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설비 작업을 하던 40대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졌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현대제철에서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이번 사고를 포함해 노동자 7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현대제철과 4개 자회사 노사가 산업안전보건 관리체계 개선에 합의한 지 38일 만에 발생했다. 금속노조는 반복되는 사망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원청인 현대제철이 모든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슬래그 처리 부대설비 작업을 하던 49세 하청노동자 김 모 씨가 회전하는 드럼 설비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김 씨는 의식이 없는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김 씨는 외주 하청업체 엠텍 소속으로, 현대제철이 발주한 슬래그 처리 부대설비 공사에 투입돼 있었다. 금속노조가 파악한 사고 경위에 따르면 김 씨는 동료의 용접 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함께 드럼 내부에 들어가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 30~40분 동안 움직이지 않던 드럼이 갑자기 회전하면서 김 씨가 설비에 끼였고, 함께 있던 동료 노동자는 몸을 피했다.
사고 당시 설비의 회전을 방지하는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가 핵심적인 조사 대상이다. 금속노조는 엠텍 현장소장의 설명을 근거로 사고 전날인 17일 드럼 회전 방지용 레버 블록이 해체됐고, 사고 당일까지 그 상태가 유지됐다고 밝혔다. 다만 레버 블록이 해체된 경위와 드럼이 갑자기 회전한 원인은 추가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작업자가 설비 내부에 있는 동안 기계의 불시 작동을 막으려는 조치가 이뤄졌는지, 작업 전 안전점검과 현장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도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현대제철에서는 끼임과 떨어짐 등 유사한 유형의 중대재해가 반복됐다. 금속노조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5년간 현대제철에서 노동자 7명이 중대재해로 숨졌다고 밝혔다. 별도로 최근 10년간의 사고를 살펴보면 떨어짐 사고로 3명, 질식 사고로 2명, 끼임 사고로 2명이 사망하는 등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현대제철은 동일 유형 사망사고가 반복된 상위 20개 기업에도 포함된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이번 사고는 현대제철이 원·하청 산업안전보건 관리체계 개선을 약속한 지 한 달여 만에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현대제철과 현대ITC·현대IEC·현대IMC·현대ISC 등 4개 자회사 노사는 지난 9월 10일 개정 노조법에 따른 원·하청 교섭을 통해 자회사의 산업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안전보건 수준을 높이기 위한 중장기 개선방안(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이 합의에 대해 “원·하청 간 대화를 통해 현대제철 사업장이 보다 안전해질 수 있는 뜻깊은 계기”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안전보건 개선을 약속한 지 38일 만에 현대제철이 발주한 작업에서 하청노동자가 다시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 숨진 노동자는 지난달 안전보건 개선 합의에 참여한 4개 자회사 소속이 아닌 외주 하청업체 노동자다. 그러나 사고는 현대제철이 발주한 작업 현장에서 발생했다. 금속노조는 소속 업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이 달라질 수 없다며, 현대제철이 모든 현장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고 반복되는 사망사고를 막을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이번 사고는 설비 내부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갑작스러운 기계 작동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점에서 작업 전 안전조치와 위험작업 관리체계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준다. 사고 설비뿐 아니라 유사한 공정에서도 불시 작동을 막는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반복되는 끼임·떨어짐 사고를 예방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는 21일 고용노동부 천안지청 앞에서 현대제철의 반복되는 중대재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원·하청 노동자 모두를 위한 통합적인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요구하는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노조는 현대제철에서 같은 유형의 사망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개별 작업장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며, 회사가 노동조합과 협의해 현장 전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한 명이라도 안전에서 배제된 사업장은 안전한 사업장이 아니다”라며 “현대제철은 모든 외주, 하청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원·하청 합의가 자회사 중심의 안전보건 개선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당진제철소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가 적용받을 수 있는 대책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요구했다. 노조는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지난 9월 원·하청 교섭을 현장 안전 개선의 계기로 평가한 만큼, 정부가 현대제철의 자체적인 개선 노력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외주·협력업체까지 포괄하는 안전보건 관리체계가 실제로 마련되고 이행되는지 감독하고, 그 과정에 현장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구체적으로 노동부에 현대제철 외주·협력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한 통합적 안전보건 관리체계 수립과 개선에 대한 감독, 끼임·떨어짐 등 반복되는 사고 유형에 대한 전면 감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작업중지 해제 과정에서 원·하청 현장 노동자의 충분한 의견 청취를 요구했다.
노조는 “노동부는 현대제철의 자구적 노력에 기대서는 안 된다”며 안전보건 관리체계에서 배제되는 노동자가 없는지 적극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제철과 노동부가 책임을 다하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개선이 미흡할 경우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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