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선생님 중 기억나는 국사 선생님이 있다. 역사 과목은 잼병이라 관심 없었지만 수업시간은 선생님을 만나는 재미로 흥미를 잃지는 않았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상당히 많은 얘기를 하셨다. 주말에 여행을 갔다거나 방학때 국토대장정 뭐 이런 걸 다녀오셨다거나 하는 등의 얘기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선생님은 특히나 인사동 다녀온 얘기를 자주 해주셨는데 왜인지는 모르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사동에서 우연히 선생님을 만난 적도 있으니 선생님은 아직도 인사동을 자주 다니시는 모양이었다.

수업 시간에 한 번은 김민기의 봉우리라는 노래를 들려주시기도 했다. 어느날은 졸다가 깼는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너무 좋다고 하시면서 읽어보라고 하셨다. 누가 읽어보라고 권했는데 뭐가 맘에 안 들었는지 안 읽고 있다가 너무 할 일이 없고 심심한 날 그 책을 읽었는데 그렇게 맘이 좋더라는 말씀을 하셨다. 책 욕심이 있어 누가 추천하거나 좋다거나 내가 일고 싶다거나 하는 책은 읽건 안 읽건 일단 소장하는 버릇이 있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일단 사서 책꽂이에 고이 꽂아두었다.

대학에 들어온 후, 또 방황이라는 걸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학교를 겉돌던 때가 있었다. 놀다놀다 지쳐서 집에 들어와 문득 책이 눈에 띄어 읽었는데 책이 예술이었다. 선생님의 그 때 그 표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서 얼마 후 신영복씨에 대해 알게 되었고 책이 또다시 새롭게 보였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작가의 배경이나 책에 얽힌 사연을 하나씩 알면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은 나로부터의 사색이 라고 할만큼 많은 느낌을 나에게 전해주었다.

무엇보다 오랜 수감생활에도 변함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여름이면 항상 예를 드는 내용인데 교도소 안에서 겨울에 옆에 있는 사람은 체온이 느껴져 좋지만 여름에는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의 마음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일상에서 주변의 조건이나 상황만으로 사람이 싫어지는 것을 경험 할 때면 그 얘기를 떠올리면서 해결방법을 찾거나 내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곤 했다.

4학년때 내가 다시 이 책을 접한 건 전공강의 시간이었다. 고전수필강론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인쇄물에 인용문으로 이 책이 있었다. 나도 읽었다는 뿌듯 함을 물론이거니와 다른 사람이 예시를 들만큼 좋다는 것이 왠지모를 자부심이 나에게 심어주었다. 그날 수업시간에 나는 ‘<감옥으로부터사색> 中에서’라는 부분을 보면서 혼자 감상에 빠져 수업시간을 보냈다.

나는 이 책을 여러번 만나고 읽었다. 책에 있어 절대 ‘다시읽기’란없는 내게 그것을 깨게 해준 책이었고, 이상하게 나의 생활에서 자주 만나는 책이다. 쓸쓸한 가을에는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김영주/홍익대 교육학 대학원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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