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이 21세. 후쿠오카 출신의 노부치카 에리가 가수로 데뷔하는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던 모양이다. 불과 열 일곱, 고교 1년이 되던 해에 소니 뮤직으로 데모테입을 보낸 그가 답신을 받을 자신의 주소를 써넣는 일을 깜박했던 것이다. 테입을 듣고 가능성을 발견한 소니 측은 황급히 연락을 취하려 했으나 을지로에서 원조 골뱅이 찾기. 급기야 후쿠오카 소재의 우체국을 뒤져 ‘노부치카 에리’란 이름의 소녀를 몽땅 들추어내 주인공을 찾아냈다고 한다. 소니 측은 즉각 그녀를 ‘몬도 그로소’로 유명한 프로듀서 오사와 신이치에게 보냈고 일렉트로니카에 정통한 그는 노부치카 에리의 독특한 음색에 오밀조밀한 인공비트를 입혀 한편의 클럽 사운드 판타지를 만들어 냈다. 지난 해 12월 일본 현지에서 발매된 이 앨범은 수록곡 12개를 통해 공간감있는 일렉트릭 사운드와 회색빛 멜로디 라인이 엮인 신비로운 사운드 구도를 만들어 낸다. 특히 2004년 첫 싱글로 발매된 Lights나 앨범에 새롭게 수록된 Sing A Song 같은 곡은 고밀도 리듬 루프와 짜임새 있는 노래 멜로디가 기묘한 속도감을 뿜어내고 있어 귀를 잡아 끈다. 그러나 포화상태를 이루는 앨범의 베이스 사운드는 마스터링 과정에서 문제가 있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지나치다.

미 여가수 조디 워틀리가 불렀던 If I’m Not in Love With You를 커버한 곡 Endless Story와 다른 한 곡 Journey가 수록된 이 앨범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영화 <NANA>의 한국 개봉에 맞춰 급조된 싱글이다. 같은 노래들의 MR 반주곡 두 개를 포함해 모두 4곡이 실렸다. ‘급조’라는 표현은 좀 과한 것 아닌가,란 의견도 있을테지만 본래 발매일이 작년 9월에다 아티스트 표기를 ‘Ito Yuna’가 아니라 ‘REIRA starring YUNA ITO’로 고집하는 것을 보면 영화의 인기에 얹어 가겠다는 속셈이 빤히 읽히는 것은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오리콘 차트 2위까지 올라간 Endless Story는 영화의 후광을 업은 것이 분명하다고 해도 그다지 큰 매력은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발라드다. 오히려 가벼운 댄스 락 트랙인 Journey가 한결 청량감 있는 울림을 준다. 앨범 자켓에서 매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 여가수는 하와이 호놀루루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마쳤으며 일본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반 한국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적은 미국이라고. 아직 정규앨범은 내놓지 않은 상태며 스펙타클 영화 <LIMIT OF LOVE海猿>의 테마곡으로 쓰일 세 번째 싱글 <Precious>를 오는 5월 내놓는다. ‘얹어가기’는 계속될 모양이다.
영국 기타전문잡지 <기타리스트>는 최근 실시한 투표를 통해 데이빗 길모어를 최고의 ‘펜더 맨’으로 뽑았다. 놀라운 점은 길모어의 꽁무니에는 지미헨드릭스, 에릭크랩톤, 키스리처드(롤링스톤스)와 같은 슈퍼 기타리스트들이 즐비했다는 사실. 물론 22년 만에 발매되는 세 번째 솔로작인 당 앨범의 발매를 코 앞에 두고 타전된 소식이다보니 그 의미가 다소 반감될 소지(앨범 홍보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심)도 있지만 그 유명한 Another Brick In The Wall Part 2의 기타 솔로가 실은 리 릿나워에 의해 연주됐다는 루머까지 돌았던 과거를 떠올려 보면 기타리스트로서 데이빗 길모어의 솜씨를 마음껏 맛 볼수 있다는 점에서 당해 앨범은 큰 의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특히 펜더 기타의 백미는 속이 텅 빈 듯한 ‘할로우’톤을 얼마나 잘 살려내느냐,하는데 있는 것인데, 앨범 전반에 걸쳐 길게길게 이어지는 데이빗 길모어의 기타 솔로는 수많은 기타 마니아들의 골수를 자극했던 바로 그 톤의 미학을 명학하게 건져 올리고 있어 가슴 벅차다. 앨범은 전반적으로 핑크플로이드에서 데이빗 길모어의 역할이 어떠했느냐를 분명히 짚어주는 느리디 느린 포크락과 뚝심있는 미드 템포의 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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