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부동산 독식

재벌총수·친인척 소유지분비율 현대53.7%, 삼성 44.6%

IMF 삭풍이 몰아친지 1년. 사회 곳곳의 파괴적 참상과는 정반대로 더욱 기름진 쪽이 있다. 재벌들의 IMF 1년 기록부는 마치 98 민중대회 노동자 전야제에서 큰 호응을 얻은 ‘돼지 다이어트’라는 노래를 연상시킬 정도다. 구조조정, 군살빼기 등 엄살과 목소리는 높았지만 현실은 역시 날씬한 돼지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대, 삼성, 대우, LG, SK 등 5대 재벌은 돈이 돌지않는 상황에서도 구조조정보다 자금확보에 치중해 시중자금을 독식하고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대재벌이 98년 6월말 현재 은행대출, 회사채 발행 등으로 끌어쓰고 있는 자금은 1백32조6천억원으로 전체 시중자금의 절반을 넘는다. 지난 8월말 현재 수출입은행대출금의 총 대출잔액 11조8천6백60억원 중 48.9%인 5조8천24억원을 대출받았는가 하면 은행대출금은 총 40조4천5백45억여원으로 30대 그룹 총 대출금액의 53%에 이르고 있다.

회사채발행의 경우에도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5대 재벌계열사가 발행한 규모가 16조2천55억원으로 전체의 77.8%나 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5대 재벌의 비중이 39.8%인 것과 비교할 때 2배가량이나 커진 것이다.

또 5대재벌은 IMF 위기상황을 이용해 금융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삼성-현대-대우-LG 증권사의 경우 확장일변도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삼성생명은 대구 동양투자신탁증권을 인수했고 현대도 계열사인 국민투자증권을 통해 영업정지를 당한 한남투자신탁운용의 신탁계약을 인수했다.

IMF사태로 인한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5대재벌은 지난 96년부터 올 6월말까지 2조3천45억원을 들여 부동산을 신규취득했고 그 범위를 30대 재벌로 넓혀보면 여의도 면적의 11배가 넘는 부동산을 사들였다.

한편 재계 1위인 현대그룹은 현대자동차에서 대규모 고용조정을 실시한 지 얼마되지 않아 기아자동차, 한화에너지 등 덩치큰 기업들을 인수, 오히려 몸집을 불렸다. 재벌총수와 친인척 등이 차지하는 소유지분비율은 지난 4월 현재 현대 53.7%, 삼성 44.6%, LG 41.9%, 대우 41% 등으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재벌의 소유집중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결합재무제표 작성 의무화, 상호채무보증 해소 등을 내용으로 하는 김대중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비서실을 폐지한다고 하면서 문패만 그룹 구조조정본부로 바꿔 다는 현실에서 총수 경영독재라는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대중 정부가 경제위기의 주범인 재벌총수들을 처벌하지 않고 경제회생의 주체로서 역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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