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름발이 신세가 된 미국 민주당 행정부의 남은 집권기간 동북아 정책은 “통상대로”일 것이다. 좀 멀리 앞으로 내다보면 의회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심화돼 미국과 동아시아 교역국들 사이에 심각한 무역마찰을 낳을 우려가 크다. 이것은 동아시아의 경제회복 노력이 실패할 때 다음 행정부가 추가로 재정지원을 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가까운 장래에 미국과 동아시아의 경제관계나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를 둘러싼 미국의 정책에 그다지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위기가 보여줬듯이 미국 정치는 점점 양극화하고 있다. 이런 양극화는 국내정치와 대외문제에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에서 마비현상을 낳았다. 공화당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더욱 대결적인 정책을 원하는 우파가 지배한다. 민주당원들이 자신들의 관점에 그다지 확신이 없고 대외정책 이슈에서 수동적 태세를 보이는 반면 공화당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북한과의 핵동결 합의에 따른 대북지원을 중단시키려는 공화당의 위협과 행정부의 방어적 태도가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 대한 공화당 우파의 지배력 확대를 잘 나타내주는 사례다.

근본적으로 미국 정치의 양극화는 이데올로기 뿐아니라 더욱 깊은 사회·문화적 가치의 갈등에서 비롯한다. <뉴욕타임스>의 모린 도드는 “이 정치적 전쟁의 핵심에는 문화적 전쟁이 있다”라고 썼다. 그는 “공화당은 60년대를 없애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찬송가를 부르는, 근본주의 목사의 아들’인 케네스 스타 특별검사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했다.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표하는 것을 낳았던 전체 문화를 기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의 마비와 표류는 분명히 북한과 군사적인 극단대치를 낳을 우려가 있다. 동아시아 전체의 안정을 뒤흔드는 중국과 대만 사이의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더 위험한 일도 생겨날 수 있다. 그러나 예견가능한 장래에 그런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김대중 한국 대통령의 대북 정경분리 정책은 북한과 미국에서 강경파와 맞서고 있는 온건파를 강화시켜준다. 김종필 총리가 대통령 자리를 넘겨받지만 않는다면 남한은 북한과 대결하기를 원하는 미국 의회와 군부 및 정보기관내의 극단적 세력을 강력히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서울에 있는 미 8군 사령부의 전쟁계획 변경 가능성에 관한 정보의 유출은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극단대치의 악순환이 얼마나 빨리 진행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40년동안 주한미군의 기능은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고, 북한이 침략했을 때 남한을 방어하는 데 한정돼왔다. 그러나 리처드 핼로랜이 <워싱턴타임스>와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 등에 쓴 기사에는 한·미의 새로운 작전계획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미 8군 사령부에서 유출된 이 계획은 미국이 어떠한 북한의 공격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침략으로 대응해 현 북한 정부를 파괴하고 대체하는 전면전으로 나아간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이 정보의 가장 도발적인 내용은 북한이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모호하지 않은 신호’를 발견했을 때 미국과 남한이 사전공격을 하는 게 새 전쟁계획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북한 군부가 다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과 일본 영토를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거의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다. 소식통들은 이 계획이 앞으로 합동참모본부에서 논의돼야 하고, 검토중인 다양한 대응전략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는 여지껏 이 기사를 부인하지 않았다. 미 8군이 남한 국방부에 이 계획에 대해 설명했지만, `햇볕정책’을 완전히 훼손하는 이런 도발적인 계획에 청와대가 반대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미-중 관계에서는 중국과 대만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군사적 대결의 가능성이 상존해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정교한 군사장비를 대만에 제공하는 것을 막지 못하는 데 대해 몹시 좌절한 상태다. 다만 타이베이 시장선거에서 독립을 주장하는 대만 민진당이 패배해 독립주장이 불거져나와 빚어질 양쪽의 대결위험은 일시적으로 누그러졌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은 무역과 (대량파괴 무기)비확산 문제를 둘러싸고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심각한 경제침체로 중국 지도부에 격변이 생기지 않는 한 미-중관계가 결정적인 파국을 맞을 전망은 별로 없다.

미국과 일본의 급증하는 무역불균형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토머스 폴리 주일 미국대사의 최근 경고가 있었지만 민주당 정부가 집권하는 동안 `일본 두드리기’가 심각해질 것 같진 않다. 그렇지만 다음 대선의 결과에 따라 미국과 일본 뿐아니라 미국과 중국, 미국과 남한 사이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 공화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은 전역미사일방위구상(TMD)에 더 많은 돈과 기술을 내놓도록 일본을 다그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외를 빼곤, 가까운 장래의 미-일 안보관계는 별 변화가 없을 것이다. 미-일 방위지침은 일본 양원에서 승인되더라도 실용적인 의미는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볼 때 한국이나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지 않고,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이들 전쟁에서 일본이 미국을 도울 일은 별로 없다.

북한이 또한번 위성을 발사하면 일본의 정찰위성 개발을 재촉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은 일본이 그런 정찰위성 개발을 독자적으로 할지 또는 미국과 협력할지를 지켜보고 있다. 일본이 독자개발을 결정하면 이는 양국의 동맹관계를 느슨하게 하겠다는 장기적 의도를 일본이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대한 지표가 될 것이다.

98년 새로운 국방부 정책리뷰인 <미국의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전략>에서 북한의 위협 감소나 다른 안보환경 변화 등에 상관없이 동아시아 미군 주둔 규모를 10만명으로 계속 유지한다는 국방부 계획은 재확인됐다. 이 보고서에는 “이 정도 병력은 현재와 앞으로의 전략적 환경에 대한 분석을 기초로 한 것”이라며 “한일 양국 미군 주둔의 뼈대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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