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님! 따끈따근한 고사떡입니다!

시원한 동치미와 고사떡 드셔보세요!
‘하늘님! 신령님! 터줏대감님! 한해 농사 잘 지었습니다’

리장


미국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와 같이, 추수감사절(11월 제4목요일)을 성대하게 보냅니다.
영화나 외화시리즈에서 한번쯤 미국 사람들이 추수감사절을 어떻게 보내는지 보셨을 듯 한데요. 커다란 칠면조 요리를 가족과 함께 나누어 먹는 장면 생각나시죠?
아무튼 추수감사절은 신대륙에 이주한 반영국 국교회파 프로테스탄트교도들이 첫 수확을 하느님에게 바쳐 감사한 일에서부터 비롯된 국민적인 축제일이라고 합니다.

우리 조상들도 한해 농사를 잘 짓도록 돌봐준 하늘에 감사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인들보다 더 오래전부터 이런 풍습을 이어어고 있는데요.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주몽>에 나오는 부여라는 나라에서는 ‘영고(迎鼓)’라는 제천의식이 있었고, 주몽이 세우게 되는 고구려에는 ‘동맹(東盟)’이란 의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동맹은 추수가 한창인 10월경 전부족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의 선조인 주몽신(朱夢神)과 그의 생모 하백녀(河伯女)를 제사하고, 풍성한 수확을 주신 천신에게 감사하는 농제(農祭)를 올렸다고 중국 <<위지(魏志)>>의 <동이전(東夷傳)>에 전해내려오고 있습니다.
하늘과 자연의 도움없이는 인간 스스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지혜로운 조상들의 소박하고 의미있는 풍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상의 트리오, 시루떡, 동치미 그리고 삶은돼지고기

시루떡과 쌀막걸리도 환상궁합

추수 고사를 마치고 어머니께서 따로 떡을 담고 있다

이렇게 무사히 한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보살펴 준, 하늘과 신령님, 터줏대감님 등 모든 신에게 감사하는 풍습을 저희 집에서도 대대로 이어오고 있습니다. 흔히 ‘고사(告祀)’라고 하는 것입니다.

매 절기마다 그리고 큰 가족사가 있는 달이면, 어김없이 할머니와 어머니께서는 가족들의 피와 땀으로 수확한 쌀과 팥으로 시루떡을 시루에 쪄내어 삶은 돼지고기와 함께 상위에 올려놓고 절을 올립니다. 동서남북 돌아가면서 두손을 모아 빌면서 할머니께서는 ‘신령님! 신령님!’이라 외시면서 가족 구성원들의 복을 빌어주시곤 하십니다. 요즘에는 연로하신 할머니 대신 어머니께서 집안 곳곳에 시루떡과 막걸리 한사발을 올려다 놓으시고 고사를 지내곤 합니다.

책상위에 놓인 고사떡과 쌀막걸리

안방에도 고사떡이 놓여있다. 액자속 사진은 엄마와 어린동생과 나

어제밤 롯데그룹의 인천 계양산 골프장 개발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38일째(12월 2일 현재) 나무위 고공시위를 하고 있는 벗님과 밤을 지새고 돌아와 보니, 집에선 앞서 말씀드린 고사가 한창이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방금 쪄낸 떡을 방마다 올려놓으며 절을 올리고 계셨습니다.

방에다 짐을 부리고 얼어붙은 몸을 뜨거운 물로 씻고 나오니, 고사가 끝났다고 어머니께서는 동치미와 함께 따뜻한 온기를 머금은 시루떡을 먹어보라 건네주시더군요. 햅쌀을 방앗간에서 빻아 찹쌀을 넣지 않고 집에서 쪄낸 고사떡과 동치미는 밤새 추위에 떨었던 제 몸을 녹여주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일어나는 고사떡을 쟁반위에 담으시던 어머니께 ‘오늘 동지에요? 무슨 고사야?’하고 물으니, ‘올 한해 농사를 잘 짓게 해준 것에 감사하는 고사’라 답해주셨습니다.

시루와 솥을 붙여놓는 밀가루떡, 이것도 하나의 주전부리였다

붉은팥이 고사떡에 가득하다

고사떡으로 배를 채우고, 방으로 돌아와서는 책상위 고사떡을 바라보면서 저도 신령님께 빌어보았습니다.
‘계양산 정기 끊어내는, 저 몹쓸 골프장 들어서지 못하게 해주십쇼!’ 라고요.

여러분도 무사히 한해를 보내셨는지요?
무사히 보내셨다면, 마무리 고사 지내보시는 것 어떠세요?
쌀가루 조금하고 붉은 팥, 쌀막걸리와 삶은 돼지고기 하나면, 가족의 행복과 안녕, 평화를 빌어볼 수 있답니다!

한해 농사 무사히 짓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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