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인디포럼 2006’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난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다

리장

‘인디포럼 2006’ 낙원상가에서 열려

독립영화(인디영화)와 역사를 함께 해온 ‘인디포럼’이, 7월 20일(목)부터 2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낙원상가3층)에서 11번째 행사 ‘인디포럼2006’ 를 열고 있다.

올해 ‘인디포럼 2006’은 신작 독립영화의 상영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기존의 영화제 형식에서 벗어나, 포럼과 상영이 병행되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해, 신작영화뿐만 아니라 기존에 발표되었던 독립영화 작품들을 다양한 테마별로 구성하여 관객과 만난다고 한다.

▲ ‘인디포럼2006’을 알리는 큰 입간판

주최인 (사)인디포럼 작가회의는 ‘영화제와 포럼이 공존하는 행사로 변모한 인디포럼의 행보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리며, 영화문화의 다양성과 독립영화의 역할에 대한 시의성 있는 고민과 토론이 영화제, 감독, 관객, 비평가들의 참여속에 지속적으로 제기되길 바란다’고 행사취지를 밝히고 있다.

‘인디포럼 2006’의 상영작은 총 29편이고, 기획전 <독립영화_프롤로그>에서 총 17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포럼 l. 독립영화, 이중성의 모험_90년대 말을 중심으로>에서는 9편의 영화가, <포럼 ll. 영화문화와 비평_이하 영화를 중심으로>에서 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 상영작 관람과 포럼참가는 전회 무료이다. 포럼 발제문과 영화 소개가 들어간 자료지도 1000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독립영화란? 한국의 독립영화는?

‘독립영화(independent film)‘는 이윤 확보를 1차 목표로 하는 일반 상업영화와는 달리 창작자의 의도가 우선시 되는 영화로, 주제와 형식, 제작방식 면에서 차별화된다. 여기서 말하는 ‘독립’이란 자본과 배급망으로부터의 독립을 뜻한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이상용 인디포럼 프로그래머이자 영화평론가는 포럼 발제문에서, 한국의 독립영화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한다.

‘한국영화사에서 독립영화는 단순히 주료 영화로부터 이탈된 그룹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한국의 독립영화가 서구의 인디펜턴트 시네마(Independent Cinema)라는 개념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 것은 이러한 차이 때문이다. 한국의 독립영화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어져 왔다. 오늘날 독립영화라 일컬어지는 일련의 운동은 실천 기반과 이데올로기의 지향점에 따라 단편영화, 열린영화, 작은영화, 민중영화, 민족영화, 비제도권 영화 등의 이름으로 존재해 왔다.

이처럼 다양한 명칭이 사용된 것은 독립영화가 시대와 밀접하게 결부된 산물이었기 때문이며, 독립영화의 위치가 수많은 갈등과 이데올로기의 장이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기다림’을 생각하게 하는 인디

‘인디포럼2006’ 첫째날(20일. 목요일)

이제 며칠이 지나면 내 일상이 아니게 될 일들을 마무리 짓고, 지친 몸을 이끌고 포럼이 열리는 서울아트시네마(종로3가역 근처 낙원상가)로 찾아갔다.

>>서울아트시네마는 (구)허리우드극장이다. 헌데 시간에 쫓겨 바삐 나가느라, 포럼 장소를 잘못알아 종로3가 구석구석을 돌아돌아 찾아다니다가 7시30분께에 극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인디포럼2006’ 오늘의 상영작

도착하니, 오후7시부터 시작한 ‘대체성1. 세계의 멜로’라는 영화가 10여분 밖에 남지 않았다.

인포에서 건장한 스텝과 주최측 인사로 보이는 분에게 부탁하여 ’10분만이라도 좋으니 꼭 보고 싶다’ 하여 검은 커튼을 젖히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갔다.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잠시 눈을 밝히자.

눈부시게 환한 스크린과 영사기의 광선, 객석에 앉은 사람들의 형체가 보인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너무 늦어 앞뒤 사정을 몰라 내용이 파악되지 않는 영화의 끝자락을 잡아보았다.

▲ 상영관안에는 관객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 저 뒤 영사실에서 굵은 빛줄기가 뻗어나온다

정말 10여분 정도가 지나자 영사기의 불빛이 사그러들었다.

이제 40분정도 기다려야 다음 영화가 상영된다.

다시 검은커튼을 젖히고 밖으로 나와 비와 땀에 젖은 몸을 식혀본다.

그리고 포럼이 열리는 주위를 살펴본다.

‘아…여기가 낙원상가구나’

처음이다. 가까이 있었지만 와보지 못한 낙원상가, 그리고 옛 허리우드 극장

이리저리 둘러보니, ‘참 독특한 건물구조다’란 말이 나온다.

요즘 이래저래 말썽 많은 주상복합건물 같아 보이지만, 참 다르다.

사람사는 냄새가 몇십년 동안 베어있어서 그런지 말이다.

▲ 상가와 아파트가 함께 공존한다

▲ ‘인디포럼2006’이 열리는 서울아트시네마. 다음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들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움

8시 40분이 되자, 첫날 4번째 영화 상영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의자에 앉아 곤한 잠을 자고 있었지만, ‘시작합니다’라는 알림이 짜증나지 않는다.

‘아! 시작이구나’하고 짐을 바리바리 짊어지고 상영관으로 들어선다.

앞서 영화보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지만, 그래도 자리들은 많이 비어있다.

포럼 주최측에게는 안 좋은 일이지만, 이렇게 느긋하고 편안하고 조용히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없었는지라 괜히 좋다.

▲ 천장에서 점점이 불빛이 내려온다

천천히 조명이 어두어지더니, 영사기의 광선이 스크린에 맞부딪치고 영화가 시작된다.

왠지 설렌다. 처음 누군가를 만나는 것처럼…

그럼 스틸컷을 보면서 영화속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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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대우차 투쟁속보(인터넷 상영본)

대우차2001 총파업투쟁 영상중계단/2001/13분

<영화소개>

김대중 정권시절 정부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으로 정리해고제를 도입한 이후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정리해고를 당하고 길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우자동차 역시 경영인(전 김우중 회장)들의 경영부실로 최종부도처리로 원칙과 기준도 없이 정권과 자본은 1750명의 노동자를 해고시킨다.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노동자와 조합은 총파업 투쟁으로 대응한다. 그러나…

<느낌과 생각>

보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인천대우차부평공장에서 벌어진 일이라서 더욱 그렇다.

대학시절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때, 노동자들과 함께 하지 못한것이 너무나 부끄럽다. 그냥 버스를 타고 지나가며 전경들에 둘러쌓여 포위된 공장 건너편을 안타깝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리고 수없이 되돌아오는 의문과 질문들만 해댔다.

왜 피땀 흘려 지켜온 직장, 공장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왜 정부와 공권력을 앞세운 경찰들은 저렇게 무자비한지?

왜 누구의 잘못으로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방패와 곤봉, 최루가스를 온 몸으로 받아내야 하는지?

그 답을 알면서 다시 확인하고 확인해 그들에 맞서 저항해야 함을 뇌세포 속에 녹아내렸던 적을 생각나게 한다.

포항 포스코에서도 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고, 현대 하이닉스에서도 되풀이되고 노동자가 있는 곳 어디선지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구조조정과 개방을 앞세운 신자유주의의 침탈’이 지난 98년부터 지금까지 쭈욱 계속되고, 지금은 그 강도가 더해 가고 있다.

제길!

▲ 당시 전투경찰 수천명이 그 넓은 부평공장을 둘러싸고 있었다. 포항 포스코 사태만큼이나 위급하고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나 지금이나 무조건 공권력 투입이다

▲ 당시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노동자 가족들이 매일 매일 노동자들의 농성을 지지하고 함께 하고 있었다

▲ ‘아빠! 힘내세요!’ 이 피켓만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 노동자의 아들이 아버지의 외롭고 고된 저항과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 정부의 강경진압 방침이 떨어지자, 전경들은 물만난 오리처럼 공장안으로 날라들었다

▲ 노동자들의 강경진압에 항의하는 노동자 가족들

▲ 농성하던 노동자들이 두세명의 경찰들에 의해 팔이 꽉 잡힌채 연행되고 있다

▲ 정리해고 노동자 가족들이 경찰들을 몸으로 막고 있다

▲ 하지만 날라오는건 방패뿐

▲ 전투경찰들이 무슨 죄랴만은…연약한 여성을 몰아붙이는 것은 이성을 잃었다고 밖에 없다. 그리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한다. ‘폭력을 조장하는 경찰의 습성’ 말이다

▲ 정리해고 노동자 아이와 아내를 경찰들이 강제연행하고 있다. 이럴때 여경들이 동원된다

▲ 저항의 몸부림과 경찰의 폭력진압에 아이는 겁에 질려있다

▲ ‘너무 억울하고 분하다’ 분하고 억울해서 눈물을 흘린다

▲ ‘신자유주의 수호자’ 경찰은 결국 부평공장을 점령한다. 하지만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저항과 투쟁은 계속되었다

골리앗의 구조

김경만/2006/27분

<영화소개>

2003년까지만 해도 나는 일산 풍동이라는 곳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2004년 한 친구를 통해 알게 된 그곳은 외부로부터 고립된 채 일종의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그곳에서 싸우고 있던 철거민들은 대한주택공사(SH로 이름을 바꿨다)를 상대로 당연히 가져야 할 주거권을 요구하고 있었고, 주공은 수십 년 동안의 관행대로 엄청난 물리력을 동원해 폭력적인 강제철거를 행하고 있었다. 결국 오랜 싸움과 협상 끝에 풍동 철거민들은 아마도 철거민 역사상 최초로 가수용 단지와 영구임대주택을 얻어냈지만, 위원장인 채남병 씨는 살기위해 싸웠다는 이유로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수개월을 구치소에서 보낸 끝에 3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었고, 용역깡패들은 1심에서 집행유예로 모두 석방되었다.

* 관련기사 : 강제철거, 야만의 시대를 끝내자. 한겨레

<느낌과 생각>

상상할 수 조차 없을 만큼, 무시무시한 폭력(외국에서 들여온 새총으로 유리.쇠구슬을 쏘아대는것은 예사고, 불법개조한 포크레인으로 철거민을 위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을 휘두르는 용역깡패를 앞세워 행정대집행을 강행하는 시공사인 대한주택공사(SH), 행정기관, 경찰, 소방서 등등 권력집단들의 더러운 담합과 유착고리를 본다. 그리고 처절하지만 끝가지 싸우는 철거민들의 투쟁과 삶을 보았다.

일산 풍동만 아니라 은평구 한양주택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까 두렵고, 끝까지 합의와 동의없는 강제철거는 막아내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든다.

경찰의 비호를 받으며 거들먹 거리는 깍뚜기들 보기 싫어서라도 말이다.

>> 주택공사 직원이 와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북파공작원(HID)들이 직접 찾아와서는 ‘자신들이 철거민들 다 쫓아내 줄테니 일거리를 달라고’. 아무리 할 일이 없어도 그렇지 ‘폭력’을 일로 삼으려는 저들 또한 용역깡패와 다를게 없을 듯 보인다. 제길!

▲ 일산 풍동 주민들은 경찰과 용역깡패에 철저히 고립되어 있었다

▲ 쫓겨나지 않는다! 주거권을 되찾기 위해 세운 골리앗을 채남병씨가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 골리앗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골리앗 안에는 할머니, 부녀자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용역깡패들의 폭력과 위협은 날이 갈 수록 심해졌다. 하지만 경찰은 먼발치서 눈을 감고만 있다

▲ 결국 컨테이너를 들어올릴 수 있는 고가 크레인과 경찰특공대까지 투입해 철거민들을 끌어내렸다.

우리 모두가 구본주다

태준식/2005/24분

<영화소개>

민중미술가 구본주는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였으나 해당 보험사인 삼성화재는 배상소송 1차 판결을 거부, 2심에 항소했다. 필요에 따라 예술을 이용하는 삼성의 이중성에 예술가들과 시민들은 분노한다. 이 작품은 KBS ‘열린채널’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삼성과 KBS의 압력으로 ‘삼성’과 ‘이건희’ 부분이 검은 마스킹으로 편집되어 방영되었다. 거대 권력의 횡포를 폭로하고자 만들어진 작품은 다시 한 번 언론과 자본 권력에 희생당했다.

* 조각가 故 구본주 소송(삼성화재)해결을 위한 예술인 대책위원회

<감상평>

역시 ‘삼성’이다. 안 걸리는데가 없다. 비리, 조작, 은폐, 로비 등등등 부조리하고 부정의한 일이라면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들이대고 잇는 ‘삼성’

허공에 멋드러지게 발길질 해도 걸리는, 겉모양만 뻔드르하게 사회적, 공익적 책임과 역할을 한다고 내세우지만 속은 썩어 문들어 있는 ‘삼성’의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썩은내를 맡아 본다. 제길!

▲ 삼성화재에 항의하는 포퍼먼스를 동료 예술가들이 펼치고 있다

▲ 화면속의 퍼포먼스는 ‘이건희보다도 못한 오리’

▲ 문광부에 전시되어 있는 구 구본주 작가의 조각 작품들. 그는 속된 말로 ‘A급 작가’였다고 한다

▲ 도시 샐러리맨들의 고된 삶이 조각상에 녹아있다

▲ 고 구본주 조각가의 아내. 문화관광부에서 일하고 있다고 나온다

▲ 예술인들은 자발적으로 거대 자본, 재벌에 저항하기 위해 대책위를 구성한다

▲ 건희보다도 못한 오리가 교육을 받고 있다

▲ 매주 수요일 인사동에서 거리서명전이 벌어졌는데 많은 시민들이 동참했다고 한다

▲ 아이러니컬하게 삼성홈플러스 영등포점에는 고 구본주 조각가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하지 말아야 될 것들

김경만/2003/5분

<영화소개>

하지 말아야 되는데 계속 되는 것 : 전쟁, 군대, 남성성의 과시

베트남에서건 이라크에서건 자기들이 한 짓이 뭔지는 알아야겠습니다. 한국군 아직 철수 안하고 있습니까?

<느낌과 생각>

빠르게 전개되는 화면은 한편의 조금 긴 CF 아니면 뮤직비디오 같다.

박정희 정권시절 대한뉴스의 장면 장면 속에 삽입된 다른 장면들이 무엇을 해야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너무나 쉽고 명료하게 관객들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하고 있고 그것을 막을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는 듯 하다.

늦은 시간까지 영화를 본게 얼마만이던가?

이렇게 기분좋게 영화를 본 적이 얼마만이던가?

폭력과 섹스를 중심으로 빠른 화면전환과 자극적인 영상이 주류인,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상업영화에 신물이 나서, 영화보기를 꺼려하고 외면했던 내게 말이다.

그 신선함과 충격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진다.

상업영화에 찌들어 있는 영화관객과 잠시동안 ‘기다림과 느린 생각’을 원하는 사람들과 한국영화의 건강한 발전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말이다.

‘인디포럼2006’에서 억압과 구속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신선함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것이다.

이번 주말, 비오는 인사동 거리도 걸어보고 낙원상가에서 인디영화도 즐기길 바란다.

Tip. 독립영화를 집에서도 볼 수 있는 방법

– KBS 독립영화관 : 금요일 새벽 1시에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있다. 늦은 시간이라 부담이 되긴 하지만!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만큼 매력적인 독립영화가 매주 상영된다

– 네이버 문화체험 캠페인 : 홈페이지에서 바로 독립영화를 볼 수 있다! ‘새’라는 애니 강추!!

– EBS 교양문화 프로그램 : EBS에서는 다양한 국내외 다큐멘터리 영화를 소개해준다. 시도때도 없이.

리장이 꿈꾸는 초록빛 세상! 그곳에 자유와 평화가 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saves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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