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미-북회담] 북 `입장료’요구로 성과없이 폐막

지난 4일(현지시각)부터 시작된 미-북간 북한 금창리 지하시설을 둘러

싼 핵의혹 관련 2차회담은 특별한 합의나 진전 없이 막을 내릴 전망이다.

11일 회의가 남아있긴 하지만, 다음번 회담 일자와 장소 등을 정하는 수

준에서 끝날 가능성이 높다.

2차회담의 성과라면, 미국은 물론 북한도 외교적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암묵적 양해]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러나 쟁점사항에

들어가면, 양측의 차이는 엄청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창리 시설에 대

한 미전문조사단의 방북과 관련한 북한의 3억달러 보상 요구다. 북한은

[입장료] 없이는 방문을 허용치 않겠다는 입장이고, 미국은 절대 불가라는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 의견접근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불쑥] 제기된 것이 최근 김대중 대통령의 [미-북관계

개선과 경제제재 완화 등을 통한 지하시설 등 북한 현안의 일괄타결]

언급이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올해 두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거듭 확인된, 대북 포용정책을 감안할 때 이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중인 미-북 지하시설 협상에서 북한측에 [오

해(Misleading)]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김 대통령과 페리 북한 정책

조정관과의 면담내용의 공개방법과 시기 등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

기도했다. 국무부가 김 대통령의 언급이 향후 대북정책 전반을 재검토할

페리에게 한 말이라고 강조한 것도 따지고 보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

북 협상차원이 아니라 장기적 한-미 정책 목표라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서 [당근]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94

년 미-북 제네바 핵합의는 북한이 향후 일체의 핵활동을 하지 않는 것을

바탕으로한 것이기 때문에 의혹 규명에 [대가]라는 말이 성립될 수 없다

는 것이다.

한마디로 북한 핵문제는 94년 제네바 합의를 통해 40억달러에 달하는

경수로 2기를 제공키로 한 것으로, 모든 [대가]를 지불했다는 것이다. 추

가의혹이 발생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것

도 주요 이유다. 북한도 이번 협상에서 일괄타결을 언급했다고 한다. 금창

리 현장접근과 보상을 묶어서 해결하자는 좁은 의미의 일괄타결이다. 결

국 미국은 이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남-북한이 각각 다른 의미의

일괄타결을 말해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식량지원이나 경제제재 완화를 반대급부로 제시, 북한을

유도하는 방안을 제안중이지만, 식량문제의 경우 [인도적 원칙]만을 외쳐

온 미 기본입장에 어긋나고, 제재문제 역시 비슷하다. 북한이 금창리 시

설 의혹 해소에 동참할 경우, 결과적으로 줄 수 있는 선물은 되지만 이

를 놓고 흥정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김 대통령이 언급한 [일괄타결] 방안은, 또 지금의 미-북 채널에서 다

루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더 큰 권한을 가진 고위급에서

새로운 미-북 협상의 틀을 짜야만 [모든 현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협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북한 지하시설 핵 의혹과 관련, 미-북 협상못

지 않게 한-미간 교통정리가 시급함을 새삼 일깨워준 것이 이번 2차회담

이었다는 지적들이다.

(*워싱턴=박두식기자·dspark@chosun 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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