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4자회담 분과위가 드디어 개막 테이프를 끊었다. 분과위는 `한반도 평화체제 마련과 신뢰구축을 위한 제반문제’라는 본의제를 세부적이고 실무적으로 논의하게 된다. 분과위는 위의 논제를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팽팽한 신경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미국쪽도 `북한의 약화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메세지를 천명하고 있어 일단 시작은 매우 우호적이었다.

특히 의장국을 맡은 북한은 회담 진행 과정 등에서 그 어느때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19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계관 수석 대표는 참가자들을 소개할 때 박건우 수석대표를 지칭하면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북한이 대한민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남북대화나 국제회의 등에서도 유례가 없었다. 지금까지 북한이 남한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은 `남조선’이나 `남측’이었다.

김 수석대표는 또 인삿말에서 “의장으로써 신속하고 공정한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뒤 오전과 오후 일정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오전 기조발언에서 `최근 한반도의 정세는 미국의 적대적인 정책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치닫고 있다’고 말해 다른 대표단을 긴장케했으나, 곧 원만한 분위기로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북한은 또 본회담 개최 이후 처음으로 리셉션을 주최해 인삼주· 맥주와 호텔에서 주문한 안주와 다과 등 비교적 `풍성한’ 상차림으로 각국 대표단을 맞기도 했다. 각 분과위는 앞으로 이틀 동안 다음의 주제를 논의한다.

△긴장완화 분과위 군사적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군사적 신뢰구축 조처를 논의한다. 남한쪽 대표는 유진규 국방부 군비통제관, 북한쪽 대표는 리근 주유엔 차석대사이며, 미국과 중국에서는 각각 부르스 렘킨 합참 해군 대령과 장지우환 외교부 아주국 국장이 각각 대표를 맡았다. 이미 제안된 남북 군사당국간 직통전화 설치 등 기초적인 조처에서 시작해 장기적으로 △전방배치 군사력의 후방 재배치 △대량파괴무기 생산 금지와 해체 △군축 △주한미군 철수 등 모든 방면의 군사적 신뢰구축 조처가 논의된다.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내걸고 있다.

△평화체제 분과위 기능정지 상태인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를 논의한다. 남한쪽은 권종락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이, 북한쪽은 장창천 외무성 미주 부국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미국과 중국대표는 필립 윤 국무부 선임 자문역과 닝푸쿠이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다. 적대적 관계에 있는 두 나라가 평화적인 공존을 약속하는 협정 체결 문제를 다루는만큼 상호 불가침과 주권인정을 전제하고 양쪽의 경제협력과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를 구체화시켜 나간다.

제네바/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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