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문 “선군정치의 현대성과 보편성“을 읽고 어떤 독자께서 여러 항목에 걸쳐 질문을 하셨더군요. 거창한 주제들을 담은 질문이라 한꺼번에 답변을 드리기가 벅차군요. 틈틈이 답변 내지 답변을 위한 참고 자료를 제시해볼까 합니다. 독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3. 또 님은 “현대판 제국주의, 지배주의 세력은 언제나 “자주”적인 “민족국가”를 부정한다.”고 하셨는데, 오히려 역사적으로 보면 민족국가는 항상 지배계급, 제국주의 세력이 외치던 구호였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같은 질문에 대한 답변은 “민족주의”를 다룬 책들 속에 다 나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유감스럽게도 제 서가에는 “민족주의” 관련 서적이 꽂혀 있지 않지만 인터넷을 뒤져보니, 민족주의 구현과 조국통일 (강충희, 평양출판사, 2006년)이라는 도서의 내용이 끼어 있더군요.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읽어보니 이 책은 “민족주의”에 관한 남측의 도서자료들을 꽤 많이 인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민족주의”가 남에서나 북에서나 다 열심히 탐구되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이 책의 제1장 민족주의를 보는 새로운 시각, 제1절 민족주의에 관한 주체적 이해로부터 따온 것을 “질문에 대한 답변 자료”로서 아래 상자에 넣어 두었습니다. (철자법은 원문 그대로입니다.)

116세기에 민족의식의 정립과 그것이 널리 퍼진 시대를 맞았던 유럽에서는 17세기 영국부르죠아혁명과 18세기 프랑스부르죠아혁명을 겪은 뒤로 민족주의의 정립과 그것이 널리 퍼진 시대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 력사적과정은 민족국가가 절대군주의 국가로부터 시민적자유에 기초하는 국가로 전환된 결과로서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발생, 발전에 의하여 생겨난 변화의 산물이였다.

이렇게 발생한 민족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류형을 구분한다면 력사적흐름으로 볼 때 부르죠아민족주의 범주에 속하는 강대국민족주의와 그에 대립하는 저항민족주의 그리고 현대의 신민족주의로 크게 나누어볼수 있다.

강대국민족주의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뒤늦게 일본에서 발생하여 침략적목적에 리용되면서 일정한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존속되고있는 부르죠아민족주의의 기본류형의 하나이다.

이 류형의 민족주의가 일정한 지역에만 한정되지 않고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정립된 특징은 그것이 어떤 국한된 문화권이나 지역의 특수성으로부터 발생한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대외팽창성, 제국주의적침략성의 산물이라는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강대국민족주의는 세계적 혹은 지역적으로 자본주의가 먼저 발전하여 선진국의 위치에 올라선 나라들에서만 고유하게 나타난 현상이였고 오늘도 역시 그러한것이다.

강대국민족주의의 속성은 특정한 민족국가가 상대적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배타적애국주의, 국수적배외주의이다. 그것은 국민을 결속시켜야 할 특정한 정치적목적의 실현을 위한 정치적동원수단으로 리용되면서 민족을 신성화하여 마치 종교처럼 되여버린다.

강대국민족주의는 민족을 통치의 명분으로 내세움으로써 그 기능면에서 두가지 작용을 하게 된다.

《민족의 영광》이나 《조국의 위대성》과 같은 명분을 내걸어 대외적으로는 대국주의, 침략주의에로 거침없이 내달리는 제국주의적침략과 지배를 정당화하고 다른 민족을 희생으로 한 《국가리익》경쟁이 합리화된다. 대내적으로는 민족주의가 체제유지, 권력유지를 위한 통제리념으로 전락되고 민족사회내부의 계층적대립과 갈등을 은페하는 수단으로 리용될뿐이다.

강대국민족주의는 그 속성과 기능에서 볼 때 결국 력사에서 창조가 아니라 파괴를 가져오며 인류에게 복이 아니라 재난만을 들씌우고 력사발전에 해로운 작용을 할뿐이다.

강대국민족주의가 강요하는 민족적지배와 예속에서 해방을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류형의 민족주의로서의 저항민족주의가 나왔다.

저항민족주의는 해방민족주의, 피압박민족주의, 식민지민족주의 등으로 정의되는 강대국민족주의에 대항하여 출현한 민족주의의 기본류형의 하나이다.

저항민족주의는 유럽의 자본주의, 제국주의세력이 비유럽지역을 강탈하여 식민지, 반식민지화하는 과정에 형성되여 널리 퍼지게 된다. 19세기말과 20세기초에 이르러 세계는 종주국과 식민지(또는 반식민지), 선진국과 후진국, 강대국(렬강)과 약소국으로 확연히 나뉘여졌다. 여기에서 식민지, 후진국, 약소국으로 전락된 나라들은 제국주의의 지배와 략탈로 하여 민족적생존자체가 근본적으로 위협당하게 되였다. 정치령역에서의 민족자주권의 말살, 경제령역에서의 민족경제의 부정, 문화령역에서의 민족문화의 파괴는 제국주의에 의한 지배와 략탈의 직접적결과였다. 이로부터 민족적생존과 발전을 부정하는 외래제국주의세력을 반대하고 민족해방을 지향하는 저항이 보편화되며 이러한 저항의 흐름을 타고 저항민족주의라는 새 류형의 민족주의가 출현한것이다. 저항민족주의는 제2차 세계대전후 새로운 류형의 민족주의로 발전하였다. 이 시기에 와서 신흥독립국가들을 중심으로 등장한 신민족주의가 민족주의의 새로운 발전적류형으로 규정되는것은 신민족주의가 선행시대의 민족주의와 류형적으로 구별되는 성격적특징을 지니고있기때문이다.

신민족주의의 성격은 선행한 민족주의가 전개되던 시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정치의 구도속에서 규정된다.

기존민족주의시대에는 강대국민족주의가 세계정치의 흐름을 주도하였다고 볼수 있으나 제2차 세계대전이후 피압박민족들이 민족적독립을 쟁취하여 신생국가들을 이루면서 세계정치구도는 변하였다. 그 변화는 두가지로 특징지을수 있는데 하나는 지난날 력사의 대상으로 되였던 피압박민족, 피압박인민대중이 력사의 주체로 등장하여 자기 운명을 자주적으로 개척해나가는 자주의 흐름이 세계사의 흐름을 결정하게 된 변화였다.

다른 하나의 변화는 신흥독립국들의 등장으로 민족국가단위로 혁명과 건설이 추진되여나가는 자주와 창조의 시대에 접어들게 된것이다. 세계정치구도에서 생겨난 이러한 근본적변화는 자주지향적이며 민족국가건설이라는 새로운 력사적과제를 부여받은 새로운 성격의 민족주의를 출현하게 하였다. 이 변화 역시 민족주의의 새로운 성격변화에 거대한 영향을 미친 내적요인이였다.

기존의 민족주의는 한마디로 말하여 그 발생시초부터 부르죠아지가 주도한 민족주의였다. 서유럽적근대민족국가의 산파역을 맡아했고 서유럽민족주의의 발단을 열어놓은 제3신분을 주도한 세력이 부르죠아지였고 그때로부터 전개되는 민족주의를 주도한 세력 역시 부르죠아지였다. 그들은 저들의 리익으로부터 출발하여 민족을 그릇되게 인식하고 결국 민족주의를 침략을 합리화하는 론리로, 제국주의의 위장물로 변질시켰다. 저항민족주의의 경우에 있어서도 그 본격적전개는 민족자본의 형성과 련결되고 민족부르죠아지가 민족주의를 주도해나가게 된다. 기존의 민족주의를 가리켜 부르죠아민족주의라고 부르는 리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것이다.

그러나 신민족주의에서는 부르죠아지의 주도성이라는 력사적제한성이 극복된다. 신생독립국가들에서 정립된 민족주의는 력사의 주체로 등장한 민족, 인민대중의 지향과 리익을 반영해나가는 공통성을 가지고있다. 민족, 인민대중의 의지를 반영하여 민족을 바르게 인식하고 민족국가를 스스로의 자주권과 복리를 위한 생활터전으로 건설하려는 민족, 인민대중이 주도한다는 점에서 신민족주의는 기존민족주의와 구별되는것이다.

강대국민족주의, 저항민족주의, 신민족주의의 형성과 그 전개과정은 민족주의가 때와 지역, 주도세력의 성격에 따라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니게 된다는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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