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극적인 압승을 거두면서 트럼프 비판자들 사이에 퍼져 있던 상식, 즉 그의 경제정책이 정치적으로 전혀 말이 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확인됐다.

미국 유권자들은 압도적으로 생활비 문제를 걱정한다. 과두적 특권과 노골적인 부패에 분노한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은 핵심 인구집단 사이에서 인기가 없고, 많은 유권자는 미국이 가능하게 하고 촉발한 국제적 참상에 역겨움을 느낀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고, MAGA에 맞서는 상당한 규모의 연합을 만들어냈다.

· 경제적 민족주의: 무계획하고 터무니없는 관세와 ICE의 폭력적인 추방은 소수에게 호소력을 가질 수 있지만, 평균적인 미국 유권자에게는 인기가 없다.

· 트럼프는 기업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폭리를 취하고 성장을 밀어붙이도록 허용했다. 여기에 부패까지 더해지면서, 주식시장을 숨죽이며 지켜보지 않는 대다수 미국인에게는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브롤리가르히(broligarchs)’는 들뜬 일부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인기가 있을지 몰라도 더 넓게 보면 경멸받는다.

“빅테크 경영진의 재판을 생중계로 보는 날은 언제 올까?”

AI 데이터센터도 이번 선거의 심판대에 올랐고 처참한 역풍을 맞았다. 어젯밤 월스트리트의 거물급 애널리스트들이 텍사스를 지켜본 이유는 역사적인 ‘블루 웨이브’ 때문이 아니라, 60기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과 2천억 달러의 투자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선거 당일 밤 시장에 가장 큰 뉴스는 다음과 같다.

· 민주당 후보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다만 텍사스주 하원과 상원은 여전히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 지금부터 2030년까지 새로 가동되는 전체 데이터센터의 25%가 텍사스에 들어설 예정이다.

· 현직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Greg Abbott) 텍사스 주지사는 9월 21일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시행했다. 애벗이 승리한 뒤 모라토리엄을 해제하기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모라토리엄이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NDX(나스닥 100)는 2% 넘게 하락했다.”

· 재정정치 자체는 선거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누구도 재정적자를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에 담긴 미국 상류층과 초부유층을 위한 감세는, 터무니없이 부풀어 오른 각종 비용, 특히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다수의 현실과 동떨어진 대통령과 정당, 즉 공화당(GOP)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의료는 현재 미국 경제에서 상당한 일자리 증가를 만들어내는 거의 유일한 부문일지 모르지만, 이 부문의 기괴한 경제구조는 거시경제적 규모로 서서히 타오르는 스캔들이다.

“건강보험은 잘 드러나지 않는 인플레이션 문제다. 보험료는 5% 올랐고, 보험료 분담금은 그보다 더 많이 올랐다. 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임금 상승률을 설명하는 요인일 수 있다. 오늘 뉴스레터에는 빌 노드하우스(Bill Nordhaus)에 대한 생각과 함께 제이슨 퍼먼(Jason Furman),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인공지능(AI) 관련 견해도 담았다.”

· 그리고 이란과의 전쟁, 그리고 미국 사회의 상당 부분이 교통과 물류를 위해 의존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급등이 있다.

출처: TSLombard

상식적으로 보면 이런 정책 조합으로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미국 유권자 가운데 적어도 일부가 정신 나간 허풍과 공포 조장, 이슬람 혐오를 꿰뚫어 보고 강력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실은 그나마 안도할 만한 일이다.

다만 주의할 점은, 특히 고령층을 중심으로 상당한 소수가 여전히 트럼프와 MAGA를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6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서는 공화당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할 수도 있다.

출처: 크리스틴 솔티스 앤더슨

결국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가 애초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가 하는 점이다. 미국 유권자들은 이제 정신을 차렸을지 모르지만, 이 모든 것은 2024년에도 예측할 수 있었다. 당시 유권자들은 물론 민주당 후보 구성이 엉망이기는 했지만, 트럼프에게 확실한 승리를 안겨줬다. 일부 논평가들이 지적하듯 지난 한 세대 동안 나타난 투표 성향의 엄청난 진폭이야말로 놀랍다. 텍사스는 공화당 +2, 공화당 +14를 거쳐 이제 민주당 +11이 됐다.

따라서 우리는 그동안 기이하고 왜곡된 세계에서 살아왔다. 행정부가 유권자의 선호와 정반대 방향으로 끌어가는 극적인 정책을 추진해 왔다. 이제 의회가 기개를 되찾고 MAGA가 레임덕에 들어간다고 가정한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이런 긴장관계는 어떻게 풀릴 것이며, 그 과정이 앞으로 몇 년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 결국 긴장과 왜곡, 모순은 대통령과 그의 MAGA 측근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의 스피드볼 경제는 미국 전역의 강력한 이해집단들을 끌어들였고, 민주당 진영 자체도 국내정책과 외교정책 모두에서 깊이 연루돼 있다.

트럼프의 정책이 분명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해서, 그것을 되돌리면 반드시 빠르게 상황이 좋아지거나, 눈에 띄게 좋아지거나,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답을 내놓을 수는 없다. 나는 새벽 4시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다만 앞으로 주목할 만한 네 가지 질문을 제시해 보려 한다.

#1

개인적으로 나는 카르티크 산카란(Karthik Sankaran)이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에 쓴 “미국의 반세계화 포퓰리즘 물결”이 정점을 지났다는 주장을 좋아한다. 나는 오랫동안 ‘차이나 쇼크’에 회의적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 중심의 경제적 민족주의로 전환한 것은 역효과를 낳고 위험했다고 봤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내 편견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물론 나는 트럼프의 무역정책을 되돌리는 것이 쉽게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선택이라고 믿는다. 캐나다와의 무역전쟁을 끝내는 것은 분명 그래야 한다.

그러나 핵심은 간단하다. 경제적 민족주의와 반세계화는 단지 MAGA만의 집착이 아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약진한 민주당 신진 세력도 이를 널리 받아들였다. 미국 노동운동에도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바이든이 트럼프 1기 때 도입한 보호무역 조치를 되돌리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게다가 세계경제, 무엇보다 중국은 이미 앞으로 나아갔다. 차이나 쇼크 2.0이 도착했다. 그 위력은 엄청나다. 새로 등장한 민주당 의원들은 세계화의 기회와 그 불만에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바이든 시절 민주당 의회 코커스는 중국 문제에서 갈라졌고, 슈머와 펠로시를 중심으로 한 주류는 단호한 강경론을 취했다. 민주당 안에는 관세를 ‘상식적인 정책’처럼 포장하려는 상당한 규모의 로비가 있다. 생활비 위기의 해법으로 더 자유로운 무역을 내세우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을 수 있다. 내가 틀렸다는 것이 증명되면 좋겠다.

#2

이윤 달러 가설, 혹은 그보다 더 강한 스피드볼 달러 가설을 받아들인다면 AI 이야기는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지역 선거와 시위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거시금융의 문제가 된다. AI 주식으로 유입되는 글로벌 자금이 국제수지의 핵심 요소이고, 이번 중간선거 결과가 미국 AI 붐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예고한다면 달러는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미국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려는 주민투표안 30건이 상정됐다. 이 가운데 제한 찬성이 29 대 1로 앞서고 있다.

이들 주민투표안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 그러나 민주당의 압승 규모에 텍사스 주지사 선거 승리까지 더해졌고, 데이터센터 제한 찬성이 29 대 1로 앞서는 상황까지 나타난 만큼 정치인으로 계속 살아남고 싶은 정치인이라면 이런 메시지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달러 약세와 AI 둔화는 K자형 경제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금리 하락을 통해 주택시장을 지원하고, 달러 약세를 통해 무역에 노출돼 어려움을 겪는 부문을 지원할 수도 있다. 이런 조치가 관세보다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평가절하는 수입품을 더 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비싸게 만든다. 미국인들은 터무니없이 높은 생활비에 불평할 만하다. 그러나 현재 달러의 세계적 구매력은 구매력평가와 비교할 때 미국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크게 어긋나 있다. 구매력평가 수준으로 조정되면 외국산 상품의 가격은 올라간다. 스피드볼 상태에서 내려오는 일이 미국에 꼭 필요한 것일 수 있지만, 총체적으로 구매력을 높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K자형 경제를 완화하면서 나타나는 분배 효과와 경쟁이 가져오는 긍정적 효과가 평가절하로 교역조건이 악화하는 효과를 상쇄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3

재정정치는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하다. 블루 웨이브의 초기 소식에 대한 한 가지 의미심장한 반응은 미국 국채가 강세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블룸버그는 이렇게 논평했다. “수익률은 만기 전반에서 하락했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4베이시스포인트 떨어진 4.92%를 기록했다. 트레이더들은 수요일 발표 예정인 재무부의 분기별 국채 발행계획 변경 가능성도 검토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미국 재정 경로에 불안감을 느껴왔다.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한 분점정부는 추가 국채 발행을 필요로 하는 추가 지출이나 감세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렇게 전망했다. “재정 부양은 줄고, 수익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달러를 떠받치던 순풍 하나도 사라질 것이다.”

이 점을 다시 강조하면, 시장은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재정 부양 축소와 경기 냉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겉으로 보면 재정 부양 축소는 다니엘라 가보르(Daniela Gabor) 같은 친구들이 곧바로 내놓은 주장, 즉 미국인들이 “큰 정부”에 투표해 “민간자본으로부터 사회적 합의를 되찾으려 한다”는 주장과 충돌한다.

물론 이 모순은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큰 정부와 수익률 하락은 양립할 수 있다. (1) ‘큰 정부’는 예컨대 AI 거품을 꺼뜨리는 식으로 비재정적 수단을 통해 행동할 수 있다. (2) 큰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재분배적 조세를 통해 세입도 함께 늘려 균형을 맞출 수 있다. (3) 재정적자와 채권시장 사이의 전체 순환고리는 중앙은행 개입과 금융억압을 통해 통제할 수 있다. 새 민주당 다수파가 맞닥뜨릴 과제는 이런 상충관계에서 자신들이 어디에 설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들이 물려받는 금융시장 상황은 2021년 초 민주당이 마주했던 상황보다 훨씬 긴장돼 있다.

#4

전쟁과 에너지 가격: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은 예측 가능한 미래 동안 무기화된 상태가 됐다. 이란은 이를 되돌릴 이유가 없다. 이스라엘, 특히 이스라엘 우파는 긴장을 유지할 모든 이유가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의 전략은 외교적·기술적 측면 모두에서 위험을 줄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문제는 이란이나 이스라엘 어느 쪽에도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으면서 상황을 안정시키고 현실적인 출구를 찾는 것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일지 모르지만, 천연가스와 달리 석유에서는 자국 전략의 세계적 파급효과로부터 차단돼 있지 않다.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은, 적어도 이스라엘 문제에 관한 한 실제로 초당적이었다. 이들은 새로운 민주당 세력이 빠져나와야 할 수렁을 만들어냈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려는 새로운 의지와 군사지원을 끝내려는 움직임은 너무 늦었지만 매우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새 다수파는 2023년 이후 미국이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 지역적 재앙을 되돌리고, 그 국내적·세계적 파급효과를 억제할 포괄적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에 직면할 것이다.

[출처] Chartbook 483 After the midterms: How does America come down from Trump’s “speedball economy”?

[번역] 하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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