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6년차 훈련 마지막날, 예비군 존재자체에 의문을 품다!
대한민국 남성 중 민간인은 없다! 정규군이거나 예비군이거나?
M16소총을 쥐여주는 대한민국, 대체 누구를 죽이라 사주하는가?
리장
마지막 예비군 교육훈련 소집 통지서를 받다
지난주에 예비군 교육훈련 소집 통지서가 집으로 날라왔다.
8월 28일 월요일 13시까지 서구예비군훈련장으로 전투복을 착용하고 신분증을 지참해 입소하라는 내용이었다.

▲ 우편엽서뿐만 아니라 이메일, 문자메시지로도 훈련참가를 알려온다

▲ 마지막 예비군 훈련 소집 통지서
올해로 예비군 6년차. 이번이 마지막 훈련이다.
후반기 향방작계훈련 6시간만 보내면, 지긋지긋하고 때때로 사람을 정말 피곤케 하는 예비군 훈련도 끝이다.
최전방 강원도 양구에서 26개월(21사단 65연대 6중대 소총소대, GOP경계 근무 포함) 만기복무 제대를 하고 나오자마자, 6년이란 시간을 또다시 ‘비정규군=예비군’에 강제 배속되어 훈련을 받아왔다.

▲ 예비군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훈련일정, 6년차 마지막 훈련만 남았다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국민학교시절부터 반공교육(군대에서 하는 정신교육 내용과 흡사하다)을 시작해 중.고등학교에는 교련시간, 대학교에서 만약 ROTC라도 했더라면 지금 나이가 서른이니까, 국민학교 입학 전 8년 외 22년이란 세월을 모두 ‘군사훈련=살인훈련’을 받으면서 살아온게 아닌가? 자신도 알게 모르게 누군가를 ‘원수 적(敵, 한국군은 ‘주적’의 개념을 사용하는데, 주적의 대상은 북한이다. 군대의 정신교육 시간에 하는 것이 바로 이 주적이란 개념을 군인들에게 세뇌시키는 일이다)’으로 삼아 ‘국가안보의 총칼’이 되어 저들에게 휘둘리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란 생각들이 불현듯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런 생각들이 훈련통지서를 바라보고 있던 나를 소름돋게 한다.

▲ 준민간인들은 예비군 훈련장에서 군인으로 탈바꿈한다. 줄맞춰 앉아야하고 지휘관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내게 총을 쥐여주었다
그리고, ‘국민의 의무 중 중요한 하나가 바로 국방의 의무이다’라고 국가가 규정해 버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법에 따라 처벌해 버린다는 위협에 두렵고, 이런저런 간교한 말에 속아, 결국 ‘합법적 살인기계, 살인마, 킬러(살인면허를 가진 007처럼)’로 나 자신이 사육 되어온게 아닌가? 평택 미군기지이전확장과 북한과의 적대적 대치.분단상황에서 국가가 원하는 결정에 순순히 따라 줄 수 있는 ‘잠재적 지지자’로 양육 되어온게 아닌가? 란 생각에 더 끔찍해진다.
정규군이 아님에도, 국가와 군대가 나를 ‘정예 전투자원, 서구 기동대원’라고 부른 이유도 이 때문이었으리라.
언제든지 M16 소총과 총알만 손에 쥐어주면 어디서든지 ‘수색정찰 작전’에 바로 투입될 수 있다고 그리고 적과 교전을 벌여 적을 제압, 사살할 수 있다고 나를 규정해 버린 이유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평화롭게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누구를 증오하지도 않고 살고 싶은 개인. 자신을 국가가 그냥 내버려두지 않던 이유도 그러할 것이다.

▲ 국가는 나에게 총을 쥐여준다

▲ 대한민국 대체 국가는 내게 누구를 죽이라 사주하는가?

▲ 베트남전에서 수많은 생명을 빼앗은 M16이 예비군들에게 주어진다
이제와서 ‘왜 난 누군가를 죽여야만 살수 있는 기술을 가르치고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병역에 대한 양심적 거부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미련한 생각도 해보지만, 내겐 결정과 선택의 패가 전혀 없다는 것을 안다.
나에겐 저 거대한 권력(국가폭력)을 거머쥔 저들에게 대항할 힘도 없었고 그 방법조차 몰랐고 누구하나 그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저항할 권리조차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내게 주워지지 않았던 것이다.
만약 어떻게 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저항’ 했더라면, 난 아마 ‘불순세력’ ‘좌익세력’ ‘북앞잡이’ ‘빨갱이(평택 미군기지 관련 글에 단 댓글에 자주 올라오는 소리다)’ ‘간첩’이라 비난받으며 이 사회에서 암매장 당해버렸을 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내 가족과 이웃들에게도 피해가 갔을 것이다.
지금 평택 도두리. 대추리 주민들을 위해 힘겹게 싸우고 있는 ‘평택 지킴이’들을 향해, 눈가림막을 한 국가와 국민들이 ‘야만의 공격’을 퍼붓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리고 자신도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나름대로 살기위해 ‘기생하는 생(生)’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던게 아닌가란 생각에 침울해져 버렸다.
예비군 존재 자체를 부정하다
그 침울함과 좌절감을 떨쳐버리고, 온갖 의구심을 풀고 ‘진정 평화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저항을 위해, 마지막 예비군 교육훈련 소집 통지서를 던져버리고 ‘예비군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否定)’을 시작해 보았다.
적을 알아야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그들이 가르쳐준 전투 상식으로 ‘예비군이 무엇인지’ 우선 알아보았다.
예비군은 향토예비군을 말한다. 향토예비군은 향토방위를 위하여 조직된 한국의 비정규군(非正規軍)으로 현재 3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설치 목적은 적 또는 무장공비의 공세와 대남유경에 대처, 향토방위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하는” 범국민적인 자유방위의 역군, 호국의 투사, 군경의 동지라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언제든지 전쟁이 발발하면 나가서 싸울 수 있는, 정규군이 아닌 또다른 군인들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군복무를 마쳤지만 민간인일 수 없는 이들 예비군은 300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사실 민방위(적의 군사적 침략이나 천재지변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상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방지하기 위해 민간인에 의해 실시되는 비군사적 방위행위) 조차도 민간인으로 구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 군복무와 예비군훈련을 받은 이들 대다수가 민방위에 배속되어 45세 전까지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방위의 기본요건’이라는 민방위 수는 645만명이나 된다 한다.
결국 대한민국의 남성 대다수가 힘없어 죽을 때까지 국가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전까지 ‘파수꾼, 경비견’ 노릇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벌받는다. 도망갈 구석이 없다.

▲ 일하면서 싸우라니 왜 그렇게 해야하는데?

▲ 1968년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다. 박정희 정권시절
그럼 이들이 정말 전쟁이 터지면 나가서 적, 사람을 죽일만큼 대단한 각오를 가지고 훈련에 참여하고 있는가?
군대에서 가르쳐주는 살인기술들을 교육훈련시간에 제대로 습득하고 있는가?
예비군 훈련의 목적에 타당한 군사훈련이 무슨 도움이 되는가?
제2장 예비군훈련 목적 및 중점
제4조(예비군훈련의 목적)
예비군훈련은 유사시 개인 및 부대의 임무에 따라 즉각 전투력 발휘가 가능하도록 전시 동원태세 확립과 향토방위능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실시한다. – 예비군 교육훈련 규정 中
말하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군복무 후 예비군 훈련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대다수가, 이런 질문에 ‘No’라고 먼저 대답할 것이다.
예비군 교육훈련의 실상, 담배, DMB 방송으로 시간 떼우기
왜 ‘No’라고 답하는지, 28일 예비군 향방작계 교육훈련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하겠다.

▲ 우선 예비군 훈련을 받으려면 군인복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입소할 수 업고, 교육을 받지 않으면 처벌받게 된다

▲ 날이 좋으면 예비군 훈련은 힘들어진다

▲ 입소시간에 제때 맞춰 들어가야 한다. 다 모였다 싶으면, 인원파악과 총기분출이 이루어진다

▲ 오늘 교육은 철마산 일대의 정밀수색정찰이라 한다. 총기분출이 1시간 정도 걸려 끝난 뒤 오후 2시가 넘어서자 이동하기 시작했다

▲ 예비군들이 지나다녀 길이 난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

▲ 이제 오후5시까지 여기서 쉬는 거다

▲ 예비군들 중에 담배를 피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나 같은 비흡연자는 함께 교육받는게 여간 곤욕스러운게 아니다

▲ 4시간 동안 숲 속에서 할게 없다. 잠을 자거나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거나…

▲ 잘 안보이지만, 누워서 DMB 방송을 보고 있다. 부럽다

▲ 나무그늘에서 예비군들이 쉬고 있다

▲ 예비군 훈련은 정말 시간 떼우기다

▲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예비군들은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꽁초는 숲 속에 버려진다

▲ 예비군 훈련 부대 숲 속은 담배꽁초 천지다. 아무리 교관이 ‘자연보호’ 하라고 해도…
향방기본훈련(8시간)에서는 각개전투, 소총사격과 모의 수류탄 투척, 모의 시가지 전투(서바이벌) 등 군대 군사훈련을 그대로 예비군들에게 재교육 시킨다. 이 때는 정말 속된 말로 ‘박시게’ 힘들다.
하지만 향방작계 훈련은 대부분 시간 떼우기 식으로 진행된다.
통제관과 소대장이 있어도 그들과 함께 ‘예비군 교육훈련을 왜 해야하는지?’ 의문을 던지며 담배를 피고,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숲 속에서 낮잠을 자다 내려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 나라 어느 예비군 훈련장에서든지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 장면속의 주인공은 나와 훈련을 받는 사람들 모두다. 훈련교관, 조교도 마찬가지다.
이 사진들을 보고, 괜히 교육 통제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한다는 쓸모없는 소리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FM 예비군훈련은 해봤자 한 두달도 채 넘기지 못한다.
군복무를 한 이들에게 군대, 군인, 예비군에 대한 거부감이 몸속 세포 곳곳에 녹아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복무 후 예비군 훈련은 한창 젊은 나이에 삶을 풍요롭게 하고 평화롭게 가꿔나갈 수 있는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노이로제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 훈련목적도 제대로 달성치 못하고, 형식적이고 구태의연하게 진행되는 예비군 교육훈련이 정말 필요한건지?
‘합법적인 살인기술’을 군복무가 끝난 후에도 계속 강압적으로 교육훈련이라는 이름하에 국민의 의무로서 언제까지 강요할 것인지?
예비군 훈련, 이제 퇴역할 때가 된듯 싶다
군복무와 예비군훈련 6년을 다 마친 자신이 생각해 보건데, 이젠 그만해도 될 것 같다.
예비군 교육훈련기간이 예전보다 줄어들고 예비군 교육 훈련보상비를 3500원에서 5300원으로 올려주어 예비군의 복지를 향상시키겠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민방위도 그 편성연령을 40세로 줄이고 교육시간을 기잔 8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검토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거 말고, ‘준민간인에게 자행되는 군사훈련’ 자체를 아예 없애는 방법들을 모색해도 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런 논의를 시작한다고 적이 공격을 해오거나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괜한 국가안보 타령은 여기서는 접어두자.
일상생활에서 군복무 후 예비군 훈련으로 자신의 평화로운 삶이 또다시 ‘누구를 죽이기 위한 군사훈련’으로 불편해 하는 사람들을 위한다면 말이다. 아니 그들을 더 이상 살인자, 살인기계로 만들어내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리고 당신의 아들이 군복무 후 예비군 훈련, 민방위 훈련까지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다.
원해서든 원치 않아서든, 정규군. 비정규군으로 45년을 살아야 하는 대한민국 남성의 99%는 민간인일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 꼬리표를 죽을 때까지 달고 다녀야 한다.
이제 그 꼬리표와 사슬을 누군가가 끊어줘야 할 시기이다.
평화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민간인으로 되돌리는 노력을 시작할 때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더 이상의 군사훈련이 민간인들에게 강요되지 않기를, 당당하게 ‘더 이상 예비군 훈련 안 받겠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기도해본다.
그리고, 이라크 자이툰 부대 즉각 철수! 미국의 이라크 점령반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규탄! 평택미군기지이전확장 반대! 미군기지 환경오염 규탄! 모든 전쟁을 반대한다! 평화를 원한다! 여러 구호가 머리속에 떠오른다.

▲ 이제 다시 약식 민간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

▲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훈련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 평화를 한 삶을 살자고 다짐해 본다
* 참고사이트
대한민국 예비군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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