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좌파의 정책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으며, 따라서 민주당이 이러한 정책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2028년 대통령 선거에서 좌파 후보를 내세우는 데도 긍정적인 신호다. 트로이 잭슨(Troy Jackson) 미국 메인주 상원의원 당선자. 출처: 트로이 잭슨 페이스북

트럼프 시대를 거치면서 좌파는 선거 결과가 나올 때마다 경악하고 공포에 질리는 데 너무나 익숙해졌다. 그래서 오늘의 선거 결과조차 온전히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어젯밤 역사적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은 유권자들에게 역사적인 심판을 받았다. 전국 곳곳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각급 선거에서 승리했고, 민주당은 연방 의회 양원에서 모두 다수당 지위를 차지했다. 그 결과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여러 면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설명하기는 간단하다. 선거 전 잇따라 실시된 여론조사와 선거 직후의 출구조사에서 유권자들은 한결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경제 상황이 형편없고 물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생각하며, 이 모든 상황을 초래한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다고 보고 그에게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대거 투표장에 나와 민주당에 권력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같은 여론조사들을 보면 유권자들이 민주당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민주당을 트럼프보다 더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추산대로 250석이 넘는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상원에서도 다수당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으며, 하물며 최소 54석을 차지할 것이라고는 더더욱 예상하지 못했다. 또한 민주당이 전국 곳곳의 공화당 초강세 지역에서 승리하고, 텍사스주의 거의 모든 권력 수준에서 공화당을 몰아내며, 전국 주지사직의 과반수를 차지할 것이라고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수십 년 동안 사실상 권력에서 배제되었던 주들에서도 선거에서 승리하고 주지사직과 주의회 양원을 모두 장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오바마는 2010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크게 패배했을 때 이를 ‘참패’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어젯밤 공화당이 겪은 패배는 그야말로 궤멸적인 수준이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에만 좋은 소식이 아니다. 주정부와 연방정부 차원에서 민주당 다수파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좌파에도 역사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좌파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단순한 구호에서 벗어나 전국 곳곳에서 구체적인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좌파는 지난 10년 동안 끈기 있게, 그리고 오랫동안 눈에 띄지 않게 풀뿌리에서부터 쌓아온 정치적 힘을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회는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열려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임기는 아직 2년이나 남아 있다. 민주당은 그동안 트럼프가 저지른 수많은 권력 남용과 범죄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 의회의 감독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로 어떤 정책적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을 만한 이유가 아주 조금은 있다.

트럼프는 어젯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전화해 민주당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앞으로 2년 동안 그저 앉아서 모든 법안에 거부권만 행사하고 싶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지난번 트럼프가 백악관에 머물고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했던 시기, 즉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미국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복지국가 확대를 경험했다. 트럼프는 이념적으로 유연하게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인물이며, 현재 역사적인 실패를 남긴 대통령으로 기록될 처지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지금보다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열려 있다.

좌파 역시 이 기회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구성되는 의회에서 좌파는 수십 년 만에 가장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게 된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소속 의원이 최소 7명에 달하면서, 의회 역사상 처음으로 독자적인 사회주의 의원단을 구성할 기회가 열렸다. 또한 진보 성향의 의원 모임인 ‘스쿼드(Squad)’와 비슷한 형태로 최대 20명의 의원이 참여하는 진보파 ‘블록’을 결성할 수도 있다.

민주당이 하원에서 압도적인 다수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블록’은 당초 예상했던 만큼의 협상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의 하원의장 선출을 저지하거나, 공화당의 강경 보수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Freedom Caucus)처럼 법안 처리를 가로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블록은 분명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2020년 팬데믹 당시 시행한 대규모 지원 정책 상당수는 사회주의 및 진보 성향의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트럼프와 이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급한 경기부양 지원금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요구는 대중에게 절실히 필요했고 폭넓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결국 입법으로 이어졌다.

이번에 좌파는 이전과는 크게 달라진 정치적 환경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게 된다. 사회주의자들은 이미 중도 성향의 민주당 정치인들조차 정치를 이야기하는 방식을 바꿔놓았다. 민주당이 수년 동안 집착했던 정치적 ‘규범’과 민주주의 수호라는 의제는 상당 부분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 대신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억만장자들의 권력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전면에 등장했다. 이러한 정치적 담론을 대중화한 인물들은 각각 뉴욕의 사회주의자 시장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와 ‘과두지배에 맞서는 투쟁’ 순회 집회에 나선 두 사회주의 정치인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였다.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실은 좌파가 어젯밤 여러 주요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자신들의 기본적인 주장을 주변화하고 묵살하는데 사용되었던 논리들이 완전히 설득력을 잃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미시간을 뒤흔든 정치적 지각변동

어젯밤 좌파가 거둔 승리 가운데 압둘 엘사예드(Abdul El-Sayed)가 미시간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를 무려 7%포인트 차이로 꺾은 것보다 더 큰 승리는 없었다. 이는 엘사예드 자신이 지난 5월 승리를 장담하면서 제시한 득표율 격차와 정확히 일치하는 큰 차이였다. 엘사예드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득표를 할 것이라는 끊임없는 전망도 완전히 빗나갔다.

올해 선거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경합주 미시간의 상원의원 선거만큼 중요한 선거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좌파에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진보 후보가 출마해 승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선거였다. 친기업 성향의 민주당 세력 일부에는 좌파 후보가 위험하다는 공포를 조장해 온 자신들의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수도 있는 선거였다. 친이스라엘 로비 세력에는 팔레스타인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정치적 메시지가 선거에서 성공할 경우 이스라엘에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것이 ‘선거에 유리하다’는 자신들의 주장이 무너질 수도 있는 선거였다. 트럼프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에는 핵심 경합주에서의 패배가 앞으로 닥칠 더욱 심각한 정치적 패배의 전조가 될 수도 있는 선거였다.

출처: 압둘 엘사예드 페이스북

엘사예드의 승리는 이 모든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 승리는 두 차례나 선거에서 패배한 데다 정치 경력 내내 전쟁을 부추겨 온 마이크 로저스의 패배를 통해 MAGA 운동의 실패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친이스라엘 로비 세력, 특히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에는 그야말로 재앙적인 결과였다. 이들은 민주당 예비선거와 본선거에 걸쳐 엘사예드를 낙선시키기 위해 수천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또한 엘사예드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권자들, 특히 유대계 유권자들이 그를 두려워하도록 만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출구조사와 실제 투표 자료를 보면, 엘사예드는 자신을 겨냥한 추악한 이슬람 혐오 선거운동에도 유대계 유권자들 사이에서 여유 있게 승리했다. 유대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오클랜드 카운티에서는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엘사예드와 경쟁했던 헤일리 스티븐스(Haley Stevens)의 정치적 기반이기도 했다. 스티븐스는 선거 막판까지 엘사예드를 낙선시키려 애쓰다가 오히려 망신만 당했다.

친이스라엘 로비 세력에 더욱 치명적인 사실은 엘사예드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추가 지원을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이다. 이로써 엘사예드는 이스라엘의 정책에 대한 좌파의 비판이 경합주 유권자들뿐 아니라 유대계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입증했다.

엘사예드가 이러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특히 놀랍다. 같은 민주당 소속으로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후보와 달리, 엘사예드는 거액의 선거자금이 물밀듯이 쏟아지는 상황에 맞서야 했을 뿐 아니라, 그를 낙선시키기 위해 밤낮없이 활동한 당내 인사들의 방해 공작까지 극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헤일리 스티븐스(Haley Stevens)는 선거 막판 공화당 후보 마이크 로저스(Mike Rogers)를 지지한다고 선언했고, 힐러리 숄튼(Hillary Scholten) 하원의원은 선거를 며칠 앞두고 민주당 후보에 맞서 벌어진 기명투표 운동을 지지했다. 기명투표 운동은 투표용지에 이름이 인쇄된 후보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후보의 이름을 직접 적어 투표하도록 독려하는 운동이다.

민주당을 이탈해 공화당을 지지한 인사들의 동기는 다양했다. 그러나 적어도 일부는 엘사예드를 낙선시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원에 반대하는 민주당 내부의 움직임이 더 확산되기 전에 싹을 잘라버리고 싶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은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선거운동 조직에 노골적인 반유대주의자들까지 포함시킨 후보를 당선시키고, 실제 네오나치와 백인우월주의자들과 협력하는 행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패배했고,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한 채 스스로 망신만 당했다.

엘사예드는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인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과 부유층 증세를 내세운 진보적 강령으로도 승리했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가 2016년 처음으로 이 두 정책을 대중화했을 때만 해도, 정치권은 이 정책들이 경합 지역 유권자들에게 지나치게 논쟁적이어서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기에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이 정책들이 폭넓은 대중적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이 너무나 분명해져 공화당조차 굳이 이를 공격하려 하지 않았다. 대신 공화당은 인종적 편견을 자극하는 전략에 모든 것을 걸었다. 엘사예드가 아랍계이며 이슬람교도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이다. 그 결과 이번 선거운동은 21세기에 들어 가장 충격적일 정도로 인종차별적인 선거운동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이 전략 역시 수치스러운 실패로 끝났다.

승리와 패배

이번 선거에서 좌파가 거둔 성과는 엘사예드의 승리만이 아니었다. 메인주에서는 트로이 잭슨(Troy Jackson)이 승리했다. 그는 30년 동안 연방 상원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누구도 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Susan Collins)를 낙선시켰다. 앞서 네 명의 도전자가 실패했던 일을 잭슨이 마침내 해낸 것이다. 잭슨은 18년 동안 주의회 의원으로 활동했고, 주 상원의장과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냈기 때문에 기성 정치에 도전하는 전형적인 좌파 신진 정치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당초 후보였던 그레이엄 플래트너(Graham Platner)가 개인적인 추문으로 선거에서 물러나자, 잭슨은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의 지지를 빠르게 결집시켰다.

잭슨은 사회주의자는 아니지만, 진정한 노동계급 출신이라는 배경과 확고한 진보적 정치 이력 덕분에 좌파가 권력을 맡기를 바라는 후보에 더 가까웠다. 그는 5대째 벌목업에 종사해 온 집안 출신으로, 동료 목재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을 쟁취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결국 잭슨은 평소 민주당을 지지하는 지역에서조차 콜린스가 대량 득표를 할 수 있었던 강점을 무력화하면서 승리를 거두었다.

메인주에서 당선된 민주당 연방 상원의원 트로이 잭슨(Troy Jackson). 출처: 트로이 잭슨 선거캠프

진보 진영이 거둔 또 다른 주요 승리는 제임스 탈라리코(James Talarico)의 당선이었다. 그는 38년 만에 텍사스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승리한 첫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 이번 승리는 텍사스 전역에서 민주당이 역사적인 압승을 거두며 거의 30년 동안 이어진 공화당의 주정부 지배를 끝낸 선거의 일부였다. 탈라리코는 과거 자본주의를 비판한 발언이 한동안 선거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사회주의자는 아니다. 엘사예드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자본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애썼다. 그럼에도 탈라리코는 모어 퍼펙트 유니언(More Perfect Union)과 진보적 변화 캠페인 위원회(Progressive Change Campaign Committee) 같은 단체들의 지지를 받았다. 또한 하산 파이커(Hasan Piker)와 같은 저명한 사회주의자들도 그를 지지했다. 파이커는 좌파가 “초기부터 그를 지지한 세력”이었으며, “그가 승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어쩌면 더 중요한 사실은 탈라리코가 계급에 기초한 정치적 메시지를 내세워 선거운동을 펼쳤다는 점이다. 그는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억만장자들”을 비판했다. 그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는 탈라리코를 낙선시키려다 최소 4,700만 달러를 허공에 날렸다. 탈라리코는 미국 정치에서 근본적인 대립 구도는 “상층 대 하층”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주에서 출마한 많은 민주당 후보들보다도 더 진보적인 메시지였다. 따라서 각종 추문에 휩싸인 켄 팩스턴(Ken Paxton)을 12%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꺾은 탈라리코의 승리는 좌파가 오랫동안 주장해 온 민중주의적 정치 메시지의 승리이기도 하다. 탈라리코가 전 국민을 위한 건강보험제도인 ‘메디케어 포 올’을 지지하지 않고, 버니 샌더스가 텍사스를 방문했을 때도 그와 함께 선거운동을 벌이기를 거부했음에도 그렇다.

샌더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의 선거 지원 성과도 살펴보자.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사회주의자인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지한 후보 21명 가운데 17명이 승리했고, 2명만 패배했으며, 나머지 2명의 선거 결과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샌더스가 지지한 후보들은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나 저스티스 데모크라츠(Justice Democrats) 같은 단체들이 지지한 후보들만큼 일관되게 좌파 성향을 띠지는 않았다. 엘사예드와 잭슨 같은 후보들도 있었지만,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친기업 성향의 경쟁자들을 꺾은 미네소타주 상원의원 당선자 페기 플래너건(Peggy Flanagan)처럼 민주당 주류에 가까운 후보들도 있었다. 지지 후보들의 정치적 성향은 매우 다양했다. 뉴욕의 클레어 발데스(Claire Valdez)와 콜로라도의 멜라트 키로스(Melat Kiros) 같은 DSA 소속 후보들부터 레베카 쿠크(Rebecca Cooke) 같은 후보들까지 포함되었다. 쿠크는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경쟁자보다 진보성이 약한 후보였지만, 트럼프를 지지했던 위스콘신주의 농촌 지역에서 승리해 공화당 의석을 민주당으로 가져왔다. 이 지역은 수십 년 동안 민주당 의원이 대표했던 곳이기도 했다.

샌더스가 지지한 후보 가운데는 선라이즈 운동(Sunrise Movement)의 공동 창립자 윌리엄 로런스(William Lawrence)도 있었다. 로런스는 민주당 후보들 가운데서도 가장 좌파적인 정치 경력을 지닌 인물 중 하나였지만, 경합주인 미시간의 경합 지역구에서 승리해 공화당 의석을 민주당으로 가져왔다. 엘사예드와 마찬가지로 로런스 역시 이러한 좌파적 이력 때문에 선거에서 반드시 패배할 것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로런스가 선거운동 도중 DSA를 탈퇴하고, 화석연료 산업의 국유화를 요구한 내용을 포함한 과거 트윗들과 거리를 두어야 했다는 사실이 그의 승리의 의미를 퇴색시키지는 않는다. 로런스는 데이터센터 신규 건설 유예와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인 ‘메디케어 포 올’을 내세운 진보적 민중주의 선거운동을 통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지역구에서 승리했다. 이 지역구는 과거 CIA 분석관 출신으로 민주당 중도주의의 수호성인과 같은 존재였던 엘리사 슬롯킨(Elissa Slotkin)의 지역구였다.

좌파 후보들이 패배한 선거 가운데도 예상외로 좋은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었다. 공화당의 초강세 지역인 플로리다주에서는 공화당 유권자가 민주당 유권자보다 150만 명이나 많고, 2012년 이후 민주당 후보가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선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DSA 회원인 앤지 닉슨(Angie Nixon)은 3%포인트도 안 되는 격차로 패배했다. 이는 민주당이 주지사 후보로 내세운 공화당 출신 인사가 2%포인트 차이로 패배한 것과 거의 다르지 않은 결과였다. 플로리다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최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격차는 각각 13%포인트, 16%포인트, 0.2%포인트, 8%포인트였다. 더욱이 닉슨은 상대 후보가 자신보다 거의 네 배나 많은 선거자금을 지출하고, 전국 민주당 조직으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이러한 성과를 거두었다. 충분히 승산이 있었던 또 하나의 상원 의석을 확보할 기회를 놓친 민주당 지도부는 땅을 치고 후회해야 마땅하다.

플로리다에서 DSA 회원이 경쟁력 있는 후보로 떠오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5년 전은 물론이고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렸을 것이다. 플로리다는 쿠바계 극우 세력의 본거지이자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의 정치적 기반이며, 이제는 볼소나루(Bolsonaro)의 두 아들까지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닉슨이 이처럼 적은 지원만으로도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엘사예드의 승리와 맞물려, 사회주의자라는 이름 자체가 선거에서 본질적인 약점이라는 주장을 펼치기가 한층 더 어렵게 만들 것이다.

이번 결과를 계기로 민주당 주류 세력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처음부터 플로리다 선거를 질 수밖에 없는 싸움으로 단정해 포기했던 결정을 재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닉슨의 선거 결과는 사회주의 운동 내부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닉슨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경찰 예산 삭감이나 교도소 폐지처럼 유권자들의 반감을 살 수 있는 입장과 거리를 둔 것도 일정 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다. 닉슨의 선전과 더불어 일부 쟁점에서 오늘날 좌파의 정통적인 입장을 완화하거나 채택하지 않은 다른 좌파 후보들의 성공은 DSA 후보들이 지역 유권자들의 성향에 맞춰 선거운동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얼마나 유리한지를 보여준다.

좌파는 네브래스카주에서도 어느 정도 패배를 겪었다. 무소속 후보 댄 오스본(Dan Osborn)이 두 번째 연방 상원의원 선거 도전에서도 승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브래스카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민주당 후보가 주 전체를 대상으로 치르는 선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오스본은 노동조합 지도자 출신으로, 2021년 켈로그의 복리후생 축소 계획에 맞서 파업을 이끌어 승리를 거둔 인물이다. 그는 좌파가 추구하는 선거 전략의 실효성을 검증할 수 있는 일종의 시험 사례였다. 노동계급 정치연구센터(Center for Working-Class Politics)의 연구에 따르면, 이처럼 공화당이 강세인 주에서 승리하려면 민주당이라는 간판을 내세우기보다 진정한 노동계급 출신 후보가 민중주의적 정책을 내걸고 출마해야 한다.

어느 정도는 오스본의 두 차례 선거운동 모두 이러한 주장이 옳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네브래스카에서 치러진 최근 네 차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각각 41%포인트, 19%포인트, 24%포인트, 16%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반면 오스본은 두 차례 모두 한 자릿수인 약 7%포인트 차이로 패배했다. 노동계급을 지지하는 후보들이 네브래스카처럼 공화당의 지지 기반이 매우 강한 주에서 승리하려 한다면, 오스본의 선거운동이 분명 하나의 모범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더라도 패배는 패배다. 오스본은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와 같은 좌파 민중주의 정책을 이민 문제에 대한 중도적 메시지와 결합했다. 그는 트럼프의 국경 장벽 건설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선거 광고를 내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이 노동조합 지도자 출신 후보는 자신이 사실상 민주당원이라는 공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오스본이 국경 장벽 건설과 트럼프의 다른 정책들을 비난하고 유권자들을 모욕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모습이 녹음된 이른바 ‘스캔들’이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여기에 오스본을 낙선시키기 위해 외부 단체들이 막대한 선거자금을 쏟아부으면서 결국 이러한 악재들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 밖에도 좌파는 뼈아픈 패배를 몇 차례 더 겪었다. 대표적으로 저스티스 데모크라츠(Justice Democrats)의 지지를 받은 저스틴 피어슨(Justin Pearson)이 테네시주 제9연방하원 선거구에서 간발의 차이로 패배했다. 피어슨은 흑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급증하면서 공화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한 게리맨더링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승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였다.

반면 사회주의자들은 공화당이 차지하고 있던 인디애나주 상원 제1선거구에서 스콧 홀디슨(Scott Houldieson)이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후보를 꺾고 승리한 것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홀디슨은 자동차 산업 노동조합원으로, 전미자동차노조(UAW) 내부에서 개혁운동을 공동으로 창설하고 이끌었다. 이 개혁운동의 결과로 숀 페인(Shawn Fain)이 노조 지도부를 이끌게 되었다. 홀디슨은 생활비 부담 완화를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펼쳐 14%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승리하면서 공화당 의석을 빼앗았다. 홀디슨은 DSA의 공식 지지를 받은 후보도 아니었고, 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선거에 출마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승리는 좌파가 네브래스카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선거 전략이 어느 정도 옳았음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방선거에서도 좌파의 약진은 계속된다

한편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은 늘 그랬듯이 주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꾸준히 선출직 공직을 늘려나갔다.

이 글을 쓰는 시점까지 DSA는 주의회와 시의회 선거, 시장 선거, 주민투표 등에서 130건의 승리를 거두었다. 42건에서는 패배했으며, 58건은 아직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 앤지 닉슨(Angie Nixon)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했지만, 환경운동가 애슐리 헤르만(Ashley Herrmann)은 플로리다주에서 선출직 공직에 오른 두 번째 사회주의자이자 100여 년 만에 주의회에 진출한 첫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헤르만은 2년 전 공화당 현역 의원이 58%의 득표율로 승리했던 경합 지역구에서 공화당을 꺾었다. 그 밖에 주목할 만한 사회주의자들의 승리로는 로버트 레버티스 벨(Robert LeVertis Bell)의 켄터키주 하원의원 당선과 마테오스 샘슨(Mathewo​​s Samson)의 조지아주 의회 진출이 있다. 샘슨은 재선에 성공한 가브리엘 산체스(Gabriel Sanchez)와 함께 조지아 주의회의 사회주의자 의원 두 명 중 한 명이 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민주당 예비선거 이후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여러 시장 선거다. 자니스 루이스 조지(Janeese Lewis George)는 이제 공식적으로 워싱턴 DC 최초의 사회주의자 시장이 되었다. 그는 주택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풍요(abundance)’ 중심의 개혁과 임대료 안정화 제도 확대를 결합한 저렴한 주택 공급 정책을 내세워 승리했다.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Providence)에서도 사회주의자 데이비드 모랄레스(David Morales)가 예상대로 손쉽게 승리했다. 그는 앞으로 사회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시의회와 함께 주택 위기가 심각한 프로비던스에서 강력한 임대료 규제 정책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모랄레스가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꺾은 현직 시장은 앞서 이 정책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로스앤젤레스 시장 선거는 상황이 조금 더 복잡하다. 현재 사회주의자인 시의원 니티아 라만(Nithya Raman)이 현직 시장 캐런 배스(Karen Bass)를 꺾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라만의 출마를 둘러싸고는 논란이 있었다. 라만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투자철회·제재 운동(BDS)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았고, 지역 DSA 지부도 이에 대해 질문하지 않은 채 그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DSA 전국정치위원회는 라만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려 했지만, 표결에서 단 한 표 차이로 부결되었다. 라만이 승리한다면 21년 만에 로스앤젤레스의 현직 시장을 선거에서 꺾은 첫 후보가 된다.

이 밖에도 전국 곳곳에서 유권자들의 과반수가 찬성하면서 여러 진보적 주민투표 안건이 통과되었다. 대표적으로 미주리주에서는 낙태 금지 법안이 주민투표에서 부결되었고, 몬태나주에서는 정치자금의 출처를 숨기는 이른바 ‘다크 머니‘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으며, 프로비던스에서는 이스라엘 관련 투자 철회안이 가결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데이터센터 건설을 제한하는 주민투표 안건들이 전국 곳곳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되었다는 사실이다. 지금까지 38건이 가결되고 단 1건만 부결되었으며, 8건은 아직 개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이는 폭넓은 좌파 진영이 앞장서서 주장하고 대중화한 입장이 유권자들에게 분명한 지지를 받았음을 보여준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길이 선거에서도 현명한 선택이다

지난 10년 동안 민주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사회주의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은 좋은 성과를 거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민주당이 승리를 자축하는 동안 좌파는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어젯밤은 좌파와 민주당 중도파 주류 세력이 동시에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첫 선거일지도 모른다.

지난 2년 동안 좌파는 트럼프의 우파적 공세에 가장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는 세력임을 보여주었다. 또한 생활비 부담 완화와 과두지배에 맞서는 투쟁이라는 효과적인 정치적 메시지도 만들어냈다. 그리고 어젯밤 선거 결과는 좌파의 정책과 정치적 주장이 선거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민주당 유권자들이 수십 년 동안 들어온 이야기가 사실이 아님을 마침내 입증했다.

수십 년 동안 민주당 유권자들은 선거 때마다 이성과 마음 사이에서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고통스러운 선택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좌파는 마침내 그들이 이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었는지도 모른다.

[출처] In Last Night’s Midterms, the Left Proved It Can Win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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