리에 앉아 발언하게 될 날이 올런지도 모른다.
발전도상국들에서, 초국적 기업들은 정부와 다름없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각종 외교나 정치가 초국적 기업들의 이해관계에 못 미칠 경우에, 이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경제적 자원을 이용해 전쟁을 조장할 수도 있다. 그리고 몇몇 경우엔 초국적 기업들 스스로가 경제전쟁을 일으키거나 고도로 훈련된 중무장 사병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투부대’가 될 수도 있다.
수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전쟁이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지난 1956년이래, 수단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200만 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고, 45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실종되었다. 하지만 이 같은 유혈참사가 벌어지고 있는 동안, 초국적 기업들은 석유자원을 개발하기 위해 수단정부와 협력해왔으며, 수단 군부의 무기구매와 병사확충을 지원하기 위해 자금을 제공해왔다.
많은 인권단체들과 교회들은 정부를 향해 전쟁종식에 앞장설 것을 필사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의 외무성장관 로이드 엑스워시는 수단에 진출해있는 캐나다 석유기업들에게 수단의 평화정착을 논의하기 위해 만남을 갖자고 제의하기도 했었다. 1998년 3월 18일, 글로브지는 케나다 외무성장관 엑스워시가 테리스만 에너지사의 총수들과 회동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탤리스만 에너지사는 켈거리에 본부를 둔 캐나다 석유회사로서 수단에서 상당한 량의 원유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 회사는 다른 기업들과 함께 수단남부 원유산출지역과 수단북부의 항만을 잇는 원유송유관을 건설하는데 관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 원유송유관은 길이가 1500km에 달하며, 백만 달러 가량의 건설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무성장관과 테리스만 에너지사의 회동을 보도하면서, 글로브지는 민간부문의 행위자를 외교무대로 끌어내려는 엑스워시의 시도가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어떤 연방관료는 수단지역의 평화정착과 관련해 어떠한 노력도 진행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이 같은 회동이 시도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테리스만 에너지사가 수단전쟁과는 별 상관없는 제 3자적 위치에 있다고 말한 연방관료의 발언을 사실과 다르다. 왜냐하면, 테리스만 에너지사는 수단정권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왔으며, 수단군대를 위해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나다 석유기업들과 수단정부가 협력을 맺기 시작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그러니까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 켈거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락키스 에너지사는 수단 남부지역에서 원유시추작업을 시작했으며, 원유시추사업에 대한 반군의 공격을 우려한 수단정부는 1000여명의 군대를 이곳에 배치했다. 이후, 시추작업이 활발해지면서 유전 또한 늘어나게 되었고, 유전근방에 배치되는 군대의 규모도 자연스레 커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아락키스사는 군대를 위해 병원을 짓고, 군사용 트럭을 보수해주고, 군부대에 각종 전자장비를 공급하는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수단군대를 지원했다. 그 결과 수단정부에 반대하는 반군세력은 정부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수단군대를 지원하는 아락키스 에너지사를 공격대상으로 설정하기에 이른다. 1998년 10월, 아락키스 에너지사는 테리스만 에너지사에 매각되게
된다. 그러자 1999년 2월 11개 종교와 종단은 테리스만 에너지사를 향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제안했다. 즉 “전쟁과정에 개입하고 있으며,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수단정부에 대해 더 이상의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지 말 것”이라는 … 하지만 이 제안을 테리스만 에너지사는 단번에 거절했다.
아프리카 교회연합(ICCAF)또한 수단을 “세계적으로 가장 악덕한 인권탄압국가”라고 지목했다. . 아프리카 교회연합은 ‘가슴으로부터의 외침: 누가 수단에서의 대량학살을 종식시킬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단정부가 비이슬람인들을 향해 대량학살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소년병 충원, 노예제도 유지, 수고한 시민에 대한 무차별 폭격 등 여러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수단에 진출해 있는 테리스만 에너지사가 수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탄압을 거들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수단의 정부대변인은 캐나다 기업들이 개척하고 있는 원유매립지가 “이슬람의 부활과 영생을 가져올 것”이라고 공개석상에서 밝히기도 했었다.
로이드 엑스워시와 테리스만 에너지사 사이의 회동은, 사실상, 1999년말 완공 예정된 송유관건설을 기한 내에 마칠 수 있도록 여러 필요한 협력사항을 논의했던 자리였다. 송유관이 완성되어 원유 송유가 시작된다면, 그 다음 상황은 어떻게 될까? 이런 가정을 세울 수 있다. 즉 수단정부는 전쟁비용에 사용할 수 있는 더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그렇게 되었을 때, 수단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수단과 이웃나라사이의 무기경쟁 또한 증대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단의 상황은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매우 상징적인 사례이다. 예컨대, 만약 초국적 기업의 이해가 인권과 상충되게 된다면, 미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오로지 이윤증대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초국적 기업들의 수중에 평화와 안보를 맡길 수 있을까? 평화, 군축,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해선 초국적 기업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사고하지 않을 수 없다. ▣
■ 글·번역·정리 : 손상열 (평화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