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금창리 지하시설 공개에 대한 대가로 3억달러를 내라는 조건을 철회하고 식량 100만t을 요구한 것은 무엇보다 지하시설 문제를 협상을 통해 풀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사실 현금 지원은 `불가능한’ 요구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100만t의 식량 역시 미국이 단독으로 지원하는 것이 `불가능한’ 양이다. 더구나 지하시설 공개의 대가로는 줄 수 없다는 미국의 기본원칙에도 어긋난다. 미국은 지난해 북한에 지원한다고 발표한 밀 30만t을 세계식량기구(WFP)의 올해 대북지원분 48만t에 포함시켜 버렸다.
박건우 4자회담 수석대표도 17일 “북한도 금창리 문제에서 해결점을 찾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희망적인 관측은 가능하지만 아직 결정적인 단서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새로운 협상용 카드를 보였지만, 그 카드가 당장 수용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때문에 본격적인 협상과 절충은 이제부터다. 그것은 북이 요구하는 양의 최소치와 지원가능한 최대치를 찾는 작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요구는 백화점의 정찰가격이 아닌 재래식시장 상인이 부르는 가격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100만t이라는 양도 북한이 97년 4자회담 예비회담에서도 본회담 참가조건으로 제시한 적이 있던 수치다. 북한이 `판돈’을 걸 때 내미는 상징적인 수량인 셈이다.
미국도 절충의 여지를 제시했다. 직접적인 대가는 있을 수 없지만 지하시설에 아무런 핵관련 의혹이 없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 협력을 시사했다. `타협을 통한 해결’이라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절충 결과는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북한은 현장방문 전에 식량지원 규모와 지원을 발표할 것을 요구한다. 반면 미국은 현장을 확인한 뒤 의혹이 없다면 경제적 협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현장방문의 방법과 횟수도 문제다. 일단 북쪽은 한차례 현장방문을, 미국쪽은 사실상의 정기적인 현장사찰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제네바 협상에선 절충 가능한 선을 확인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네바/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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