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초록빛 김장배추가 무럭무럭!
올해도 김장 담글 때, 무채를 쓸어야겠습니다!
리장
지난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오랜만에 우리 밭에 가보았습니다.
이제 밭에 남은 땅뙈기라 해봐야 예전만큼 많지 않지만, 일년 내내 먹거리 걱정 안하고 살 수 있게 도와준 고마운 밭입니다.
무더운 여름 내내 밭에서 묵묵히 자라던 수수, 옥수수, 고추, 고구마, 참깨, 들깨, 콩은 할아버지와 부모님께서 부지런히 모두 수확해 놓아, 여름내 발하던 초록빛을 찾아볼 순 없었습니다. 갈색옷으로 갈아입은 밭은, 이제 다가오는 겨울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앞 밭을 둘러보고 자전거에 올라타고 낡은 하우스 한 동를 지나치다보니, 짙은 초록빛이 가득한 것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자전거를 급하게 멈추고 밭으로 달려가보니, 김장을 담구기 위해 부모님께서 심어놓은 배추였습니다.
큼지막한 배추는 무엇을 먹고 자랐는지 속이 꽉 차 있고, 지지난 주말에 시알딱만큼 내린 가을비 때문에 그런지 싱싱한 기운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여름작물 수확이 끝난 뒤 김장배추가 심어져 자라고 있습니다

김장배추가 싱싱하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속이 튼실해 보입니다
그런데 배추 잎사귀마다 큼지막한 구멍이 ‘숭숭’ 뚤려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성한 곳이 없더군요.
약을 치지 않아, 배추벌레가 맛나게 잎사귀를 갉아먹은 흔적이었습니다.
배추벌레가 배추밭을 휘젖고 다니며 낸 구멍을 보다보니, 얼마전에 어머니께서 배추벌레를 잡으러 가신다고 하신 말이 떠올랐습니다. 유기농도 좋고 농약치지 않는 것도 좋지만, 나이드신 부모님이 허리를 굽혀가며 손수 벌레를 잡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 눈앞이 시큰해졌습니다.
이제 날도 점점 추워지고, 차차 김장 담글 준비를 해야할 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도 저희 집에서는, 부모님이 정성스레 길러 가을 햇볕에 말려 방앗간에서 빻아온 고추가루와 밭에서 기른 김장 배추와 무를 가지고 손수 김장을 담굴 겁니다.
그 김장김치와 김치 속, 겉절이가 생각만해도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그리고 김장김치에 들어간 것이 그냥 좋은 배추와 고추가루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의 피와 땀, 사랑이 모두 담긴거란 생각이 듭니다.
올해도 김장 담글 때, 어머니를 도와 무채라도 쓸어 드려야겠습니다.

약을 치지 않아 배추벌레가 잎사귀를 갉아먹었습니다

약을 쳐서 벌레가 먹지 못하는 배추는, 사람도 먹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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