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 뛰어넘어, 진정한 ‘평화’를 위해

왜 ‘평화국가’인가? 우리는 어떤 나라를 꿈꾸는가?

한반도 분단체제와 ‘평화국가’만들기, 그리고 시민사회운동

리장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발족 3주년 기념 심포지움 열려

8월 10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재향군인회에서 역대 국방장관 17명은 회동을 열어,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추진과 관련해 국회동의 절차 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 발표했다.

이들 역대 장관들은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연합뉴스와의 특별회견에서 전시 작통권 환수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시한데 대해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성명서를 통해 ” 이 문제(전시 작통권 환수)는 당장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돼 국민에게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우리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존망이 걸린 중대 안보사안이므로 당연히 전 국민의 의사를 묻고 국회의 동의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6/8/10 기사 참조)

↑ ‘평화국가’ 구상과 시민사회운동 심포지움

같은 날, 서울 정동 배재대학교 학술지원센터 세미나실에서는 역대 국방장관들의 볼멘 소리와 달리,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의 침략전쟁과 레바논 민중들의 죽음, 미군기지이전으로 인해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생존과 평화를 향한 몸부림을 지켜보면서, ‘진정 우리를 평화롭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기 위한 의미심장한 심포지움이 열렸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발족 3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심포지움은, 한국의 외교안보정책과 구상이 커다란 난관에 봉착되어 있는 현실에서, 기존 군사중심의 ‘안보국가’에서 벗어나 시민이 주체가 되어 평화주의 원칙과 방법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평화국가’를 구상하고자, 그 필요성과 가능성, 그리고 ‘평화국가 만들기’의 행동과제가 무엇인지 토론하고자 기획되었다고 한다.

‘안보국가’에서 ‘평화국가’로 나아가자

냉전체제의 분단구조의 고착화로 인해 강박관념화 된 ‘안보’라는 이름에 갇혀 보이지 않았던 ‘평화’에 대한 추상적인 담론 조차 없는, 우리 사회에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란 갑작스런 화두를 공개적으로 던져준 이번 심포지움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특히 국가안보를 제일의 가치로 삼고, 안보를 명분으로 폭력적, 억압적 국가장치를 정당화하는 국가를 말하는 ‘안보국가’를 뛰어넘는 실현가능한 대안적 ‘평화국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는 기회도 얻었다.

평화군축센터의 발표용 자료에는, ‘평화국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평화국가’란?

_ ‘안전’과 ‘위험’ 및 ‘이익’의 인식과 해석 및 대책 실행에서 시민이 주체가 되어 평화적 방법으로 평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공동체

_ 평화주의를 이념적 기반으로 하고 평화적 생존권을 귄리론적 기반으로 하는 국가

_ 평화국가는 폭력에 대한 성찰로 사회적, 국가적 정체성을 변혁하려는 개념적, 실천적 개념

_ 국가의 물리력 사용에 대한 시민적 통제권이 온전히 실현되는 공동체

_ 폭력에 대한 시민사회의 성숙한 성찰과 인식 심화가 법적 규범적 원리로 방영된 공동체

_ 새로운 ‘안전’ 개념에 기초하고 ‘예방’을 중심으로 하는 총체적 ‘방어’를 실현하는 공동체

_ 기존의 안보-패권-질서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을 야기하는 변화지향적 국가의 정책 패러다임

평화국가의 기본원칙

_ 폭력, 안전, 위험에 대한 (재)인식, (재)판단 대책에서 시민주권의 회복 및 민주주의 실현

_ 방어 목적 이외에 정책 수단으로서 군사력 부정

_ 침략전쟁의 부인, 비공격적 방어, 총체적 방어, 적극적 군축, 보편적 규범 및 인권에 기초한 군사안보 정책

_ 이러한 원리가 외교, 안보정책의 최고 원리로 성립

_ 윤리외교, 분쟁예방외교, 평화외교

_ 국제적 지역적 평화공동체의 지향

_ 경제체제 등에 의한 구조적 폭력의 방지 및 제거

또 다른 국가체제가 아닌 진짜 ‘평화’를 위해

힘의 균형과 군사동맹을 평화유지전략으로 삼아 군수산업을 통해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생산하고 정보를 통제하고 비밀에 붙여 공포와 배타적 국가주의로 상대적인 적을 만들어내어 불안과 전쟁을 일삼게 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 안보국가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평화’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평화국가’를 만들기 위한 정부, 기업, 시민사회 공동의 참여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번 심포지움의 핵심이다.

↑ 1부 발제자와 토론자

하지만, 발제자와 토론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평화국가’가 가능한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평화국가’를 말하기전에, 국가의 정체, 본질에 대한 것을 확인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다들 알고 있어서 그런건지 모르지만.

여러 토론자들이 지적했듯이, 본질적으로 폭력기구를 유지, 운용하는 국가체제, 국가중심주의는 실질적인 평화를 저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고, 그 현실에서 자칫 ‘평화국가’가 ‘평화+국가’ ‘평화=국가’라는 기계적인 도식에 치우친 논의로 나아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해본다.

단순히 국가(정치)체제만의 변화가 아닌 패러다임에 대한 전체적인 변화를 말하고 있긴 하지만.

현 분단체제하에서 어떤 ‘평화국가’상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것인지도 그 상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과정상에서 만들어가야 한다지만, 국가체제의 변화만으로 ‘평화’를 담보할 수 있을지는 계속 의문이 든다.

↑ 심포지움 참가자들

이런 우려를 하게되는 것은 바로 이웃한 ‘평화국가’라는 일본의 우경화와 군사화에서 엿볼 수 있다. 일본을 평화국가라지만, 그들은 침략전쟁의 패전국으로 비무장 헌법을 갖게 되면서 ‘평화’라는 이름도 얻게 된 것이다. 그런 일본은 지금도 평화헌법을 개정해 ‘평화국가’ 대신에 ‘보통국가’ ‘안보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자위대의 군비증강과 해외파견 등.

이것이 시사하는 것은 앞서 말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평화적 국가체제는 언제든지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근본적인 한계를 놓치고, ‘평화국가’ 담론이 자칫 국가체제 중심의 논의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비약도 해본다. ‘국가’ 자체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토론내에서 언급되었지만, 평화운동진영(단체나 활동가)이 ‘국가를 평화롭게 만들겠다는 생각이 순진하다’고 비판하는 외부의 ‘안보국가’의 존립과 근거에 대한 논리로부터 공격해 오는 것을 어떻게 받아낼 수 있을지? 그 만큼의 자기 준비가 되어 있는지?도 우선 고민해 봐야 한다는데는 적극 공감한다.

특히 평화운동진영의 연대가 어떤 수준인지 알 수 없었다.

스스로 더 다가가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암튼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내가 던진 수많은 의문과 질문에 대해서 이렇게 답하고 있었다.

“가능하다” “지금부터 우리가 시작해야 한다” “함께 고민하고 행동하여, 평화를 만들어가자” 라고.

* 아래는 심포지움의 1부 발제문 결론 부분을 발췌해 옮긴 것이다.

1부 : 왜 지금 ‘평화국가’를 말하는가? : 한반도 분단체제 극복과 ‘평화국가’

한반도 분단체제와 ‘평화국가’ 만들기 / 구갑우(경남대 북한대학원)

남북한의 국가정체성 변화에 의해 형성된 ‘6.15시대’가 남북한이 서로를 친구로 생각하는 단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시기구분이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남북한 관계가 적대적 관계가 회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평화국가’로 변환되어야 한다.

평화국가 만들기를 통해 남북한은 부국강병을 추구하는 근대국가적 정체성을 넘어서야 한다. 남북한이 한반도 주민의 넉넉함과 남북한은 물론 주변국가와의 친선과 평화를 추구하는 평화국가적 정체성-부민화호(富民和好)의 국가-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집합적 실천이야말로 남북한 관계의 근본적 변환을 추동하는 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6.15담론을 평화국가담론으로 전화해야할 시기가 온 것이다.

평화국가 원리, 그 가능성과 한계 / 이경주(인하대 법과대학)

현행 헌법의 평화국가의 원리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전쟁위법화라는 평화주의 흐름의 보편성을 반영하고 있으되 분단이라는 특수성에 의해 침략 전쟁포기 전수방어형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제까지는 규범력을 갖지 않는 정치적 선언정도의 수준으로 이해하여 온 것이 헌법현실이었다.

따라서 평화주의, 평화적 생존권에 근거하여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고, 평태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소송과 법률개정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평화국가의 원리가 법령해석과 국가 정책결정의 기준이 되며 국가기관과 국민이 함께 존중하고 준수해야할 가치규범이 되다는 사실을 주장하는 헌법현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사회는 평화국가 원리의 복권화 또는 현재화 과정의 출발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평화국가원리가 법적 규범력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서는 규범자체의 존부문제뿐만 아니라 평화국가원리를 둘러싼 한반도와 헌법의식의 문제에 대한 이해, 평화국가원리를 둘러싼 사회관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와 분석과 헌법실천이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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