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측이 올해 서울시장 선거 당시 제출한 고액후원자 명단에서 인적사항을 무더기로 허위 기재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치자금법은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 등 회계자료를 허위로 제출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참세상이 입수한 오 시장 측 고액후원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 후원 내역 79건 중 22건의 생년월일이 ‘1999년 12월 31일’로 같았다. 이들 명의로 들어온 후원금은 총 6,607만 원이었다.

오 시장 측이 제출한 후원자 명단에서 직업란은 79건 모두 공란이었고, 그 중 11건은 주소가 기입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서울시장 후보들의 명단에 직업·주소·생년월일이 빠짐없이 기재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원오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후원 내역 74건에는 자영업·회사원·정치인·기타 등 직업이 모두 기재돼 있었다. 김정철 당시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의 후원 내역 10건에도 회사원·자영업·변호사·의사·기타 등 직업이 적혀 있었다. 제39대 서울시장 선거에서 권영국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나경채 정의당 기획실장은 “고액후원자 명단을 허위로 제출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은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고액후원자의 생년월일과 직업, 주소 등은 이른바 ‘오세훈법’에서 정한 보고 항목이다. 정치자금법 제40조는 후원회 회계책임자가 1회 30만 원 또는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해 기부한 후원자의 성명·생년월일·주소·직업·전화번호와 후원 일자·금액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누가 얼마를 냈는지 드러내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취지다. 오 시장은 국회의원이던 2004년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한나라당 간사로 정치자금법·정당법·선거법 개정을 이끌었다. 기업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는 등 불법 정치자금 관행을 끊겠다며 추진한 이들 개정법은 ‘오세훈법’으로 불렸다.
후원자 정보를 제때 확보하기 어려운 실무상 문제가 법 위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신고·보정 절차를 정비하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의당 나경채 실장은 후원자가 신고기한까지 개인정보를 내지 않아 캠프에서 생년월일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때는 선관위에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못한 사유를 설명하고 추후 보정하는 방식으로 신고한다는 것이다. 나 실장은 “정치자금법상 위법을 의도한 신고 회피와 구분하기 어려운 만큼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면서도 “그렇더라도 79건 중 22건이나 생년월일이 같고, 직업이 모두 공란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계보고를 받고 위법 사항에 조치할 의무가 있는 선관위도 관리부실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자금법 제43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회계보고서의 허위 기재 등 법 위반 사실을 인정할 경우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오 시장은 ‘오세훈법’으로 불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다.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다. 지난 7월 1심에서 벌금 1,000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오는 10월 23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기자는 오세훈 서울시장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서울시 관계자에게 수 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시장실에 따로 답변할 담당자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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