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한국방송공사 일요 스페셜 `98년 지금 북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프로에 방영된 북녘 모습은 충격적이다. 뼈만 남아 앙상한 어린 아이들이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진흙바닥에 떨어진 음식 찌꺼기를 주워먹고, 혹시라도 먹을 것이 있나 싶어 시궁창을 헤집는 모습은 과연 인간사회의 `정의’나 `도덕’이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불러 일으킨다. 부모 품에서 어리광을 부려야 할 어린 것들이 무슨 죄가 있어 저리 험한 꼴을 당하나 싶어 마음이 울컥해진다. `꽃제비’ 어린이들이 이리저리 떠도는 것은 상당한 가정이 이미 파괴됐음을 뜻한다.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참담한 모습들을 보며, 사태가 이에 이르도록 손을 쓰지 못하는 북한 당국의 무능과 비효율, 무관심과 자기도취에 우선 분노가 치민다. 주민을 먹여 살리고 가정을 지탱시키는 것이 정권담당자들의 첫째 의무일텐데, 과연 실상이 위에 제대로 보고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남쪽에 무모하게 잠수정을 침투시키는 비용만 줄이더라도 상황을 상당히 개선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다. 독단적 이념이나 독선적 자부심이 안고 있는 허구성이 진실과 얼마나 동떨어질 수 있는가를 생생히 보여준다.

북녘 어린이들의 참혹한 모습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핏줄을 나눈 한민족의 자식들이다. 이들이 떠돌이 걸식을 하며 헤매는 처참한 모습은 민족 전체의 수치다. 그러나 이러한 말 자체가 감정적 `사치’일 수 있다. 그들은 당장 이 추운 겨울을 살아 넘길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7세 미만의 어린이들 가운데 62%가 발육부전 상태이며 16%가 극심한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는 국제기구의 조사도 나와 있다. 언젠가 통일이 되더라도 남북 사이에는 다른 민족처럼 신체적 차이점이 뚜렷이 나타나리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강건너 불처럼 바라다 보아야만 할 것인가. 국제사회가 나서서 돕는 마당에 우리도 동포애적 관심을 쏟아야 한다. 정권을 떠나 민중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민간차원의 도움의 손길을 다시 뻗쳐야 한다. 종교계 등 각계의 도움이 절실하다. 남북어린이어깨동무 같은 각종 단체들도 다시 움직여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 남북이 화해를 도모하고 경협을 통해 각자 생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에게 체제유지를 걱정하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남북이 군축논의를 통해 소모적인 국방비와 체제 유지비용을 식량난·경제난 해소에 돌리도록 해야 한다. 이는 북쪽 뿐아니라 우리가 살 길이기도 하다. 북녘의 참상은 우리의 인간성과 동포애를 시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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