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있으면 참 좋겠다!
유일하게 책을 손쉽게 빌려보던, 새마을문고가 사라졌다!
리장
우리 동네에 도서관이 있으면 참 좋겠다
대학 다닐 때, 그러니까 한 4년 전 만해도 우리 동네는 도서관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긴 하지만…
그래서 책을 빌리거나 인터넷과 컴퓨터를 가지고 리포트라도 써낼라 하면, 30-40분 정도 한참 버스를 타고 나가 시내에 있는 도서관으로 가야 했다.
당시 다니던 도서관은 집(서구 공촌동)에서 가장 가까이 위치한 인천 서구도서관(가좌3동 소재)과 고등학생(제물포 고등학교) 때 다녔던 인천 화도진도서관(동구 화수동 소재)이다.
만약 이 둘이 휴관일이거나 찾는 책이 없을 경우, 86년이란 오랜 역사를 가진 인천 시립도서관(중구 율목동 소재, 답동성당 근처)을 찾아가곤 했다.
용돈을 넉넉히 받는 처지가 아니어서, 원하는 책을 살 수 없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희망도서 신청을 하여 책이 구입되면 이를 대출받아 보았다.
그래서 학생시절부터 ‘동네에 그러니까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 도서관 하나쯤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추억속의 새마을문고
이런 바램을 조금이나마 만족시켜줄 만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구청 청사(인천 서구청, 심곡동 소재)내에 위치한 새마을문고였다.
그렇게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지 못하고, 공간도 그리 넓지 않아 책 읽을 공간도 협소했지만, 그래도 참 좋았다.
특히 무엇보다 손 쉽게 읽을 만한 책을 대출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복잡한 절차없이 펼침형식의 대출수첩만 발급 받으면, 넉넉한 대출기간(기본 7일에 연장까지 가능했다) 동안 책을 무려 3권이나 빌려볼 수 있었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도서관을 찾아가기 어려운 동네 주민들이나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명소가 되었다.
난 대학 1-2학년 시절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했는데, 새마을문고에는 그의 책이 많이 있었고, 군복무 이후 공무원시험준비를 해볼까해서 비치된 공무원시험준비서들을 이용하곤 했다.
그외 이런저런 소설책과 고전문학집들을 빌려보곤 했다.
그렇게 새마을문고는 내겐 교양과 지식을 채워줄 창고 노릇을 톡톡히 해 주었다.
새마을문고가 사라졌다
그런 새마을문고의 기억을 찾아갔다.
무더운 여름을 나무 그늘에서 책과 함께 보내볼까 하는 생각에 말이다.
집밖에는 뙤약볕이 쫙쫙 내리쬐고 있었지만 망설이지 않고, 자전거를 타고 더위를 요리조리 피해가며 새마을문고가 있던 구청 청사로 향했다. 우리집에서 구청까지는 자전거로 5분 거리다.

↑ ‘함께하는 구정, 살고싶은 서구’라는 슬로건이 나붙어 있다.

↑ ‘최고의 행정서비스 최상의 고객만족’이라는 표어가 맘에 들지 않는다. 공무원노조에 계신분이 이런 말을 하신적이 있다. ‘고객’이란 말은 결국 주민들을 ‘소비자(돈을 가지고 있어야,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로 규정해, 공공서비스의 차별적 적용과 양극화를 말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고객’이란 말보다 ‘주민’이라는 말을 쓰는 것이 어떻냐고 사람들에게 물어온 적이 있다.

↑ 요즘 지자체에서 ‘영어마을’을 만드는 것이 유행인가 보다. 인천 서구에도 생긴다고 허니. 할 말이 없다. 삶을 살아갈 때 더 필요한 다른 것들도 많은데, 영어 위주의 교육이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될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도착해서는 익숙하게 주차장 한 귀퉁이에 자전거를 주차하고, 슬슬 구청 민원실쪽으로 들어가 보았다. 몇 년만에 찾아서 그런지 잠시 낯설어 보이긴 하지만, 여기저기 눈익은 청사 내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민원봉사실로 들어가본다.

↑ 여기도 ‘고객 감동’을 주겠다는 슬로건이 나붙어 있다.

↑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민원 창구가 한산하다.

↑ 주민이 찾아와 민원상담을 하고 있다.

↑ 4-5평 남짓한 유아놀이방도 민원실 옆에 있다. 한 여자아이가 들어갈지 말지 망설이고 있다.

↑ 커다란 수족관에 비단 잉어들이 헤엄치고 있다.

↑ 민원인들을 위해 컴퓨터, 인터넷, 프린터를 사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 구정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홍보책자들도 비치되어 있다.

↑ 인천 서구 마스코트는 ‘서동이’이다. 사슴을 캐릭터화 했다.

↑ 사내아이 둘이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 인터넷 카페에서는 각종 오락 및 유해사이트를 이용할 수 없다.


↑ 하지만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

↑ ‘국정지표’와 ‘구정방침’에는 좋은 말 일색이다.

↑ 구청 로비에 서구 가정동 뉴타운 사업을 나타내는 조형도가 큼지막하게 나붙어 있다.

↑ 옛 한미은행이 있던 자리를 이제 시티은행이 자리하고 있다.

↑ 이곳에 새마을문고가 있었다.
둘러보던 것을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민원실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겨 청사 로비를 지나, 새마을 문고가 있던 세무과로 향했다.
그런데…두둥!!
‘헉! 새마을문고가 없다! 바로 이 자리였는데, 한미은행과 세무과가 있던 바로 이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추억을 더듬어 찾아간 그 곳에 있어야 할 새마을문고가, 공포영화의 그것처럼 사라져버린 것이다.

↑ 새마을문고가 있던 자리인데, 주민복지과 사무실로 바뀌어버렸다.

‘어찌 된 것일까?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그렇게 초조 불안해 하다, 새마을문고가 있던 곳(지금은 주민복지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의 벽면에 붙어있는 A4지를 발견했다.
‘헉! 새마을문고가 이전했다니!’

↑ 옛 추억이 있던 새마을문고가 사라지고 없다. 저 멀리 검단복지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그 안내문을 보고 있자니, 너무나 허탈하고 야속하고 아쉽기 만해 멍하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구청장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어졌다.
이 동네에서 30년을 살아온 주민으로서 말이다.
‘마을 주위의 그린벨트를 풀어 교육청과 학교시설을 짓겠다는 소리가 들려오던데, 그것보다 도서관부터 아니 새마을문고라도 다시 만들어주면 안되겠니? 아니면 교육청과 학교시설내에 도서를 비치해서 시민들에게 개방하면 안되겠니?’
라고 말이다.

↑ ‘희망을 설계하자’는 서구구민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공도서관을 확대하거나 학교시설내 도서관 시설을 주민들에게도 개방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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