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은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
봄을 기다리는 겨울나무의 작은 소원
리장
2주 전부터는, 백수로 지내던 때처럼 도통 늦잠을 자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시작한 연구소 일로, 이른 아침부터 일터(온수역)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꼭두새벽 같이 일어나, 아침밥을 챙겨먹고 출근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휴대폰 알람소리에 맞춰 잠에서 깨자마자 머리를 감고 세안을 하고 옷을 주섬주섬 껴입고, 집 밖으로 뛰다시피 뛰쳐나와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10분 정도 걸립니다. 전날 밤에 일찍 잠을 청할 수만 있다면, 이런 아슬아슬한 출근행진을 좀 느긋하게 할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아무튼 요즘 정신없이 출근하는 길에 만난 어떤 이는 저를 보고, ‘쉬엄쉬엄 가라’고 ‘삶의 여유를 찾으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그렇게 격려해주는 이 때문에 출근길은 그다지 피곤하지만은 않습니다.
그가 누구냐 하면, 바로 울긋불긋한 단풍과 낙엽들로 늦가을 정취를 물씬 전해주는 도시의 가로수들입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다

잔디밭 위로 낙엽이 떨어진다

새빨간 늦가을 단풍이 한창 그 빛깔을 뽐낸다
온수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학교로 가는 길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얼굴을 가릴만한 커다란 나뭇잎을 자랑하는 플라타너스, 눈부신 아침햇살에 더욱 노란빛을 발하는 은행나무, 불길처럼 타오르는 단풍나무가 그 친구들입니다.
그들은 아침마다 분주하게 발길을 재촉하는 제게 손짓을 합니다. ‘오늘도 힘내라’고 ‘수고하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내년 봄이 오기 전까지 다시 볼 수 없는 자신들의 멋진 모습을 한 번 봐달라며 제 옷길을 잡아 끌기도 합니다.

붉은 단풍과 파란 가을하늘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

커다란 잣나무가 늘푸른빛을 발하고 있다

잣이 든 솔방울이 떨어졌다
하지만 서둘러야 하기에 매번 모든 나무곁에 머물며 오랜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습니다.
대신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멈춰서야 하는 길가에 있는 커다란 은행나무 하고만 길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은행나무는 요사이 나뭇가지에 남아있는 노란 나뭇잎을 불어오는 바람에 실려 땅으로 내려보내고 있었습니다.
내년 봄에 다시 새싹이 돋아 초록빛으로 태어날 나뭇잎이 땅속에서 겨울잠을 푹 자고 일어나, 나무의 자양분이 될 건강한 거름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말입니다.

노란 은행나무잎이 인도에 가득하다

아름다운 나뭇잎들은 도시에 겨울이 다가올수록 천떡꾸러기가 된다. 처치곤란한 쓰레기처럼

낙엽은 언제쯤 땅과 만날 수 있을까?
헌데 하늘에서 내려온 이 나뭇잎들은 겨우내 은행나무를 따뜻하게 덮어주지도 못하고, 봄이 와서도 나무의 거름이 되어주지 못할 것 같아 보였습니다. 나뭇가지의 나뭇잎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와 인도의 보도블록 위로 떨어져, 쌩쌩 내달리는 자동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은행나무는 자신의 품이 아닌, 차가운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어디론가 날아가는 낙엽들을 보면서 눈물짓고 있을것만 같았습니다. 바람에 날려가는 나뭇잎들이 생명이 움트는 땅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을 듯 보였습니다. 숲이 아닌 도시에서 살아가는 가로수들은 매해 겨울마다, 이런 아픔을 겪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의 낙엽들

황금빛 낙엽들은 땅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낙엽들은 소원한다! 땅으로 돌아갈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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