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하핵시설 의혹을 둘러싼 미국과 북한간의 협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이 11일 뉴욕에서 끝난 2차 협상에서 금창리 지하시설 현

장접근에 대한 대가로 요구해왔던 ‘3억달러 보상금’ 카드를 철회한 것으

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2차 협의의 의미는 우선 양측이 1차 협상용으로 내세워왔던 협박

조의 강경카드는 일단 버리고 실질적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북한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金桂寬) 외무성부상은 “이제 꼭대기

는 뗀 것 같다” 고 이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 국무부의 제임

스 폴리 부대변인도 “양측이 진전을 확인했다” 고 설명했다.

북한측이 3억달러를 고집하지 않은 이유는 물론 미국측이 경제제재 해

제 구체화.식량지원 확대 등의 다른 대가를 언급했던 때문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이미 찰스 카트먼 미 특사의 지난달 18일 방북 당시 “3억달러

현금 대신 현물보상도 괜찮다” 는 입장을 피력, 응수타진을 했다.

김계관 부상이 2차 협상 중간인 9일 벤저민 길먼 미 하원국제관계위원

장 등 공화당의 매파의원들을 만나 워싱턴의 기류를 직접 들은 것도 ‘현

실적 타협’ 으로의 전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우리 당국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세계식량계획 (WFP) 이 내년도 ‘대북식량지원 48만t’ 을 확정한

마당에 실현성 없는 3억달러 카드 대신 식량지원 주도국인 미국과의 우호

적 분위기가 더 많은 실익 (實益) 을 준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도 분석

된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은 겉으로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제네바합의 파기

후의 엄청난 파장을 감당해 낼 대비가 돼있지 않다는 게 우리 판단” 이라

고 말했다.

당초 “중유.경수로 공급 등 제네바합의 약속 외의 새로운 보상은 있을

수 없다” (카트먼 특사) 고 했던 미국측이 돌아 선 점도 눈길을 끄는 대

목. 2차 협상 도중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미측이 식량지원.경제제재

완화로 북한과의 모든 현안을 일괄타결해야 한다” 고 주장한 것도 상당부

분 감안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향후 협상에서 제시할 카드로는 대규모 식량과 함께 북한산

광물수입의 확대.미국 다국적기업의 북한내 지사설치.광물개발기술의 수출

등이 꼽히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해 미국의 북한에 적성국 (敵性國) 지정을 해제하는 문제

도 현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3억달러에 해당하는 현물보상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이 다음달 3차 협의에서 미국의 새 카드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미지수

여서 섣부른 타결을 전망하는 것은 아직 무리라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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