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베이어 앞에서 무기력하게 일만 하던 현장 노동자들의 정서가 예사롭지 않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PC통신에는 ‘금속!! 반격이다!!’, ‘민주노총! 하반기 투쟁 .. 한심하다!’ 등등의 전투적이고 한편으로 격앙된 평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쨍쨍하다.

실제 자본과 직접적으로 대립한 현대자동차, 만도기계 등등의 사업장은 흡사 용광로에 비견된다. “더러운 회사놈들, 마음대로 하라고 그래! 짤리고 혼자 당하지만 않을테니…”라는 어떤 노동자의 울분처럼 아래로부터 힘을 되찾고자 하는 모종의 움직임이 그것!

이러한 현상은 ‘투쟁동력이 없다’고 되풀이 말하는 노동조합 상층 간부의 고백과는 거리감이 있다. 현대자동차 가족 대책위는 이러한 류의 고백에 대해 “금속연맹, 민주노총에서 일하시는 분들, 여러분들의 무사안일한 관점이 우리의 투쟁을 왜곡하고 다시 한 번 우리의 가슴에 못을 박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요.”라고 당부한다.

현장 노동자들의 절박함과 불안감을 무엇보다 명백히 할 수 있는 사건은 현대중공업의 임단협안 부결에 이르러 절정을 이루었다. 최근 몇 년간 현대중공업노조는 과거의 명성이 퇴색된지 오래, 그동안 사측의 신경영전략에 의해 노동조합이 이끄는 투쟁은 조합원들의 외면을 받아 왔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는 오히려 조합원들이 투쟁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지며, 이는 그간 억눌려 왔던 조합원들의 불만과 분노가 드디어 분출하는 징조로 보여진다.

현장의 목소리는 정리해고 완전 반대,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조용형 현대자동차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 선전국장에 따르면, “현재의 위기는 노동자가 양보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금속산업연맹은 현대자동차 사태와 만도기계 사태에서 귀중한 교훈을 배웠다. 무조건적인 정리해고 철폐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그것이다. 그러나 “하반기엔 실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할 방침”이라고 밝힌 금속산업연맹 이홍우 사무처장의 말을 현장 조합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

한편 한국노총도 최근 선거철을 맞아 여느 때보다 강력한 지도부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열기로 후끈하다. 상업은행노조 선거는 97% 이상의 조합원이 투표에 참석하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한 지난 12월에 있은 남해화학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공약을 시작으로 호남석유노조, 대림산업노조도 하반기 선거에서 민주노총 가입을 최대 이슈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파업현장, 그곳에도 들리는 아녀자와 젖먹이들의 울음소리, 평생 기름칠만 해온 현장 노동자들의 분노, “나약한 은행인도 투사가 될 수 있다”고 주먹을 움켜쥐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절망, 100% 파업 찬성의 희망이 존재하는 한 ‘고용안정 쟁취’는 가능하다. 최근 연대 파업투쟁 13일만에 3%의 임금인상과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한 청주지역 화학노조 3총사(정식품노조, 한국네슬레노조, LG화학노조)가 가르쳐주고 있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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