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를 다룬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가 쓴 <자유주의 사회경제사상>(한길사)은 서양에서 발달한 근대 자유주의에서 현대 신자유주의에 이르기까지 대표적 사상가 일곱 명을 면밀하게 검토한 저작이고,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등 11명의 필자가 함께 쓴 <자유라는 화두>(삼인)는 `한국 자유주의의 열 가지 표정’이란 부제가 말해주듯 한국의 자타칭 자유주의자 10명에 대한 인물평이다.
900쪽에 육박하는 이 교수의 <자유주의…>는 그의 7년 연구의 성과물이다. 지은이는 자유주의 경제사상의 비조인 영국의 애덤 스미스에서 출발해 고전적 자유주의를 확립한 영국의 존 스튜어트 밀, 전후 독일의 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초석을 놓은 발테르 오이켄과 빌헬름 뢰프케, 신자유주의자들인 하이에크·프리드먼·뷰캐넌 등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검토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중상주의를 비판하고 경제적 자유주의를 처음으로 제시한 사람은 근대 경제학의 시조라 불리는 애덤 스미스였다. 본디 자유주의는 국민에 대한 정부의 자의적인 규제와 횡포에 반대하는 정치적 주장이었으나, 스미스는 이를 경제에 적용하여 “공정한 법을 위반하지 않는 한 모든 규제를 철폐하여 경제활동에서 개인의 자유를 완벽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경제적 자유주의를 제시했다.
고전적 자유주의의 완성자라 불리는 밀은 개인 자유의 보장과 더불어 현실의 불공정한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개혁이 똑같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빈곤으로부터의 탈피 또한 자유 못지않게 모든 인간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의 분배구조가 “패배자를 죽이는 야만인들의 경기와 같다”고 비난하며, “인간이 겪는 고통의 모든 중대한 요인들은 대부분 거의 완전히 인간의 배려와 노력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밀의 사상이 19세기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대변한다면, 복지국가를 거친 20세기의 신자유주의는 분위기가 자못 다르다. 하이에크·프리드먼·뷰캐넌 등 대표적 신자유주의자들은 민주국가에서 정부에 의한 개인의 자유 침해를 중심 문제로 삼았다. 민주국가에서도 △소수에 대한 다수의 횡포와 △여론과 사회분위기에 의한 압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들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이 `사상의 아버지’처럼 추앙하고 있는 하이에크의 경우, “대부분의 자유주의자들이 분명한 반독점의 태도를 취하는 것과 달리 하이에크는 친독점적”이라며, 그가 “기업의 독점에 대해서는 이해심을, 정부의 독점에 대해서는 분노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공정함을 잃은 태도”라고 평한다.
이 교수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이를 주장하거나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유주의는 경제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관한 종합적인 패러다임”이라는 지은이는 “자유주의경제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를 자유주의사회로 만들어야”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개혁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개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자유라는 화두>는 강준만 마광수 복거일 나혜석 김수영 최인훈 김현 전혜린 장선우 홍신자씨 등 `한국의 자유주의자들’에 관해 검토하고 있다. 총론격인 `레토릭으로 남은 한국의 자유주의’에서 김동춘 교수는 “한국에서 자유주의는 획일적 반공주의의 다른 말”이었으며, “한국의 반공주의는 `자유’를 지키자는 이념이 아니라 친일 경력을 은폐하기 위한 자기 정당화의 논리였다”고 지적한다. 진중권씨는 `한 전투적 자유주의자의 지식인 혐오증?’이란 글에서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위험할 정도로 `당파성을 띤’ 글을 쓰고 있으며, 이런 글쓰기는 학자로서의 객관성을 해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자유주의자의 오만과 편견’에서 작가 복거일씨에 대한 `읽기’를 시도한 한수영씨는 “<조선일보>의 최장집 교수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대해 왜 자유주의자들은 침묵을 지켰는지”를 따져묻는다.
두 책은 접근방식과 소재가 다르지만, 한국사회에서 자유주의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좋은 참고자료다. 자유주의에 관한 이야기가 만발하고 있지만 자칭 `자유주의자’든 아니면 비판자든 자유주의에 대한 이해가 일천한 우리 현실을 돌아볼 때 이들 작업의 의미는 더욱 크다. 이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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