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셰비키 혁명 81주년인 지난 7일, 러시아 전역에서 27만여명이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우리는 지금 위대한 10월혁명이후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고있다”고 지적하고 “옐친이 소련붕괴후 7년 동안 국가를 부패와 가난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혼란한 정정(정정)속에 ‘포스트 옐친’을 겨냥한 각 정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와 유리 루즈코프 모스크바시장의 ‘중도좌파 연대 움직임’.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지(지)는 최근 공산당과 중도파들이 연합해 2000년 대선주자로 루즈코프를 옹립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가노프는 “러시아의 가장 큰 도시인 수도 모스크바를 훌륭하게 통치함으로써 그의 능력을 입증했다”고 루즈코프를 치켜세우고 “우리는 그와의 연대를 지지한다”고 루즈코프에게 적극적인 ‘프로포즈’를 하고 있다.

중도파에서는 지난 4월 국가두마(하원)보궐선거를 통해 정계에 진출한 전(전)국경경비대 대장출신 안드레이 니콜라예프가 온건 노조지도자, 사회민주당원 등의 규합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중도좌파 연대를 추진하는 세력들은 자신들이 내년 12월 총선에서 70%정도 득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00년 대통령선거에서 루즈코프를 간판으로 내세운다면 중도좌파의 크렘린 장악이 가능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들은 공산

당이 비록 국민의 20%정도로 추산되는 핵심 지지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대권을 노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보고 있다.

루즈코프 모스크바 시장 역시 중도좌파 연대를 통해 자신의 취약한 전국적기반을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96년 모스크바 시장선거에서 90% 이상 득표할 정도로 지지도가 높았으나 러시아 나머지 지역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도좌파연대는 실현까지 난관이 많다. 우선 공산당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공산당은 전당대회에서 “선거를 공산당깃발 아래 치러야 한다” 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또한 옐친이 93년 10월 의회를 무력진압할 당시 루즈코프가 옐친의 손을 들어 주었다는 앙금때문에 루즈코프와의 연대에 거부감을 표시하는 당내 세력이 적지않다.

옐친의 무력화로 크렘린 실권이 총리인 프리마코프에게 기울고 있다는 사실도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프리마코프 자신이 중도좌파 성향이며 또 공산당 일부에서 ‘프리마코프 카드’를 주장하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러시아 정국의 이같은 흐름과 관련,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대통령은 최근 네자비시마야 가제타와의 인터뷰에서 차기정권은 프리마코프가 대통령, 루즈코프가 총리, 겐나디 셀레즈뇨프 국가두마의장이 계속 의회를 이끌어 나가는 ‘3두체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해 주목을 끌었다. (박상주 기자)

[저 자] 박상주 기자

[출 처] 문화일보

[발 행 일] 1998.11.09

[발 행 처] 문화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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