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급류 타는 주5일근무제 도입논의

‘공익안’ 띄워 놓고 밀어붙이려나

‘일방통행’ 논의 속 노동자이해 실종 위기

핵심쟁점 여전한 데 ‘의견접근’ 허위발표도

애초 정부가 제시한 주5일근무제 논의시한인 8월말을 넘기면서 노사정위가 합의도출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노사간의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노동부·노사정위의 최근 발표와 달리 핵심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밝혀져 합의도출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노사정위원회 안영수 상임위원(차관급)은 지난 28일 “주5일 근무제는 실시 부담이 적은 공무원, 금융·보험업, 대기업부터 먼저 시작하는 것으로 위원회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장영철 위원장 역시 “9월5∼6일 본위원회까지 공익위원과 차관급 간사회의 의견을 모아 9월 중순께까지는 합의를 이끌어내 정부에 제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주요언론이 일제히 “내부논의에서 시행시기(2007년 완료),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 연장, 생리휴가 무급화, 초과근로시간 상한 연장 등에 의견이 접근했다”고 앞다퉈 보도했다. 그러나 이정식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이와 관련 “언론보도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이본부장은 “시행시기, 연월차, 생리휴가, 탄력적 근로시간 단위 등은 논의가 진척된 게 전혀 없는데, 노사정위와 노동부가 분위기를 그렇게 몰아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총 역시 29일 성명을 내 “내년 7월부터 공무원, 금융·보험, 대기업 부문에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키로 노사간 의견이 모아졌다는 노사정위의 28일 발표 내용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서둘러 발표하는 것은 노사정위가 책임 있는 공익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사정위는 지난 8월28일 근로시간단축 실무소위원회에서 공익위원 안을 마련해 노사 양쪽에 발송했다. 이는 노사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일단 안을 만들어 놓고 노사 양쪽을 설득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사정위는 공익위원 안을 토대로 노동계와 경영계를 상대로 절충을 시도한 뒤 9월3일 다시 소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모아낸다는 계획이다. 이어서 5일 근로시간단축특위를 열어 안을 확정한 뒤 5∼6일께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해서 합의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공익위원 안에 따르면, 주5일근무제는 금융, 보험, 대기업(1천명 이상)과 공무원이 먼저 2001년 7월부터 시작하고, 중소·영세사업장은 정부가 세제 등 지원책을 마련한 뒤 2007년까지 단계적으로 실시토록 하고 있다.

또한 현재 2주 또는 1개월 단위로 운영되고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범위를 노사합의를 통해 1년 이내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월차휴가를 연차휴가로 통합하되 연차휴가 부여기준을 1년 이상 계속 근무해 전체 근로일의 8할 이상 출근한 자로 하고, 부여일수는 1년 이상의 자는 18일로 했다. 근속연수 3년당 하루씩 추가하되 상한선은 22일로 제한하고, 1년미만 근속자에 대해서는 1개월당 하루의 휴가를 연차휴가 산정시점에서 부여하거나 1개월당 1.5일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용자의 권유에도 휴가를 쓰지 않으면 사용자가 금전보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그밖에 공익위원 안은 초과근로시간 상한선은 현행 주당12시간을 유지하고, 초과근로수당 할증률 역시 현행 50%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생리휴가는 무급화하며, 연장근로시간을 모아서 휴가로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선택적 보상휴가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도입논의의 흐름은 노동계의 가장 주요한 축인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노동부와 노사정위에 의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삶의 질 개선이라는 당초취지가 훼손된 채 주5일근무제가 법제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민주노총 주5일근무제 관련 요구안>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

12개 핵심쟁점에 대한 ‘노동자 입장’ 담아

민주노총이 지난 8월30일 주5일근무제 도입과 관련한 12가지 핵심쟁점에 대한 입장을 담은 ‘노동시간단축에 대한 민주노총 요구안’을 내놨다.

이 요구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에 대한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일, 주, 월, 연 단위 근로시간의 상한선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재계가 1년 단위로 확대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 견줘 상당한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경영계가 월차휴가 및 유급생리휴가 폐지, 연차휴가 상한선 20일 설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반면 민주노총은 월차휴가를 연차휴가로 통합해 6개월 이상 계속근무, 전체 8할이상 출근자에게 최초 22일에서 근속년수에 따라 32일까지 휴가를 부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생리휴가에 대해서도 모성보호 규정과 함께 다루어질 문제임을 지적하며 현행 유급생리휴가제도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초과노동시간 제한을 강화(연 200시간, 월 30시간, 주 8시간으로 제한) △초과근로수단 할증율을 인상해 1주 기준 최초 4시간 대해 50%, 4시간 초과분부터는 75% 적용 △선택적 보상휴가제 도입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을 법으로 명시 △현행 유급주휴일제를 유지하고, 임금보전을 법에 명시하는 것을 전제로 무급화 △근로시간제도 적용제외범위 확대 반대 △적용특례조항(주12시간 이상 초과근로 가능) 폐지 등의 내용도 담겨져 있다.

실시시기와 관련해서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단계적 실시론’을 반대하면서 ‘2002년부터 전면적 실시’를 내걸고 중소기업 지원방안 마련, 실노동시간 단축 촉진, ‘노동시간단축위원회’ 구성 등을 제안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 유병홍 정책기획실장은 이와 관련해 “노동계급이 마지막으로 지켜내야 할 선을 담아냈다”며 “특히 탄력적 노동시간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단계적 실시는 노동내부 격차만 벌려

<왜 ‘전면 실시’인가>

단계적 실시는 노동내부 격차만 벌려

가뜩이나 열악한 영세·소규모 노동자에 짐 떠넘겨

‘전면적 실시냐, 단계적 실시냐.’

주5일근무제와 관련 시행시기를 놓고 노동계와 재계가 크게 대립하고 있다.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 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중앙회 등 경제5단체는 지난 8월30일 “2003년부터 주5일근무제를 도입해 2010년께 정착시키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재계는 이와 함께 ‘노사정위원회가 내년 7월부터 실시키로 합의했다’는 최근 언론보도에 대해서도 “합의한 적 없다”고 못박았다. 재계는 더욱이 “노사정위 합의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단독으로 주5일근무와 관련해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기업활동 위축, 기업 해외이전 등 엄청난 후유증을 몰고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일각과 재계의 이같은 기업규모에 따른 ‘단계적 실시론’은 그러나 노동계에서 “주5일 근무 정착에 장애만 될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전산업, 모든 사업체가 일시에 실시하기보다는 사업체 규모와 업종별로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는 가능한 한 주5일근무제 실시를 늦추려는 것”이라며 “주5일근무제 실시의 효과가 하루 빨리 모든 노동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취지에 비추어 맞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또한 “주요선진국들이 입법이나 노사간 산별협약을 통해 주5일근무를 도입한 게 이미 1970년대 이전”이라며 “지금 실시하더라도 다른 나라에 견주어 매우 늦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계의 규모별 업종별 실시 주장은 기업사정만 고려한 것이란 비난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와 관련해 “실노동시간이 짧은 업종과 대규모 사업장부터 실시한다면 노동자 내부간 노동조건 격차만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열악한 노동조건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주5일근무제로부터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열악한 조건으로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는 영세·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주5일 근무제’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유병홍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은 “1989년 주48시간에서 주44시간으로 단축할 때 1∼2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실시한 경험이 있으나 주5일근무제는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이나 영세사업장 노동자를 고려해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해 5월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 따르면 2001년부터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55.1%나 돼 과반수를 넘었고 2002년부터 실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14.3%에 이르러 국민 70%가 1∼2년 사이에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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