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파리
[Z넷(www.zmag.org)] 켄 리빙스턴
현재 프랑스 정치가를 뒤흔들고 있는 파리 시장 선거에 관한 최고의 드라마는 수도의 정치 지
형이 나라 전체의 정치적 양상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BBC의 한 논평가는 파리시 사회당 후보의 승리 전망이 토니 블레어에게 켄 리빙스턴이 그
랬던 것만큼이나 시락 대통령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시락이 자신의 오랜
권력 기반을 바로 턱 밑에서 사회당에게 빼앗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 무슨 짓이든지 하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비유는 블레어에게는 부당해 보인다. 시락 대통령은 파리 내
다양한 우익 분파들이 단일 후보로 단결할 것을 촉구하며, 사회당 베르트랑 들라노에의 파리시
입성을 막기 위해 막후에서 맹렬하게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들라노에가 1차 선거에서 31.3%를 차지하면서 현재로서는 최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승리를
확실히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가 비록 공화국연합(RPR)의 신드골주의자 분파들이
14%를 차지한 현직 시장 장 티베리와, 25.7%를 득표한 공화국연합의 공식 후보 필립 세겡 사
이에서 분열하는 상황으로부터 이득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부패와 선거부정 혐의를 받
고 궁지에 몰려 있는 티베리는 단일 후보 하에 우파가 단결할 것을 제안했지만 세겡은 거부하
고 있다. 녹색당과 공식적으로 연합하여 자신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들라노에에게 녹색
당이 1차 선거에서 12.3%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좋은 신호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세겡과 들라노에 중 누가 당선되든 간에, 파리 시정의 문제들을 다른 각도로 잘 풀어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고대하고 있다. 최근 세겡 후보가 시찰차 런던을 방문했을 때, 나
는 그가 런던의 현안에 보인 관심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의 시찰팀은 우리와 만난 시간의
대부분을 교통정체료 부과 계획을 토론하는 데 할애했다.
물론 나는 가능하다면 런던과 파리, 양 도시에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들이 집권하기를 바라고
있다. 18개월 전만 하더라도 런던시민들이 광역시 선거에서 세 주요 정당이 한 무소속 후보에
게 패배당하는 상황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그 누가 상상조차 했겠는가? 혹은 파리가 1871년 파
리 코뮨 이래 처음으로 좌파 시장을 선출할 기로에 서 있으며, 그럼으로써 파리시민들이 프랑
스에서 처음으로 게이를 고위직 관료에 앉히게 될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들라노에가
마지막 장벽을 넘지 못하고 낙선할지도 모르지만 프랑스의 정치가를 뒤흔든 그의 성과는 매우
의미심장한 것이다.
지난 5월 선거 승리는 -프랑스와 포르투갈 대통령 선거 다음으로- 서유럽 세 번째로 큰 선
거구에서 5백만의 유권자들을 설득시키는 투쟁에 있어 쉽게 얻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10
년 동안 추구해온 정책의 결과였다. 그 접근 방식의 핵심은 좌파가 반대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바꾸어 말해, 좌파의 목적은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처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공직에 진출하고 그 직위를 활용하는 것이다.
들라노에 또한 2차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나처럼 그의 도시에서 이러한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모순에 휩싸인 거대 도시의 시장직을 맡게 된 정치인은 시의 전체적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며, 바로 이 점을 인식하는 것이 도전의 과제라 할 수 있다.
유럽내 각 시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 중 한 가지는 런던 지하철을 포함한 유럽의 모든
공공 교통이 5년마다 강제적으로 경쟁 입찰되어야 한다는 유럽위원회의 법률안으로, 유럽의회
와 각료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곧 시행되게 된다. “공공 교통 서비스에 관한 법률안”으로 명명
된 이 법안은 빠르면 올해 말부터 법적 효력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나는 3년
내에 의무적으로 지하철을 공개 입찰에 내놔야 한다. 이 새로운 법률은 철도, 버스, 지하철, 전
차 등 유럽내 모든 공공 교통에 적용된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교통망이 갖는 의미는 분명하
다. 유럽 전역에서 이 법률안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선거로 당선된 대도시
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런던시 간부들과의 토론에서 파리시 간부들은 지역 차원의 구상에 유리하게 유럽의 행정 업
무에서 대도시의 요구들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을 제기하였다. 그들은 또한 도시계획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나도 이점에 동의한다. 미국 시장들과 가진 최근 간담회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그들이 대도시 시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
시 의제를 매우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그들이 -도시간 철도와 지하철 양
자를 포함한- 철도망에 대규모적인 투자를 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세력들을 결집시키고 있다는
데서 매우 큰 영감을 얻었다. 각기 다른 정당과 정치세력일지라도 미국의 모든 시장들은 이점
에 대해서는 단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주 다우닝가에서는 런던에서 노스(North; 영국 후버강 이북-옮긴이)로의 자원 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는데, 이는 절대 절명의 사회적 요구는 물론이거니와 중심적인 인
프라 문제에 봉착한 수도의 역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정치권의 사고를 드러내고
있다. 파리시 선거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되든 간에, 프랑스로부터 나온 한가지 교훈은 우리
에게도 약간의 도시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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