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의 보고, 섬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생애 처음으로 일깨워준 대청도 기행기를 3-4차례에 나눠 소개합니다_리장


섬과 바다, 그 원초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대청도 기행

깜빡 졸은 덕택에, 단거리 육상선수가 되다

9월 5일 화요일, 새벽 5시
‘지지-지징-지지-지지잉’

귀 익은 휴대폰 진동 알람소리에 잠을 깨야 했습니다.
인천지하철 계산역에서 5시 40분 어떤 이와 만나, 첫차 다음 열차를 타고 연안부두로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새벽부터 부산떨기 싫어, 어젯밤 잠들기 전에 1박2일 동안 집밖에서 머물 짐꾸러미를 미리 싸놓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저것하다가 12시가 넘머서 잠이 들었습니다.

덜 깬 잠에서 벗어나려고, 이불에 누운채 감겨오는 눈꺼풀에 힘을 줘가며 ‘그래도 이제 일어나야지…일어나야지…’ 하다가 그만 깜빡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휴대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디에요?”
귀 익은 목소리. 약속장소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의 것이었습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5시 30분이었습니다.
30분이나 잠을 잔 것입니다.

“알았어요. 지금 나가요!” 하고 말하고 휴대폰을 이불에 던져놓고, 벌떡 일어나 재빠르게 화장실로 뛰어들어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옷을 걸쳐 들고 입고 운동화 끈도 매지 않은채 집을 나왔습니다. 거실에서 주무시는 부모님께 말씀도 올리지 못한 채, 계단을 뛰어나와 50m 정도 되는 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까지, 아프리카 초원을 맹열히 내달리는 치타처럼 달려나갔습니다.

버스정류장에는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택시 한 대가 서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타자마자, 숨도 고르지 않고 “지하철을 타야하니 작전역으로 빨리 좀 부탁합니다” 하고 택시기사에게 재촉했습니다. 그 때 시각이 5시 40분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약속장소에 나와 있는, 이에게 전화를 걸어 기차시간을 확인해 보니 43분에 열차가 도착한다고 하여, 약속장소인 계산역으로 가는 것은 무모하다란 판단이 들어, 두 정거장 앞에 있는 지하철역을 목적지로 잡은 것입니다.

그제서야 주섬주섬 낡은 운동화의 끈을 동여매었습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뛰어나가야 할테니까요.

택시기사가 ‘지하철이 몇시 몇분 차냐’고 물어와 대답을 해주었더니, 택시를 족제비가 움직이듯 휘리릭-휘리릭 몰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요리조리 신호를 피해가면서 말이죠.

지하철역에 택시가 서자마자,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내려가 개찰구를 빠져나갔습니다.
플랫폼에 서서 함 숨을 고르고 있자니, ‘열차가 도착하고 있다’는 안내방송이 나오더군요. 계산이 제대로 들어맞았습니다. 하하

암튼 운좋게 택시를 타게 되어, 약속을 어기지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백수의 몸으로 3500원이란 택시비를 지출한 것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깜빡 졸은 덕택에 말이죠.

그렇게 인천에서 북서쪽으로 202Km 떨어져 있는 바다 위의 섬, 대청도로 향하는 나의 기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연안부두로 가자, 대청도로 간다

열차칸에서 약속한 이와 만나서 ‘미안하다’는 말고 함께, 대청도행 여객선이 6시 43분 말고도 7시 10분 배가 있는데 ‘왜 이렇게 빡빡하게 일정을 잡았는지’ ‘왜 이렇게 일찍 나와야 했는지’ 타박하며 따져 물었습니다.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이도 어쩔 수 없었다 하고 나와 마찬가지로 잠이 덜 깨 ‘헤롱헤롱’ 하기에 더는 캐묻지 않고 넘어가 버렸습니다. 지하철 무료신문의 오늘 운세가 ’77년생 사소한 분쟁도 좋지 못하다’라는 것도,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인천지하철을 타고 부평역에서 내려 인천행 열차로 환승해 동인천역에서 내렸습니다.
동인천역에는 먼저 온 다른 일행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잡아놓은 택시를 타고 연안부두 여객터미널로 향했습니다. 이른 아침이라 도로는 한산했습니다.

어쨌거나 비몽사몽간에 터미널에 제시간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비좁은 택시에서 내려 하늘을 올려다 보니 아침해가 동쪽에서 갓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붉게 떠오르는 태양을 향해, 기지개를 펴 찌부둥한 몸을 깨워 봅니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는 또 다른 2명의 일행이 먼저 와 있었습니다.
그들과 합류하니 대청도에 함께 가는 일행이 총 6명이 되었습니다.

터미널에서 대청도행 표를 끊고, 표에다가 인적사항을 기입해 두고 배 타기를 기다리는데 배가 고파왔습니다. 가락우동이라도 먹고 싶은데 배 시간이 가까와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터미널 대합실에는 이른 아침인데도 소청도, 대청도, 백령도로 가는 많은 섬주민들과 군인(해군, 해병)들의 모습이 눈에 띄였습니다.

약속했던 6시 45분 배는 보내고, 다음 배인 7시 10분 배를 타게 되었습니다.
타고 가는 배의 이름은 ‘마린브릿지호’라고 하네요.

개찰구를 빠져나가 여객선이 정박해 있는 부두로 향하는데, 바다 특유의 그 냄새가 코에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부두에 여객선들이 옹기종기 파도를 피해 모여 있었는 것이 눈에 들어왔고, 멀리 우리 일행이 타고 가야 할 마린브릿지호가 보였습니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에 나오는 우주전함처럼 생긴 커다란 배를 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습니다.
여객선을 타고 바다 멀리 나가는 것은 처음이었거든요.

승객들이 모두 배에 오르자, 여객선은 ‘우우-웅’하는 엔진소리를 내며 연안부두에서 빠져나갔습니다.
연안부두에서 대청도까지는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합니다.

객실 자리에 짐을 부려놓고, 일행분들이 싸온 김밥과 유부초밥, 복숭아를 아침밥을 대신해 나눠 먹었습니다.
그리고 요기를 하며, 초면인 일행들에게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이번 대청도 기행은, 늦여름 휴가도 단체 관광여행도 아닙니다.
인천내륙과 도서지역의 갯벌과 사구, 해변의 주요 식물과 서식처를 조사하여, 그 지역의 환경과 생태적 특수성을 많은 인천시민들에게 알려나가기 위해 식물도감을 제작 중인 인천녹색연합에서 계획한, 대청도와 백령도 일대 해안식물조사입니다.
그래서 일행들은 식물조사를 위해 함께 온 인천녹색연합 회원들과 생태해설가 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여기 함께 하게 된 것도, 부족하지만 식물도감을 만드는데 편집일을 도와주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아침 요기가 끝나자, 솔솔 잠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다리를 펴고 잠을 청하기 위해 잠자리를 찾아 객실안을 둘러보니, 객실에 마련된 위성TV를 보는 사람들도 있고 모자란 잠을 청하는 승객들도 있고,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하는 이들도 보이고, 과자를 먹기 위해 둘러앉은 해병대 군인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배는 점점 더 부두에서 멀어져 깊고 넓은 바다를 향해, 물보라를 일으키며 미끄러지듯이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파란바다와 떠오르는 태양을 보다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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