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시 제도에 대해서

입시제도를 아무리 바꾼들 학벌 철폐로 가지 않을 것이다. 그럼 자본주의를 폐절해야만 학벌 철폐가 이루어진단 말이냐 물으면, 그렇다고 말하는 게 정직하지 않나 묻고 싶다. 정확하게는 학벌이란 모순이 완화되는 것 일뿐. 프랑스나 독일 학제나 학벌 철폐의 만병통치약인 듯 선전하는 건 지적으로 정직하지 않다, 아무리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하더라도. 뭐, 타이레놀 정도가 아닐까, 입시 제도만의 개선이란 건.

2. 프라이버시에 대해

프라이버시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프라이버시가 소유권 제도 확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자. transactions privacy의 경우 제한 없이 인정한다면, 계획경제에 많은 문제를 가져다 줄 것이다. 따라서 모든 거래 내역은 원칙적으로 국가경제계획단위가 완전히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통과정을 완전히 추적할 수 있는 화폐의 도입은?

섣불리 1984를 떠올리지 말길. 암호학적 해쉬 함수 같은 녀석을 쓰는 정도로 제한한다면, 그래서 국가경제계획단위가 거래내역과 개인을 1대 1로 대응시키지 못 할 정도의 제한을 둔다면 (*1), 그래도 문제가 될까?

목적의 정당성은 “거래 내역 파악을 통한 사회주의적 국민경제 운용의 기본적 자료 확보” 정도.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되고, 침해법익과의 균형성은 좀 그렇다. 이것이야 말로 철학과 이념의 차이니까. 사회주의적 경제운용이 헌법적 사항으로 인정된다면 — 조문으로 되었다든가 — 생산수단의 거래 내역에 대한 완전한 접근은 이익형량의 대상이 되는 사익이 존재하지 않아 문제되지 않는다(*2). 인간의 존엄성을 규정한 헌법 조문이 남아있으리라고 예상되는데(*3), 인간의 존엄성으로 부터 정보를 숨길 권리를 끌어낼 수 있다고 보는 입장이라면 국가경제계획단위가, 당사자와 대응시킬 수 없는 정보이긴 하지만, 국민경제의 모든 거래 내역에 접근할 권한을 가질 때 사적 자치의 본질적 요소에 대한 침해라고 하는 게 정석인데.그런데 사회주의 헌법으로 이행한다면 사적 자치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고 봐야할테니. 아닌가? 여러 가지 다양성이 반영된 헌법이라면 사적 자치를 인정하는 조문들이 있을 텐데, 인정되는 사적 자치 가운데 거래 방식의 자유까지 인정될 것이냐. 그냥 안 된다, 하기엔 뭔가 찜찜한데.

참고.

Charles Kahn, James McAndrews & William Roberds, “A Theory of Transactions Privacy,” The Working Paper Series of the Warton School, University of Pennsylvania. 2000. Available at

http://fic.wharton.upenn.edu/fic/papers/01/0112.pdf (*4)

* * *

(*1) 거래 내역을 조사하더라도 누구의 내역인지는 해쉬 함수의 입력을 아는 사람만이 알 수 있게. 이를 테면, “LS*&FG^SAS98%@!의 2007-06-01 거래 등록: 블라블라 거래 대금: 블라블라 거래 분류: 블라블라 … “. 부수적인 효과로 해쉬 함수 충돌 연구에 국가가 연구비를 많이 대는 사태가 일어날 지도, 공개적으로건 비공개적으로건.

(*2) 생산수단의 소유권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소유권 양도, 임대차, 증여와 같은 행위는 원칙적으로 보호 받지 못 한다. 내 얼굴을 소유권의 대상으로 파악하면 초상권도 재산권의 일종으로 인정되고 그 때문에 아무나 내 얼굴을 사진으로 찍을 수 없다. 물론 내가 공적 인물로 인정받으면 초상권이 제한된다. 이 법리를 반대로 생각하면, 소유권 보호를 위한 권리인 프라이버시는 그 기초되는 대상이 소유권의 객체 — 물건 — 이 되지 않으면 인정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원칙-제한이 서로 바뀐 꼴이니까.

(*3) 보통 일반적 행동의 자유나 의사결정의 자유는 행복추구권에서 도출하는데, 행복추구권이란 게 비교헌법적으로 좀 예외적인 녀석이라 남아 있을 지 모르겠다. 지금도 행복추구권은 보충적으로 적용될 뿐이다. 일반적 행동의 자유나 의사결정의 자유

(*4) 이 글의 문제 의식과 완전히 부합하는 글은 아니다. 주류 경제학 이론으로 transactions privacy의 손익/효율성을 따진 논문이다, 프라이버시를 “경제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숨길 권리”로 보는. 프라이버시를 잘 정의해야 그 시장에서 벌어지는 게임에서 정보를 통제하려는 노력들로 인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뭐 이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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