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권리를 존중해줘야 나의 권리도 보장받는 것 아닌가요.”
서울의 한 기업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프랑스인 뱅상 뒤브아(35)한테 요즘 벌어지는 서울지하철 파업은 `낯익은’ 풍경이다. 프랑스에서도 이런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지하철 파업을 중단하라”는 일부 언론 등의 `강요’는 이해하기 힘든 `낯선’ 모습이라고 했다.
그는 “프랑스에 있을 때 철도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의 파업을 개인적으로 지지하지 않았지만 시민이 불편하니까 파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그런 주장대로 라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평생 권리를 못찾게 될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 또 상당수 시민들은 그들이 권리를 요구할 때 불편을 참아야 자신들이 권리를 위해 파업을 할 때도 그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뒤브아는 전했다.
공공부문 파업을 경험하는 프랑스나 영국 등에서는 노동자의 권리인 파업으로 겪는 불편을 참아야 하며 갈등은 노사 자율협상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이 대다수 시민들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영국 런던 지하철노조는 지난 2월 일부 노선 민영화에 따른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 이 때문에 40%까지 지하철이 단축운행돼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당시 파업사태를 경험했던 런던대 대학원 유학생 이병곤(34)씨는 “런던 지하철의 파업 강도가 요즘의 우리나라 못지 않았지만 시민들이 불편하다고 항의하거나 파업현장에 경찰병력이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유학생 이자형(29)씨도 “파업 기간에 지하철 2~3개역 구간을 걸어 통학한 학생들도 파업을 비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철도 파업 때는 타고 가던 기차가 고장으로 30분 동안 철로 위에 멈춘 적이 있었는데, 영국 시민들은 무더운 열차 안에서 수리가 끝날 때까지 불평 한마디 없이 기다린 일도 있었다고 이병곤씨는 전했다. 그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성질도 없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95년 11월부터 3년 가량 파리에서 근무하다 돌아온 안승일(43) 씨는 “한번은 공항에서 비행기표를 끊어 탑승을 기다리다 파업으로 갑자기 운항이 중단됐지만 당시 승객들은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프랑스에서는 군인만 빼면 모두 노조원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노동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연대의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지난해 9월 방송, 학교, 국영기업 공공부문 노동자 30만명이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 때문에 공영방송이 중단되고 쓰레기 수거, 수도·전기 공급이 끊겼으며 160만명의 학생들이 수업을 받지 못했다. “이스라엘 사람들도 일상 생활의 불편 때문에 공공부문 파업을 반기지 않지만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권리로 파업을 존중하고 불편을 참습니다.” 이리엘 샤프란스키 주한 이스라엘대사관 공보관의 말이다.
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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