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총비서의 오른팔 또는 왼팔로 꼽히는 김용순 아태위원장이 과연 서울에 올까.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17일 북한 방문을 마치고 판문점으로 귀환하면서 김 아태위원장이 방한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만약 김용순 아태위원장의 서울행이 이뤄진다면, 이는 단절된 남북 당국간 대화에 물꼬를 터뜨리는 계기가 된다.

현재로선 그의 서울행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 정 명예회장은 김용순 아태위원장이 “못 갈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는 남쪽 방북인사들이 초청의사를 밝혔을 때 북쪽 당국자들이 의례적으로 보이는 반응이라는 게 당국의 지적이다. 이런 언급을 초청 수락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정 명예회장의 김용순 초청 발언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통일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현대와 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간에 구체적인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덕담 정도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김용순 아태위원장의 서울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김연철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북한도 북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를 일정한 수준까지 올려야 한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며 김 아태위원장의 방한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서동만 교수는 “김 아태위원장의 서울행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문제는 그가 어떤 자격으로 서울을 올 것인가에 있다”라고 말했다.

김용순은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비서이자 아태위원장이다. 북한식으로 볼 때 전자의 측면에서는 고위 당국자이고, 후자의 측면에서는 민간인이다. 서 교수는 이와 관련해 “그가 만약 서울에 온다면 현대의 대북사업 상대인 아태위원장 자격으로 올 것”이라며“문제는 우리 정부가 그를 북한의 고위 당국자로 볼 것인가 아니면 민간인으로 판단할 것인가 이다”이라고 말했다. 김용순이 아태위원장 자격으로만 서울에 올 수 있다고 ‘고집’할 때, 정부의 정경분리 원칙이 또다시 ‘시험대’에 설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편 정 명예회장이 방북 기간동안 김 아태위원장과 2천만평 규모의 서해안 공단 조성 등에 합의한 것은 남북경협의 추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는 해주를 중심으로 서해안 공단에 국내 유휴설비 등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신발·의류·봉재 업종 등의 중소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 고위관계자는 “우선 내년에 30만평을 개발하는 등 10년동안 단계적으로 개발할 방침”이라며 “공단이 조성되면 한해 44억달러 규모의 수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윤규 현대 남북경협사업단장은 “장전항 부두시설을 50년간 이용하기로 한 것과 같이 금강산 지역에 세울 스키장, 온천 등에 대해 독점기간을 30~50년으로 명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독점권’ 확보 문제로 정부의 승인이 미뤄져왔던 현대의 금강산개발사업에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현대의 독점권이 객관적으로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정리되면 이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김용순 누구인가

김용순(64)은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이자 아세아태평야평화

위원회 위원장, 통일전선부 부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겸직하며 북한의 대남관계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실세’이

다. 그는 현대의 대북경협 상대역으로 정주영 명예회장과 김정일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면담을 성사시키고, 금강산관광사업을 현

실화했다. 김일성대를 졸업하고 모스크바대에서 유학한 전형적인

엘리트로, 70년대 초반 주이집트 대사를 거쳐 88년 노동당 국제

부 부장에 올랐던 ‘국제통’이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경제난 탈

피를 위해 ‘실용주의적’ 접근을 강화하면서 북한의 대외경협사

업을 총괄하고 있는 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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