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중반 K씨의 남편은 펀드매니저. 그의 남편은 직장동료 M씨와 열애
(?) 끝에 재산을 은닉시키고 이민을 준비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으나
K씨의 간통고소로 구속됐다. K씨는 남편의 간통과 이민으로 가정과 재산을
한꺼번에 잃을 뻔했으나 간통죄가 있어서 잃을 뻔한 재산권은 찾을 수 있게
됐다.
부인의 의부증으로 이혼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L씨. L씨와 사귀던 P씨
는 부인의 간통고소로 구속됐다. P씨는 새로운 가정을 꾸리겠다는 희망으로
2개월을 복역했으나 선고공판이 있기 하루 전 부인의 고소취하로 이혼이 불
가능해졌다. L씨와 P씨의 재결합에 그들은 다시 고소당했다. 그러나 P씨의
두 번째 간통죄 선고공판이 있던 날, 법정에서 부인이 다시 고소를 취하했
고, P씨에게 남은 것은 전과경력 뿐이었다.
‘파출소장 엄마고발 사건’으로 간통죄 존폐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더구나 그간 줄기차게 존치론을 펴왔던 여성계의 입장도 사회변화
와 맞물려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한층 관심을 모은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상승에 따른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 주장과 가부장
적 관습에 따른 남성들의 이중적 성윤리, 이혼녀에 대한 사회적 냉대로부터
여성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간통죄 폐지 논란을 둘러싸고 팽
팽하게 맞서고 있다. 그러나 양쪽 모두 여성인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데서 당위성을 찾고 있다.
존치론자들은 현재 간통죄 폐지를 주장하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찾을 수 있고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여성들이지만, 남편의 간통
으로 고통받는 대다수의 여성들은 독립적 생활이 불가능해 남편에 기대어
사는 여성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당장의 폐지는 현실적인 불평등을 낳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대다수의 남성들이 상습적으로 외도를 하
면서 가정도 지키겠다는 이중적인 성윤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이
중적인 성윤리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간통죄 존치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간통은 여성만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라 가정과 혼인생활을 보호하는
법률이기에 폐지론자들의 ‘더 이상 여성들을 보호하지 않는다’라는 주장
은 역차별을 가능하게 하는 논리라고 반박한다. 뿐만 아니라 이혼녀에게 냉
담한 사회 분위기에서 간통죄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수단으로써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재산분할 청구권의 신설로 간통혐의가 아닌 이혼의
경우도 재산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이런 경우 최대 인정액이 남편 재산의
50%뿐이며, 만약 남편이 은닉했다면 한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간
통죄로 위자료를 받을 경우는 재산의 100%도 청구가능하며 은닉재산에 대
해서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통죄 존속 주장이 세련되지 못한 주장이고 근대적이지 못한 면이 있
긴 하지만 사회문화적 관습이 세련되지 못한 사회 속에 사는 사람들을 보호
하기 위해서는 절실한 법률”이라고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말
한다.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도 여성인권의 보장을 폐지의 근거로 삼는다. 사
회 분위기가 남자들의 간통은 용인하면서, 여성의 간통은 범죄로 엄벌에 처
하기 때문에 이는 가정을 지키는 수단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여성을 구속
하는 법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대부분의 남성들은 간통죄를 여
성을 처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여성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한 수단
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형사처벌을 받는 사례는 여성이 60%로
더 많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남성 간통자들은 경제력을 이용하여 합의함으
로써 형을 피하지만, 대부분의 여성들은 간통죄로 고소당하면 대부분 형을
살게 되기 때문에 여성을 보호한다는 논리도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
다.
간통죄는 쌍벌죄 규정으로 상간자 여성도 함께 처벌함으로써 ‘상간자인
여성은 보호할 가치가 없는가’라는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한다고도 말한다.
폐지론자들은 “존치론자들이 주장하는 경제적 자립권 확보는 성의 문제
를 재산으로 치환하는 편법”일 뿐 아니라 간통시 구속수사에서 불구속수사
로 바뀌어 합의금을 받기 위함이라는 명분도 무색해져 존치의 정당성이 없
다는 주장이다. 또 재산분할청구권 발효가 부실하다면 제도 보완에 힘써야
지 간통죄 존치를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다.
아내의 간통을 무시하다가 위자료 없이 이혼하기 위해 결정적인 순간에
문제삼아 이혼하는 경우, 남편의 폭행으로 가출한 여성이 재혼했는데 전 남
편이 찾아와 간통죄로 고소하는 등 그 피해사례도 심각하다고 강금실 변호
사는 전한다.
이 두 논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남녀의 권력이 불평등한
현실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사회경제적 조건의 평등을 이루기 전까지는 한시
적으로 간통죄를 인정하면서 재산분할청구권의 강화 등 여성의 경제적 자립
성을 높이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한시적 존치론을 주장하고 있다. 간통죄
폐지 전제조건으로 ▲민사상 재산분할청구권에서 가사노동가치의 현실화로
인한 기여도 산정이 보장될 것 ▲상대방의 외도로 인한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산정이 현실화될 것 ▲여성의 사회적 지위 보장을 위해 여성의 노동
시장 참여의 평등을 보장할 것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결혼 후 생성된 재산을 실질적으
로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안도 있다. 부인의 사전동의
를 강화하는 부부재산제도로 처분권을 제한하는 방법도 모색돼야 한다는 지
적이다.
한편 민우회는 간통죄 폐지론을 조심스럽게 전개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
로서의 여성이 아직도 많은 것이 현실이지만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으로
인한 것도 성적자기결정권 주장을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우회에서는 간통죄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 사례를 모으면
서 점진적으로 폐지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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