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솔직이… 이젠 좀 질린다.

그런데 질린다는 표현을 쓰는 이면에는 나 자신이 캥기는게 있다.

일희일비 부화뇌동했던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거니와

설마 황우석이 쑈했으랴 하는 나즈막한 믿음이 부풀어져

사실을 밝히겠다는(그것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세력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았던게 사실이다.

저놈들… 너무 잘나가니까 시기하는구나.

구린내를 맡았구나… 개코들…

2. 사실 모른건 아니다.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해도

그걸 척수손상 환자에게 주입했다고 해도

그 세포가 뼈가 될지 심장이 될지 털이 될지는

그것까지도 의도된 대로 분화시키는 기술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실제로 벌떡! 일으킬 수 없다는걸… 모른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 단숨에 문턱까지 왔으니 그것마저도 금세 되겠지 라는 희망이

중간 다 까먹고 끝자리만 남아서 정말로 ‘쪼꼼밖에’ 안남았다고

스스로의 최면과 시회적인 집단광기에 희석되고 사로잡혀

저 구석탱이로 스을쩍 밀어넣어버렸다.

어쨌거나 대단한 성과잖아…라고.

영웅 맞잖아.. 하고.

3. 그래. 돈문제도 있었다.

부산에는 신발공장 없어졌고

대구에는 섬유공장 어쩐지 모르겠다.

포항의 제철소는 잘 돌아가는지

온양의 반도체공장은 잘 돌아가는지

울산과 부평의 자동차공장은 잘 돌아가는지

온통 나라에 돈벌어오는 것들 소식이 감감해서

반도체와 핸드폰 다음에는 뭘 팔아먹을까 고민하시던 한량들께서

다음 돈벌이는 생명공학이다! 의료장사다! 하니까 옳다꾸나 했고

지금 먹고살기 어려운데 황우석이 나한테까지 밥먹여주려나 싶어서

‘파이를 늘리자’는 그 고리쩍 최면에 빠져든거다.

황우석이… 온국민을 먹여살린다잖아…

4. 새튼도 맘에 안들었다.

일년넘게 (언론을 통해) 들은 얘기로는

황우석팀이 월화수목금금금 해가면서 만들어낸 연구성과라는데

새튼은 왜 늘 같이 붙어댕긴대?

그러다가 왜 갑자기 결별이래?

아하! 돈이 안되는구나. 이제 충분히 빼갈거 다 빼갔구나…

온통 줄기세포가 돈이라고 하니까 나 역시도 돈으로만 판단하고 있었던거다.

학자든 기업가든 일단 양키니까 노란칠 해놓고 보는

알게모르게 애국주의적(?) 관점이 있었구나.

미국이 싫긴 싫다만, 사실 나쁜놈들일지도 모르지만

사실이나 진실과는 무관하게, 그것들을 살피려 사고하려 하지 않고

가볍게 욕설하고 무시하고 밟아버린건 아닌가…

제길. 반성해도 싫긴 마찬가지지만 미안킨 미안타.

5. 엠비씨가 황우석에 대한 의문을 보도했달 때

저것들이 밥상에 재를 뿌리는구나 싶어 발끈하고

그게 내 밥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만민교회 성도들마냥

우리 교주님 욕보이는 것 같아 엠비씨로 또 달려갔다.

영생으로 이끌 교주님을 욕보였으니 천벌을 받아랏! 하면서 장풍도 쏘고 싶고

저것들의 기고만장이 결국 바벨탑을 쌓는구나 싶어 벼락도 내리고 싶고

언론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의천검을 휘두르나 싶어 부르르 했드랬다.

김선종을 협박했다고 했을 때도 ‘그럼 그렇지’ 했고 ‘기자라는 것들이’라면서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도청이 문제이므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삼성 똘마니와 똑.같.이.

그렇게 생각했다.

뇌가 좀 식은 후에 되돌아보니

난 ‘교주님의 영생을 믿는’ 만민교회 성도에

‘사장님 힘내세요’ 외치는 중앙일보 직원에다

‘파이를 키워서 먹을 때까지 참아야 한다’고 외치던 자본가의 끄나풀이었다.

6. 진실은 아직 모르겠다.

정말로 인간체세포복제 환자유래 줄기세포가 있는것인지

영롱이가 정말로 체세포 복제소인지

스너피도 가짜인지

황우석이 전세계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인지

아니면 단지 파일링을 못하고 주구리장창 연구만 해댄 모자란 과학자인지

조금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확실한건 그간의 나…의 사고는

졸렬하기 그지없고 휘둘릴대로 휘둘린 채 이성을 잃어버린

그런저런 ‘외다수’의 한명이었다는 거다.

7. 그래도 희망 하나.

난자 1,000개를 사서 썼드래도

논문에서 말한 11개가 아니라 딱 2개뿐이라도

환자유래 체세포복제줄기세포는 존재하면 좋겠다.

그저 희망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진실이 절망일 때는 차라리 모르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저 구석탱이에 남아있음은 어쩌리…

8. 설령 강원래가 벌떡 일어나더라도

그건 황우석이 아니라

김송의 힘이라는

친구의 말이 더욱 희망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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