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나보러 명동성당 신부됐냐고 물어요. 해가 바뀌었으니 2년째 싸우고 있는 셈이죠.”
명동성당 농성 1백26일째를 맞고 있는 만도기계노조(위원장직무대행 김학렬 수석부위원장)김희준 사무국장의 말이다. 농성장안은 지난 연말부터 전기마저 끊긴 데다가 어제부터 추워
진 날씨탓으로 말할 때마다 입김이 나올 지경이다. 시멘트바닥에서 올라오는 찬기를 막는스티로폴과 전기난로 하나가 겨울난방의 전부다. 김 사무국장은 지난번에 대전에서 올라온
딸 은비(6살)가 유치원에서 그렸다며 보여줬던 그림 한 장을 잊을 수가 없다. 아빠 때문에 난생처음 와본 명동성당과 그 앞에 둘러쳐진 농성천막. 그 그림을 보면서 김 사무국장은 목
이 메었다.
지난 9월3일 파업중인 만도기계에 경찰력이 투입된 이후 수배중이던 김 사무국장과 선병규 기획국장, 임두혁 대외협력국장은 이곳 명동으로 거취를 옮겼다. 황선근 위원장을 비롯한 41
명의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이 구속됐고 13명의 조합원이 해고됐다. 50년만의 정권교체, 국민의 정부가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그러나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1월7일 조폐공사에서 또다시 일어났다. 옥천창폐쇄에 반발해 파업중인 조폐공사에 경찰력이 투입된 것이다. 12월1일부터 이곳에서 농성중인 구충
일 조폐공사 노조위원장은 수배중인 구 위원장을 대신해 현장을 지도하러 내려간 강승회 공공연맹 부위원장이 격렬하게 저항하다 화상을 입었다는 소식에 더욱 가슴이 답답해져 온다.
연신 줄담배를 피우고 있던 구 위원장은 “당장이라도 조합원들 곁으로 달려가고 싶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털어놨다.
명동성당에서 새해를 맞은 사람들은 이들뿐이 아니다. 지난 7월말 회사청산결정으로 길거리로 내몰린 조흥시스템노조(위원장 서인형) 조합원들은 여름부터 이제껏 명동성당을 지켜왔
다.
조합원 40여명은 그동안 매일같이 조흥은행 본점과 은행장집앞에서 집회를 계속하면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왔다. 노조는 은행쪽에 “노조가 회사를 인수할테니 은
행에서 어느정도의 매출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12월부터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은행쪽에서는 아직까지 뾰죽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은 실업급여라도 타고 있어 생
계유지를 해나갔지만 이번달부터는 실업급여도 끝나 당장 조합원들 생활이 걱정입니다.” 서글서글한 웃음으로 조합원들의 맏형 노릇을 해온 서인형 위원장의 또다른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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