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를 좁히는 연대, 가까워지는 사람들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허난영
이번 연수는 내게 또 다른 새로운 성찰의 기회를 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내가 어떤 가치와 철학을 가지고 운동을 해왔는가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새로이 다지게 했다.
BASECO, CO-M, SAMA SAMA, UPA, CABUYAO 그리고 MINDORO…
그 가운데서도 CO-M 루스 사무총장의 강의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콕콕 가슴을 파고들었다. 어찌 보면 아주 특별하게나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말들이고 한 번쯤 정도는 들어본 얘기기도 하건만 그 카리스마와 함께 나오는 강의내용은 연때를 잘 만나 제대로 들려주었다.

‘굴절되고 왜곡된 문화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 CO이다. 압박당하는 침묵의 역사가 젊은이들에게 전수되고 이런 역사와 문화로부터 도피하고 있는 현실에서 문화를 바꿔나가기 위하여 바로 CO가 필요하다’ 이것은 필리핀에서 CO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만이 아니라 우리가 어디서나 운동을 해야 하는 존재의 가치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남편한테 맞고 산다고 말하기 창피하고 성폭력 당했다고 떠들 수 없고 이혼했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여성들의 침묵의 역사와 별반 다르지 않을 진데 이 모든 것을 CO 하나로 설명될 수 있게 했다. 모든 사람들이 날 때부터 주체적으로 갖고 있던 문화적으로 굴절돼 버린 존재에 대한 power를 CO는 재탄생시키고 결국 문화와 사람을 바꾸는 것이라는 거다.

또 앞으로 기회를 만들어서 필리핀의 70년대 PECCO’란 단체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현재 여성단체의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제도화 상황 속에서 PECCO가 PEACE와 COPE로 나눠지게 되는 과정이나 다른 방향의 활동 내용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수의 꽃은 역시 CABUYAO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연수 전에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든 일정을 보냈었는데 그 와중에 대상포진에 걸려 고생을 하였다. 대상포진이 더 심해진 상태에서 연수에 참여하게 되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가 없었는데 가부야오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니 포진이 쏙 들어가는 신기한 현상을 보였다. 같이 참여한 사람들은 내가 거기 체질이라고 했다. 가부야오에 가기 전에 가부야오에 먼저 다녀온 적이 있는 통역 활동가는 가부야오에서 극성을 부리고 있는 피부병에 걸린 줄 알겠다고 했고, 가부야오의 CO조직가 엘렌은 내 몸이 가부야오에 와서 그렇게 된 줄 알고 무척 놀라기도 했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가부야오의 암포와 그 가족은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넷째 아이를 낳은 지 2주되었다는데 산후몸조리는 커녕 먹을 것도 없이 온 몸이 태열과 땀띠로 울긋불긋한 피부 각질을 닦아내는 일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전기와 수도, 가스도 없이 어두컴컴한 곳에서 화롯불에 2시간에 걸쳐 밥을 해서 주고는 저녁과 다음날 아침까지 굶은 아저씨, 나 보고 16살처럼 보인다며 자신이 너무 늙어 보일까봐 창피해하던 부인, 할 것 없고 갈 곳 없이 동네를 떠돌던 큰아들, 내 딸과 같은 나이에 호기심과 기대로 가득했던 눈빛을 가진 딸아이, 수줍음과 망설임 그리고 반가움을 동시에 안고 야금야금 다가오던 셋째.
이들의 맑은 눈빛과 따뜻한 가슴을 잊지 않고 산다면 우리 사회는 아직 희망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믿음과 신뢰도 나오고 평화와 발전도 나올 것이며 힘과 용기, 사랑, 비전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현장체험을 마치고 UPA에서 회고를 하는 시간에 마지막으로 고참 조직가 준이 한 말이 다시 생각난다. ‘주민들과 만나는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세계는 좁아지고 있다. 사람들은 가까워지고 있다. 교류와 연대는 세계를 좁히고 사람을 가깝게 한다. 그리고 엘렌의 말처럼 많은 경험과 선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슴 속에 새기며 즐겁게 나누어야 할 것이다.
“살라만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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