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건강카드,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전성식 / 민중의료연합 노동조합보건의료정책센터

작년 의사파업과 올해의 건강보험재정 파탄은 우리사회의 보건의료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상업적 보건의료체계에 그 기초를 둔 한국 보건의료의 모순이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노동자와 민중들을 괴롭힐 것이 분명하고 그 근본적 해결은 너무도 당연하게 상업적 보건의료체계의 혁파, 즉 ‘보건의료체계의 사회화’ 뿐이다.

문제가 이러함에도 보건의료 문제를 건강보험 재정 문제로 협소화하려는 김대중 정권은 얼마전 소위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 및 의약분업 조기정착 종합대책’을 발표하였다. 건강보험재정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보건의료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떠벌이며 노동자·민중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기 자신의 본질이 독점자본의 신자유주의 권력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자기에게 조금이라도 미련이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정을 떼려 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자본의 입장에 충실하게 그 기본적 내용은 “모든 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로!”였다. 기대한 바도 없었지만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투쟁이 계속되어야 한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종합대책의 내용 중 ‘국민건강보험재정 건전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전자건강카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언급된 시점부터 광범위한 분노와 투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전자건강카드’ 도입 시도는 저지되어야 한다. 정부는 전자건강카드 도입을 통해, 부당·허위청구를 막고 보험재정을 절감하며 처방전의 위조와 변조를 방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전자건강카드는 실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극히 일부의 예를 제외하고는 부당·허위청구 방지 실효성은 거의 없다. 진료내역서를 작성하고 입력할 때 부당·허위청구가 가능하며, 의료기관간 혹은 의료기관과 환자간의 담합으로도 부당·허위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개인의 기본 신상정보와 질병 및 치료기록 등이 유출될 위험성이 있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신용카드 기능 추가 시에 정보유출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세번째 문제점은 본인 확인을 위해 전자지문 감식 등을 계획하고 있어 제2 전자주민카드로 나아가려 하는 것이다. 이는 강력한 주민 통제기능을 하게될 것이며, 모든 면에서 과거 전자주민카드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것을 시행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을 민간자본 유치로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카드발급 및 재발급, 수수료, 신용카드 연회비 등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의료비의 실질적 인상효과만을 갖게 된다.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전자건강카드 도입시 수수료를 1%만 잡아도 연간 1천500억원의 수입이 가능해 카드업계에선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르고 있고, 업체 선정에 특혜 시비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보험재정을 카드자본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지배를 원활히 하기 위해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자주민카드를 도입하려 했었고, 이러한 의도가 사회적 저항에 의해 저지당했던 것이 기억에도 생생할 터인데, 보건의료 문제에 대한 사회의 관심과 우려가 높아진 상황에서 그것을 이용하여 이름만 슬쩍 바꿔 자신의 의도를 관철하고자 하는 기만적 모습이 가증스럽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 문제를 포함한 보건의료 문제의 근본원인이 자신들로부터 발생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호도하고 모든 부담을 노동자·민중에게 전가한 것을 종합대책이라고 내놓고, 그것도 부족해 건강보험공단 및 심사평가원 구조조정을 운운하고 있는 것을 보면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루라도 빨리 끝장내야할 정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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