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상/편집위원 sang21@hani.co.kr
‘투자가’(investor)와 ‘투기꾼’(speculator)이란 단어가 주는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앞의 것은 뭔가 우아하다는 느낌이고, 뒤의 것은 속물 근성을 물씬 풍긴다.
경제위기를 겪는 국가들에게 쏟아지는 정책 권고의 핵심이 국제금융시장에서 ‘투자가의 신뢰(confidence)를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고 보면,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투기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말을 받아들일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국제금융자본이 ‘투기꾼’이라는 말에 극도의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오늘날 금융투기와 금융투자는 거의 구분이 되지 않는다. 투자가와 투기꾼의 구별도 거의 불가능하다. 투기에 대한 고전적인 명쾌한 정의는 케인스학파에 속하는 영국의 경제학자 니컬러스 칼도어(1908-1986)가 내렸다.
그에 따르면, 투기는 “재화의 사용이나 변형, 한 시장에서 다른 시장으로 재화를 이동시키는 것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이득이 아니라, 현재의 가격이 변동하리라는 희망에 따라 나중에 다시 팔거나 살 목적으로 재화를 사거나 파는 행위”를 말한다.
이런 정의를 금융거래에 적용하면, 미래에 자본이득을 실현하기 위해 이뤄지는 모든 거래가 바로 투기가 된다. 주가가 하루가 멀다하고 급등락하는 것 역시 투기적 거래, 이에 따른 ‘떼거리 행동’(모두가 자본손실을 덜 보기 위해 남보다 먼저 팔려고 하거나, 자본이득을 더 챙기기 위해 앞다퉈 사들이는 행위)이 주식시장의 본질을 이루기 때문이다.
아울러 ‘핫머니’가 상징하는 것처럼 투기가 반드시 단기적인 것만은 아니다. 얼마든지 중장기 투기가 가능한 것이다. 중장기 투기가 가능하려면 미래에 대한 예측가능성에 큰 변동이 없어야 한다.
향후 전망이 순탄해야지, 각종 돌발변수가 생겨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안 된다. 국내·외 금융자본이 각국에 요구하는 통화·물가·환율·재정 정책의 핵심은 결국 중장기 투기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그리고 단기이거나 중장기이거나 투기는 직·간접적으로 생산과 교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생산적인 금융에 어떠한 공헌도 하지 않는다. 투자는 이런 생산적인 금융을 일컫는다.
지난해 말 국내 주식투자인구는 전체 인구의 8.2%, 경제활동인구의 17.6%인 3백88만8천2백40명이었다. 불황 때문에 2000년 말보다 11만여명이 줄어들었지만, 올해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에 배당수익을 받기 위해 주식을 보유하는 소수를 빼곤, 자본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는 반면, 대부분의 자본이득은 세금을 물지 않는다.
[ 96호] 7.15 ~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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