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장의 여름나기

옥상에서 눅눅한 이불과 베게 널다가, 올려단 본 파란하늘 그리고 말벌집

리장

엄청난 집중호우를 동반한 올해 장마가 물러간 뒤, 집은 온통 찝찝한 습기로 가득하다.

지하실은 큰 비가 오면 언제나 그러하듯이 물이 차고, 펌프가 고장나 지금은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이런 집안의 축축한 기운을 떨쳐내려고, 창문을 활짝 열어 젖히고 청소를 시작했다.

우선 눅눅해진 이불을 일광소독하기 위해 옥상에 가보았다.

빨래줄이 축 늘어져 있어 이를 탱탱하게 다시 여매고 다시 계단을 내려가, 가족들이 덮고 베고 잠을 청했던 이불과 베게를 한아름 끌어안고 옥상으로 다시 올랐다. 그리고 햇볕이 잘 내리쬐는 빨래줄과 옥상 곳곳에 이불과 베게를 모두다 널어 놓는다.

쨍쨍 내리쬐는 햇살이 따갑지만, 그래도 장마내내 보지 못해서 그런지 오랜만에 보는 해가 반갑기만 하다.

그리고 이제 낡은 운동화를 빨아본다.

지난 7월 30일부터 31일 1박2일간, 인천 연안 섬의 식물조사를 한다는 인천녹색연합 조사팀과 동행해 석모도와 서검도, 미법도를 돌아다닐 때 신었던 내 낡은 운동화를 말이다.

섬 해안가를 따라 다니며 일일이 식물들의 사진을 찍고 식생조사(개체수나 종류 등)를 해서, 올해 10월께 식물연감을 만들어 인천지역의 초중고등학교에 나눠줄 계획이라 한다.

암튼 3년 동안 주인 따라 이래저래 고생한 운동화를 보니 참 대견하기도 하고, 주인 잘못만나 고생하는 듯 싶어 안쓰럽게 보이기도 하다.

비누칠을 하고 물을 치고 낡은 칫솔로 구석구석 쓱싹쓱싹 씻어 나가다 보니 깔창까지 구멍이 나 있다.

걸을 때 엄지발가락이 닿는 부분이 조금 이상했는데 이것 때문인 듯 싶다.

낡은 운동화도 빨아서 물이 잘빠지게 벽면에 세워놓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

뭉개 뭉개 구름이 파란 하늘 곳곳에 자리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북서쪽으로 구름들이 슬금슬금 날아가는 것도 보인다.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 보며 자연 일광욕을 즐기는데, 눈앞에 무언가 휙 지나간다.

두리번 두리번 주위 잘 살펴보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아! 여기 있구나!’

한참을 찾다가, 하늘빛 처럼 파란 간이의자 아래서 말벌이 집을 짓고 있는 것을 찾아내었다.

3-4마리의 말벌이 분주하게 밀납을 꺼내어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가족들이 오가는 옥상에 말벌집이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람이 괜히 건드리지 않으면 해를 끼치지 않으니 그냥 내버려둔다.

그렇게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고 내려와, 이곳저곳 쓸고 닦고 하니 점심께가 다 되어 버렸다.

한참 땀을 흘려 시원하게 찬물로 등물을 하고 나와, 어머니가 얼마전에 담근 열무김치에 밥 한공기를 후딱 비우고 마저 청소를 끝낸다.

그렇게 한 여름날 청소가 끝났다.

청소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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