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처리가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던 교원노조법안이 예상하지 못했던 암초에 걸려 기우뚱거리고 있다.

교원노조법안은 지난 29일 국회 환경노동위를 통과하면서 연내 본회의 통과가 쉽게 점쳐졌다. 그러나 단 하룻만인 30일 교육위가 교원노조법안과 내용상 상충되는 `교원단체의 설립과 단체교섭에 관한 법률안’을 통과시키고, 법사위가 이를 받아들여 두 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넘길 예정이어서 연내 처리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교육위에선 애초 교원단체법안보다는 교원 정년단축 문제가 훨씬 예민한 문제로 제기돼 있었다. 국민회의는 62살을 주장했으나, 공동여당인 자민련 의원 일부가 당론과는 달리 63살을 고집했고 한나라당 안은 65살이어서 해결의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허남 의원 등 자민련 의원들이 묻혀 있던 교원단체법안을 꺼내 타협안을 제시했다. 62살을 받아주는 대신 이 법을 통과시켜 달라는 조건이었다. 이미 62살을 기준으로 새해 예산을 짜고, 명예퇴직 희망자를 접수하고 있는 교육부와 국민회의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다.

물론 교원단체법을 발의한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은 이 법이 교원노조법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정부의 제약과 구속을 받던 교총의 위상을 강화해 전교조와 상호보완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장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교원단체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노동조합적인 요소를 더 많이 포함하고 있어 환노위에서 통과된 교원노조법과 공존하기 어려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우선 교육부장관이나 시·도교육감이 단체협약을 맺을 때 교총과 전교조 가운데 어느 조직을 선택해야 할지 불분명해진다. 또 개별적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할지라도 적용의 우선순위가 문제가 된다. 교원노조법이 전국 및 시·도 단위까지만 노조를 허용하는 데 반해, 교원단체는 학교별 직위별 성별 전공별로 지부를 설립할 수 있도록 확대한 것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한나라당이나 자민련 의원들도 교원단체법의 국회 통과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스스로도 두 법안의 모순을 인정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냥 놔두면 국회 통과가 확실한 교원노조법을 `요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교원단체법을 쏘아올렸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이는 이번 상황을 주도한 김허남 의원 등이 평소 전교조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보여온 데다, 김종필 명예총재와 박태준 총재의 간곡한 부탁에도 아랑곳 않고 교원정년 63살을 고집하다 뒤늦게 절충안을 내놓은 점도 그런 가능성을 짙게 해준다.

이에 따라 교원노조법의 처리 전망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왔다. 법사위는 두 법안 가운데 어느 하나를 버려야 될 숙제를 안게 돼 자칫 `장기미제’로 빠질 가능성이 있고, 자민련내 상당수 의원들이 전교조에 혐오감을 보이고 있어 본회의 통과도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 앞으로 노동계의 거센 반발로 파국 위기를 맞고 있는 노사정위원회 체제에도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의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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