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내게 세들어 사는 동안

벌써 2년째 치고 박고 싸우고, 또 사랑하고 아껴주며, 니가 설겆이를 안 했네, 너는 걸레를 한 번도 안 빨았네, 그래도 화장실 머리카락은 내가 맨날 치우지 않냐, 그럼 찌든 때 닦아내는 난 뭐냐…사소한 문제들이 치열한 전투가 되다가 다시 사이좋게 앉아서 된장에 고추를 찍어주거나 서로의 티셔츠에 그림을 그려주던 나의 연인과 잠시 이별했다.

이유인 즉슨, 11년째 살고 있는 일산의 우리집이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는 것. 장판과 벽지와 마룻바닥을 모두 뜯어내고 베란다도 튼단다. 집이 어떻게 바뀌든 난 별로 상관없지만, 졸지에 20여일 동안 엄마와 아빠가 살 곳이 없어졌다. 동생은 회사 기숙사로, 골수 이식 수술을 받고 다시 힘차게 회복중인 아빠는 변산의 원불교 수련원에서 신선 놀음을 하시기로 하고, 공사하는 집을 들락거려야 하는 엄마가 졸지에 홍대 근처의 내 자취집에 살게 된 것이다.

엄마와 내가 같이 산다…아빠와 남동생이라는 푹신한 완충 지대가 없는 엄마와 나만의 동거라.
스무살 무렵부터 엄마와 난 맹렬히 싸우기 시작했다. 보통 아버지로 상징되는 가부장적 권위와 구체제에 맞서 저항하고 등돌리거나 극복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어도, 나와 엄마처럼 그토록 전존재를 걸고 오랜 기간 싸워 온 모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기대와 증오와 무관심과 연민으로 얼룩진 질풍노도의 시기 동안 상대적으로 순하고 여린 심성의 우리집 남자들의 새우등은 아마 터지고 물러 피딱지가 몇 겹이 되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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