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인간답게!

시각장애인의 생명길 점자블록 가로막는 지하철역 임대시설
일상적인 차별과 편견이 낳은, 편의시설에 대한 오해

리장

장애인 활동가로부터 받은 뜻밖의 제안

지난 9월 14부터 16일까지 2박3일간 속리산에서는

‘2006 전국시민운동가 대회’가

열렸었습니다.

본의 아니게 대회 기록역할을 맡게되어, 3일 내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대회프로그램과 참여한 시민운동가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 이를 실시간으로 자신의 블로그와 대회 게시판에 올려 놓았습니다. 대회에 참여치 못한 전국의 시민운동가들과 일반시민들에게 대회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줘야겠다는 개인적인 바램과 욕심이 생기더군요.

암튼 대회 마지막날, 폐회식이 끝나고 다른 스텝들과 이것저것 행사뒷정리를 끝내고 늦은 점심을 먹게 되었습니다. 다른 짐정리도 같이 해야할 듯 하여 재빨리 식당으로 내려와, 점심식사를 하는데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한 테이블에서 마주앉아 점심을 함께 한 장애인활동가-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로부터 였습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활동가는 제가 대회기간 동안 부산하게 움직이며 사진을 찍고 하는 모습을 눈여겨 보셨는지, ‘고생하셨네요!’하며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주었습니다. 웃으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어떤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어떤 운동을 하고 있는지?’ ‘장애인 활동보조인 서비스는 무엇인지’ 등등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편견속에서 중중장애인들의 권익보호와 사회에 격리되지 않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다른 이들과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게 장애인들의 독립생활 실현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http://www.ilkorea.org/ )

그러다 제가 얼마전 단체 생활을 접고 쉬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함께 일해보자’ ‘경력있는 젊은 활동가가 필요하다’라고 제안을 해왔습니다. 뜻밖의 갑작스런 제안에 무작정 답을 하긴 어려웠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권과 차별문제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4년동안 되돌아보지 못한 자신의 문제를 풀어갈 시간이 필요했고, 단체나 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운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점심을 함께한 활동가들

그렇다고 어렵게 제안을 한 활동가에게 ‘안된다’란 말을 할 수 없어, 그 짧은 시간에 제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것? 역시 온라인과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많은 이들에게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알려나가는 것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점심을 다 먹고 난 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의 문제를 잘 모르는 자신이 부족한게 많아 이에 대한 공부도 하고 단체도 방문해 활동도 살펴보고 활동가들에 대한 인터뷰도 하고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이 원하는 것은 ‘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고 싶다’ 란 것을 알려내는 활동을 해보겠다는 답을 전했습니다.

눈에 띄지 않던 편의시설, 눈에 들어온다!

시민운동가대회에서 돌아와서, 장애인활동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선 장애 차별과 인권과 관련된 자료와 책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 중에 연대회의 사무실 책장에서 찾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에서 나온 ‘왜, 맨날 반말이야!’,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의 ‘편의시설 만화로 보기’를 보면서, ‘장애는 죄다’, ‘장애인은 안된다’라는 우리 사회에 만성화되어 있는 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편의시설이 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이용하기 위한 편의시설이라는 것을 그래서 꼭 필요한 것들이라는 것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들을 읽고 난 뒤, 길 거리에서 지하철역에서 공공건물에서 예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편의시설물들이 ‘샤샤삭’ 하고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휠체어 리프트, 에스컬레이터, 엘레베이터, 점자표시, 비상경고등, 경사로 등등.

* 편의시설이란?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이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과 시설애용의 편리를 도모하고 정보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시설과 설비를 말한다. 이러한 편의시설은 도로, 공원,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등 대상별 편의시설의 종류와 설치기준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출처 :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한 지하철역 계단 손잡이의 점자표시

지하철역 계단 앞에 놓인 점자블록

점자블럭은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필요하다

원형 점자블록은 ‘중지’ 멈추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시각장애인의 생명길을 가로막는 지하철역 임대시설

하지만 우리 모두의 편리와 안전을 위해 설치된 편의시설물들은 완벽하게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 아이가 꼭 필요한 장소에 아예 없거나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곳은 허다했습니다.

특히,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니 역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각장애인들의 생명길인 노란

점자(유도)블록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발바닥이나 보행보조기구인 흰지팡이 끝으로 지면의 변화와 장애물에 대한 정보를 감지해 보행을 하는데, 이를 돕고 안전하게 길로 안내하는 것이 바로 점자블록입니다. 점자유도블럭은 눈에 잘 띄는 노란색이 많은데, 그 이유는 색을 변별하는 시각장애인에게도 좋고 일반인들에게도, 이게 유도블럭인걸 알게 해서 서로 통행에 불편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한 시각장애인이 지하철을 기다리기 위해, 원형 점자블록에 서있다

점자블럭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생명의 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블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른다고 합니다.

‘편의시설만화로보기’란 책의 삽화 중에는, 점자블럭을 발바닥 지압계로 오해한 아빠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린 여자 아이가 시각장애인용 유도형 점자블럭을 보고 아빠에게 묻는다.
“와-신기해. 이게 뭐야? 아빠! 아빠는 모든 다 알지?”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걸 밟고 다니면 건강에 좋단다.”
그리고는 유도형 점자블록을 밟으며 힘차게 걸어간다.

점자블럭이 무엇인지 몰라 그런건지? 알면서도 그런건지?
지하철역내 임대시설이나 지하상가에서는, 점자블럭의 이용해 통행을 하는 시각장애인을 가로막는 것들을 계속 상점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물건을 팔기 위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더 다가가기 위한다지만,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편의시설을 가로막아 선 것은 밉쌀스러웠습니다.

특히 넘지 말아야 할 선(청테이프)을 표시해 놓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물건을 통로쪽으로 내놓은 곳은 시각장애인들의 통행에 반드시 장애가 될 것이 불보듯 하여, 이의 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지하철역내 점자블록

한 지하철 환승통로에 상점들이 줄지어 있다

가게 물건들이 점자블럭 가까이에 늘어져있다

가게 물건을 보는 사람들과 점자블럭을 이용해 통행하는 시각장애인이 만나면 부딪치게 될 것이 뻔하다

사람들이 점자블럭을 마구밟아 마모되면, 시각장애인들은 쉽게 길을 감지하기 어렵다

넘지말아야할 선(초록테이프)을 넘어서 있는 상점 물건들

한 지하철역 꽃가게에서도 화분을 점자블럭 가까이에 늘어놓고 있다

환승역내 통행을 방해하는 상품들이 점자블럭에 가까이 진열되어 있다

한 지하철역에서는 아예 임대시설 공사를 위해 점자블럭 위에 통행을 가로막는 표식을 올려놓거나, 임대시설을 점자블록 가까이에 만들어 놓고 있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이 큼지막하게 세워놓은 ‘공사중’이란 표시를 보고 잘 피해 갈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지하철역내 임대시설 공사안내문

역구내 임대시설물 입찰공고문이 임대시설 공사장 벽면에 붙어 있다

시각장애인들은 공사중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없다

점자블록의 끝에는 길이 없다


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인간답게!


한 달 정도 지하철역이나 거리에서 바닥에 시선을 고정한채, 공공장소에서 우리 모두를 위한 편의시설물에 대한 것을 눈여겨 보면서 장애인들이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의 머리속에 깊숙이 박혀있는 무의식적인 차별과 편견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힘겨움에 지치고 포기하지 않는 장애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동정과 배려의 대상이 되길 원치 않습니다. 장애인으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 독립적으로, 자율적으로, 인간답게 살아가길 원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은 소망과 요구를 받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우리 사회는 편의시설조차 제대로 구비해 놓지 않고 있고, 정치인들은 장애인들의 독립생활을 위한 활동보조인 서비스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상적인 차별과 편견에 빠져있는 분들께 한가지 권하고 싶습니다.
지하철역에서 잠시 눈을 감고 5m정도만 걸어 보시라고요.
점자블럭도 없이 흰지팡이 없이 그 짧은 거리를 걸어가기가 얼마나 불편한지, 장애인들과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얼마나 세상살기가 어려운지 각성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맹목적이고 일상적인 차별과 편견이 사라진 세상에서, 인간답게 더불어 살아가는 그 날을 꿈꿔봅니다!

* 관련 사이트
–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http://www.ilkorea.org/
–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http://www.accessrights.or.kr/page/index.php3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http://www.cowalk.or.kr/

→ 리장 님의 블로그 가기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