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냥꾼

책사냥꾼(존 벡스터 지음, 동녘)

책이란 필시 몰입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데, 집중이 끝나고 나면 이내 망각의 운명에 처해진다. 남는 것이라곤 고작해야 멋들어진 문구 몇 줄, 대사 몇 마디, 상식 몇 개가 고작. 이 정도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요즘 같은 시대엔 지극히 비생산적인 일이다. 따라서 책의 본질은 어디까지나 그 몸에 있다. 책이 모양으로 기억되지 않으면 독서는 기껏해야 매일 숨 쉬는 와중에 섞여 있는 한숨이나 심호흡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 몸을 가지고 우리 곁에 남아 주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기억한다.

<책사냥꾼>은 저자 존 벡스터의 자서전이면서 책과의 연애담이자 모험담이다.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 출판사, 독자, 책의 유통 등 책을 책이게 하는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 깨나 좋아한다는 사람이 읽으면 자신도 책사냥꾼이 되고야 말겠다는 강한 열망에 시달리게 만들 만한 책이다. 그만큼 수많은 책들이, 책을 쫓는 사람들이,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끝도 없이, 편견 없이 펼쳐진다. 헌책방 가는 일을 휴식과 여가로 삼는 사람에게 이 책은 일종의 판타지 작품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책에는 책 중독자들의 가슴을 온통 꿈과 희망으로 부풀게 만들 만한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다.

존 벡스터는 책에 둘러싸여 컴퓨터 앞에 앉아 글 쓰는 일은 절대 잃고 싶지 않은 행복이라고 한다.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을 일상으로 누릴 수 있다니. 부러운 일이다. 열정이 가져다 준 행운이다.

1. 우선… 읽기가 쉬운 책은 아니다. 책 중독자가 쓴 책이니 만큼 매 문장마다 책이름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고 다시 그 책과 작가에 얽힌 이야기들이 이어지다 작가 이야기가 또… 이런 식이다. ‘어느 책 중독자의 수다’라는 부제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르는 작가나 작품이 나오면 갑갑하다가도 읽어 본 책, 아는 책, 가지고 있는 책이 나오면 무척 반가운 기분이 든다. 읽다가 소리 내어 웃을 만큼 재미난 에피소드와 표현들도 많다.

2. 오타는 딱 한 글자밖에 없다. 활자 크기, 종이, 인쇄가 보기 편안하게 잘 선택되었다. 표지 디자인도 훌륭하다. 더군다나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품들 중 우리나라에 출판된 책은 페이지 밑에 언제, 어느 출판사가 어떤 제목으로 출판했는지 각주를 달아 놓았다. 대단한 수고다. 읽다보면 ‘오~ 이 책 꼭 읽어봐야겠는 걸!’하는 책들이 나오는데 그런 책들 마다 거의 각주가 달려 있다. <동녘> 편집부에 박수를!!

3. 본문이 끝나면 부록으로 비공식 조사와 추천도서 목록이 있다.

비공식 조사는 “당신의 집에 불이 나서 딱 한권의 책만 가지고 나올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가지고 나오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지인들(주로 명사들)의 기발하고 재미있는 대답을 실어놓았다. 흥미만점이다.

추천 도서목록은 ‘시릴 코널리의 근대 주요 도서’나 ‘헤이크래프트와 엘러리 퀸이 선정한 기본도서(1748-1948)’, ‘엘러리 퀸의 선정도서’, ‘부커 상 수상작 리스트’, ‘앤서니 버제스의 99권 리스트(1939-1984)’ 등이다. 책은 읽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겐 큰 도움이 될 듯.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연스레 헌책방을 자주 찾게 되는데… 목적 없이 몇 군데 들러서 뒤적이다가 존 벡스터가 그렇게 쫓아다녔던 작가 그레이엄 그린의 <권력과 영광>(해누리, 2002년 4월) 초판을 구한 것이다. 영풍문고에 가서 검색해보니 역시나 품절된 책. 원서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잠깐 나오고 만 책이지만 신기한 기분이었다. ‘나도 존 벡스터처럼 그레이엄 그린의 초판을!’. 그러나······ 헌책방에 나온 이런 종류의 책이 늘 그렇듯이 책 위에 ‘원효한의원’이라는 책도장이 크게 찍혀있고 책 뒤쪽엔 대여표가······ ㅡ.ㅡ 당연하게도 빌려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권력과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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